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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등불을 켜라

기사승인 2017.11.11  23: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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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은 일 년 중 가장 쓸쓸하고 어두운 기간이다. 1년을 거의 마무리하고, 결산을 앞둔 시간이지만, 가장 밋밋한 달이다. 기대할 만한 휴일이나 놀이가 없고, 빨간색 기념일도 없다. 날은 성큼 어두워 가고, 밖은 점점 추워지며, 몸은 움츠러든다.

  사람들에게 별로 반갑지 않은 시절이 요즘이다. 연말을 앞두고 시장경기가 주춤하니 상인들의 손은 시렵기만 하다. 또 겨울의 턱밑에서 서민의 살림살이는 늘어나는 난방비 때문에 부담스러울 것이다. 11월은 어중간하다. 이 맘 때, 나들이 가는 경우도 드믈다. 꽃구경은 아예 힘들고, 단풍은 이미 다 떨어졌으며 아직 눈 구경은 어림없다. 
  
  초여름의 아침과 늦가을의 아침은 참 다르다. 이른 아침부터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같은 걸음이어도 이미 밖이 환한 초여름 출근길 표정이 금요일 아침 같다면, 아직 어둑한 늦가을 출근길 표정은 월요일 풍경과 같다.

  을씨년스러운 11월이면 사람들은 당장 옷매무새를 다독인다. 점점 차가워진 대기는 겨울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분명한 예후이다. 얄팍한 달력은 한해의 끝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한다. 가난한 사람들과 노약자들에게 점점 힘겨운 계절이 들이 닥치고 있다. 그런 늦가을의 발걸음은 항상 종종 거린다.

  하나님의 달력으로 11월은 마지막 달이다. 11월은 교회력으로 따지면 ‘끄트머리’ 달이다. 끝이자 머리, 곧 마침이고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11월 하순에는 한 해를 마감하는 교회력 마지막 주일이 있고, 대개 11월 말이나, 12월 초는 한 해가 시작하는 대림절 첫째주일이다.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다시 하나님의 달력이 시작 된다는 사실은 놀랍다.

  날이 어두우면 등불을 생각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내 안을 밝혀주고, 내 밖을 비추어주는 그런 등불이 필요하다. 마음이 어두워지면 사람들은 영혼의 등불을 찾게 된다. 이러한 11월은 내 영혼에 등불을 켜는 시간이다. 그런 등불을 예비하는 일은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독일교회에서 배운 교회력에는 11월의 깊숙한 의미가 잘 배어있다. 1일은 ‘모든 성인의 날’이고, 교회력 마지막 주일 직전 수요일은 ‘회개와 기도의 날’(Buss und Bettag)이며, 교회력 마지막 주일인 ‘영원한 주일’ 또는 ‘그리스도 왕 주일’이다. ‘회개와 기도의 날’은 일부 주에서는 국경일인데, 개인의 회개와 성찰을 공공의 차원에서 권장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자가 점점 길어가는 11월은 등불을 켜는 달이다. 삶이 정녕 아름다운 것은 자신의 시간에 의미를 붙이고,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의 매듭이 필요하다. 어둡다. 어서 등불을 켜라.

  “여호와여 주는 나의 등불이시니 여호와께서 나의 흑암을 밝히시리이다“(삼하 22:29).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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