- ‘그리스도의 집과 카이로스의 집’
한국서번트리더십훈련원은 6월26일(월)부터 7월8일(토)까지 두주 동안 '미주동부 대안공동체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참가자들은 워싱톤의 세이비어교회와 펜실베니아주 랑카스타의 아미쉬, 메노나이트공동체, 아펜셀러 파송교회, 필라델피아의 빈민사역, 뉴욕의 도심지목회 등을 방문하고 각자의 목회상황에 적용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탐방 후 첫 번째로 세이비어교회의 노숙자 사역을 소개한다.
‘그리스도의 집’과 ‘카이로스의 집’
수요일 토기장이집에서 점심식사 후 바로 이동한 곳은 그리스도의 집, 노숙자병원이었다. 아무런 전이해 없이 처음 그리스도의 집에 간다고 들었을 땐 어떤 세이비어교회중 어느 한 공동체일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노숙자병원이었다. 노숙자병원인 그리스도의 집은 워싱턴 D.C에 있는 노숙자, 그 중에서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입원하여 각종 질병을 치료 받을 뿐 아니라 사회적인 도움, 중독 치료, 재활활동 등 그들에게 필요한 전반적인 도움들을 실질적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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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도의 집 정문 | ||
1975년 제넬(Janelle)박사는 연합감리교 목사인 남편 알렌과 파키스탄에 의료선교사로 지원하는데 그때 세이비어교회 진료소 앞에 노숙인이 폐렴으로 얼어 죽은 사건을 통해 그것이 소명이 되어 여러 단계의 준비과정을 거쳐 1979년부터 노숙인 치유사역인 ‘그리스도인의 집’ 사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스도의 집 앞에는 삼삼오오 모일 수 있는 벤치와 그늘막(?)이 있고 그 안에 한 동상이 있었다. 서번트리더십스쿨이 있는 페스티발 센터에서 본 예수님의 동상은 'Teaching Jesus', 가르치시는 예수님인데 이곳 그리스도의 집 앞에 있는 동상은 'Serving Jesus', 섬기시는 예수님이다. 한 쪽 무릎을 꿇고, 상대방의 발을 씻어 주시려 손을 내밀고 계시는 이 동상은 그리스도의 집이 어떠한 곳인지를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어떠한 사람이든, 설사 그가 사회에서 도태되어 외면당하는 이라 할지라도 그의 가장 더러운 곳, 씻김이 필요한 곳, 치료가 필요한 부분을 몸소 씻어주시고 치료해주는 곳이 바로 그리스도의 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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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rving Jesus, 섬기시는 예수님 | ||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노숙자 병원’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냄새가 나거나, 조금은 더럽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집은 여느 병원과 다르지 않게 깔끔하고 위생적이었다. 3명의 의사와 봉사자들도 5층 숙소에서 가족과 함께 이곳에 상주하고 있고 세이비어교회를 설립한 고든 코스비목사님 부부도 이곳에서 사시다 소천하였다고 한다. 병원 곳곳에는 십자가와 성화가 걸려 있어 누구나 주님을 묵상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3층에는 상담도 하고 누구나 들어가 기도할 수 있는 채플이 있고, 1층 맨 끝에 있는 식당은 주일에는 그리스도의 집을 드나드는 이들이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는 예배실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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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배실에 걸려있는 성화. 이 성화에 그려져 있는 예수님은 흑인이다. | ||
그리스도의 집은 많은 지역교회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여 함께 사역을 돕는다. 노숙자들을 위한 목욕시설이 잘 되어 있었고 바로 옆에 갈아입을 수 있는 옷가지와 생활필수품들이 준비되어있었다. 식당에서는 365일 노숙인 환자들과 카이로스의 집에 머물며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해 매끼 식사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또한 미국사회의 심각한 병폐 중 하나가 바로 마약중독이라고 들었는데, 한 방에서는 마약중독자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
이곳 그리스도의 집은 34개 베드로 구성되어 있고 남성 노숙자들을 위한 시설이고 최대 40일간 입원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의 치료가 마친 노숙자들은 본인의 결정에 따라 다시 거리에 나가기도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카이로스의 집’에 가서 단계별로 집중적으로 재활훈련을 받기도 한다. 카이로스의 집에서는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으며 이곳에서 그들은 회복 프로그램, 신앙훈련, 직업훈련, 사회적응훈련 등을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게 된다. 카이로스의 집에서 단계별로 훈련받는 이들 중 96퍼센트 이상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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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도의 집 병실. 매우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 ||
카이로스의 집을 소개받으면서 우리는 건물 뒤 뒷 뜰로 인도를 받았다. 그곳에는 작은 풀과 꽃이 자라날 텃밭이 마련되어 있었다. 테라스처럼 예쁘게 꾸며 꽃도 가꾸고 채소도 가꾸면서 이곳에서 주님을 묵상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고 한다. 카이로스의 집은 총 두 동의 건물인데 각 건물 마다 50여명을 수용할 수 있고 최대한 많은 이들을 섬길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왔을 당시 이곳에는 7명의 젊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1년씩 무보수 자원봉사자로 섬기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세이비어교회가 있는 와싱턴의 아담스 몰간(Adams Morgan)지역도 낙후된 지역을 고급화하는 소위 잰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노숙자 재활프로그램 숙소인 카이로스 하우스와 담 하나 차이로 최고급 빌라들이 건축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어 지역변화에 맞추어 교회가 해야 될 일이 많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재정적인 지원은 각 교회의 헌금, 푸드뱅크 지원, 그리고 노숙자들 대상의 의료지원을 포함한정부 지원 등이 있다고 한다. 전체 예산은 그리스도의 집과 카이로스의 집 포함해서 연 천백만불이라고 한다.
신체치료 뿐 아니라 정신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요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넘어 영혼의 아픔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료하는 곳, 이곳이 바로 그리스도의 집이라고 느껴졌다. 또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료를 받는 이들은 노숙자뿐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거하며 섬기는 봉사자들도 포함된다. 그리스도의 집을 소개하는 자원봉사자의 말에 따르면 그들에게 이곳은 단순히 ‘퍼주는’ 봉사를 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들의 사역을 통해 영적으로 채워짐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을 오가는 이들은 모두가 기쁨이 있다. 솔직히 다른 것보다 이 부분에서 깜짝 놀랐다. 어려운 일들을 감당하고 있는데,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한 봉사임에도 불구하고 봉사자들 모두의 얼굴에 기쁨과 만족, 행복이 가득했다.
세이비어교회 사역을 방문하며 깨닫게 되는 것은 사역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서 본 이 기쁨은 단순히 좋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보람을 넘어서서 그들 가운데 계시는 주님을 날마다 발견하고 그 은혜를 누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을 보며 나 역시 기쁨을 느끼며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리스도의 집에서의 주일예배
매 주일 그리스도의 집과 카이로스의 집을 오가는 모든 이들이 모여 드리는 주일예배가 그리스도의 집 1층 예배실에서 있었는데 우리는 7월 2일 주일 이 주일예배에 함께 참여했다.
예배드리기 30분전에 도착하여, 우리는 조용히 묵상기도를 하며 예배를 드리러 오는 이들을 보았다. 백여명이 참석한 예배는 세이비어교회 교인들로 우리에게 여러 가지 감당하는 사역들을 소개했던 이들도 그곳에 함께 했고, 수많은 노숙인 환자들이 자유롭게 그러나 정갈한 옷을 입고 한 명 두 명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말씀을 전하신 목사님은 연합감리교회 소속의 알렌 목사님으로, 의사인 아내와 함께 그리스도의 집을 세운 바로 그분이라고 한다. 나이가 참 많아 보였는데 여전히 그리스도의 집을 섬기며 예배를 인도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예배의 순서는 한국에서 경험했던 예전을 갖춘 전통적인 예배와 비슷했는데, 찬송가는 흑인들이 사용하는 단순하고 템포가 빠른 음악을 사용하였고 예배 때마다 성찬식을 거행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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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도의 집 주일예배 중 성찬식 | ||
예배 중 몇 가지 잊지 못할 순서가 있었다. 그것은 예배 초에 회중 가운데 한 사람이 나와 자신의 삶 속에서 하나님께서 어떠한 은혜를 베푸셨는지 고백하는 간증 시간이 있는 것(Community Reflection), 죄의 고백(Invitation to Confession) 시간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의료정책으로 2천만의 빈곤층이 의료보험을 잃게 되는 것은 죄라고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죄를 고백한 것이었고 마지막에 중보기도 제목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시간이었다. 알렌 목사님이 기도제목을 나누라고 하자 곳곳에서 자유롭게 기도제목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 기도제목 중에 우리 한국 서번트 리더십 스쿨을 위한 기도제목도 나왔다. 열 댓가지 기도제목이 나온 후 알렌 목사님은 정리하며 대표로 기도해주셨다. 정말 살아있는 예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님의 행하신 일들에 대하여 성도가 직접 나와서 예배 시간에 간증하고, 우리 모두의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함께 나누며 기도하는 이 예배가 내게는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 이렇게 살아있는 예배, 이렇게 살아있는 공동체이기에 이 어려운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구나. 매 순간 그들 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 은혜로 살아가는 이들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고, 나아가 내가 섬기는 성남 영화교회의 교회학교 부서예배가 주님의 은혜로 살아있는 예배, 하나님의 은혜를 자유롭게 나누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기를 아끼지 않는 공동체로 세워지기를 바라는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이번 탐방기간 세이비어교회의 침묵기도 수양관인 데이스프링 수양관에 머물며 개인적으로는 250에이커의 넓은 대자연의 그 환경 자체가 주는 영적인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세이비어교회 구성원들은 섬김 이전에 영적인 충만함을 중요하게 여겨 매일 한 시간씩 성경 읽고 기도하고 소그룹 모임과 연장교육 훈련에 참여하고 침묵기도 수양관을 방문하여 주기적으로 자신을 비우고 채우는 침묵기도 영성훈련에 참여한다고 한다. 그리스도의 집과 카이로스의 집의 역동적인 사역의 현장을 방문하고 노숙자 병원에서의 주일예배에 참여하며 소명을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되었고 나 역시 바른 사역자가 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사역 이전에 무엇보다 영적인 훈련(Spiritual Discipline)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큰 깨달음을 가지게 되었다.
김지선전도사(성남영화교회 교육전도사)
(그 외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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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rving Jesus, 섬기시는 예수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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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숙인 환자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의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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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도의 집 병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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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도의 집 복도. 십자가와 성화가 걸려있어 오고가며 묵상이 가능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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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활센터인 카이로스의 집 정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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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도의 집 주일예배 - 알렌 목사님 | ||
김지선 lovelypreacher@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