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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삶

기사승인 2017.11.11  00: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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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 필립 K. 딕의 1968년 작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미래 사회에 인간의 일을 대체하게 될 로봇을 소재로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까지 던진 수작이었다. 당연하게도 소설은 SF의 고전이 되었다. 이 소설은 1982년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 <블레이드 러너>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는데 이 작품 역시 뛰어난 감독의 재해석과 함께 SF 영화사에 있어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2019년이 배경이었던 영화는 올해 다시 후속편이 제작될 정도로 자신의 분야에 있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 후속편의 제목은 <블레이드 러너 2049>, 영화 속 내용의 30년 후를 다룬 속편은 무려 35년 만의 후속작이었다.

본격적인 속편을 개봉하기 전 영화기획자들은 속편의 이전 시간 이야기를 다룬 세 편의 짧은 프리퀄을 선사했다. 영화상 30년과 현실의 35년을 어느 정도 이어주는 영리한 기획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보게 된 첫 번째 단편, 그곳에서 인상 깊은 대사를 하나 만났다. “Life doesn’t mean living.” 대사에 첨부된 우리말 자막은 다음과 같았다. “생명이 삶을 의미하는 건 아니야.” 이전 안드로이드보다 수명이 늘어난 모델이 등장하자마자 즉시 인간우월주의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인간들은 안드로이드들을 혐오하고 살해하는 일을 공공연하게 자행하기 시작했다. 위의 대사는 이 혐오와 폭력에 맞서 싸우려는 안드로이드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전 모델보다 수명이 늘어나긴 했지. 하지만 생명이 삶을 의미하는 건 아니야.”

그렇다. 생명과 삶은 다르다. 영화의 대사를 곱씹어보면서 생명과 삶의 관계를 담은 대사는 어쩌면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다고 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생명이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당연하고 분명하다. 하지만 생명은 그 자체로 머물기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 생명은 life라는 명사가 아니라 living이라는 동사, 그것도 진행형인 동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살아 있는 것으로 그만인 존재가 아니라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특별히 저 인상적인 대사가 혐오와 살해의 대상이 된 존재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은 혐오의 기운으로 가득한 현실에 비추어 더욱 의미심장했다.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삶은 차라리 고통이요 심지어 저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그저 살아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게 하는 일 역시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문자적으로 ‘살아간다’는 말은 ‘산다’는 말에 ‘간다’는 말을 붙여 만든 말이다. 그렇다면 살아간다는 말은 어디론가 살아간다는 말일 것이다. 모든 가는 것에 움직임과 방향이 있듯이 살아가는 것도 가는 것이라면 움직임과 방향이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특별히 움직임과 방향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부르심에 민감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교회를 뜻하는 헬라어가 ‘부르다’라는 뜻의 어근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나님은 먼저 우리를 죽음에서 생명으로 부르셨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하나님은 그렇게 생명을 얻은 우리를 다시 삶으로, 즉, 살아감으로도 부르셨다. 그러니 우리는 부르시는 곳을 향해 움직여 나아가야 한다. “I am for living. That’s what we fight for.” 이 말은 위의 대사에 이어지는 대사였다. 꽤 적절했던 자막은 다음과 같았다. “난 살고 싶어. 그걸 위해 싸우는 거야.”


“그러므로 주님 안에서 갇힌 몸이 된 내가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여러분은 부르심을 받았으니 그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엡 4:1)

 

이진경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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