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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기사승인 2017.11.14  00: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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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이의 손톱에 들인 봉숭아물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겨울이 왔습니다. 단풍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다른 계절에는 숨겨져 있던 산의 맵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날이 추워 먹을 것이 없어서인지 야생짐승들이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로 더 많이 내려오고 지나다니는 길마다 로드 킬이 자주 목격됩니다. 이미 생명을 다 한 동물들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부담이 됩니다. 어느 한 쪽만을 위한 편리함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상대편의 희생을 담보합니다.

   작년에 일면식도 없는 저희에게 사과를 보내주신 문경의 한 집사님께서 올해도 사과를 보내오셨습니다. 집사님은 사과를 보내시며 가을에 떨어진 우박으로 인해 사과에 조금씩 상처가 생겼는데 그것을 ‘보조개 사과’라고 하셨습니다. 사과가 도착하고 아이들과 함께 상자를 열면서 “여기 보조개가 있네. 이게 바로 보조개 사과야.”하고 말하니 아이들도 다음부터는 ‘보조개 사과’라고 불렀습니다. 보조개가 큰 것, 작은 것 하며 사과를 구분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상처 난 사과에 불구하지만 일 년 내 사과를 정성으로 기른 집사님께는 우박 맞은 사과의 상처는 보조개처럼 보였나봅니다. 먼저 그렇게 듣고 사과를 대하니 보조개 사과가 무척 정겹습니다. 작년에는 꿀이 들어 있다고 ‘꿀 사과’라고 불렀는데 올해는 옴폭한 보조개가 생긴 ‘보조개 사과’로 저희 집에 찾아 온 문경사과 덕에 아침마다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보조개 사과 두 개를 들고 학교에 간 큰 아이가 “선생님이 사과가 진짜 맛있대요.”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학교에서 한 놀이에 대해서 대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엄마 큰 부자가 보통 사람보다 더 빨리 거지가 되는 것 같아요.” 이야기인즉슨 학교에서 블록을 가지고 집짓기 놀이를 하는데 큰아이는 블록이 적었지만 다른 1학년 여자 아이는 블록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큰아이는 블록이 적어서 신중하게 다른 사람들의 물건을 블록과 교환한 반면 블록을 많이 가진 아이는 큰아이의 쿠키와 비누상자를 사는데 블록을 다 써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큰아이가 생각하기에 블록이 많던 아이가 금세 블록을 다 잃어버려서 더 이상 다른 것을 구매할 수 없게 되었으니 거지가 된 것과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옆에 있던 작은아이는 “저는 00이 누나 집에 얹혀살아요.”하고 말합니다. 작은아이는 블록이 없어서 2학년 누나의 집에 같이 사는데 “그런데 00이 누나가 혼자 살고 싶다고 말해서 제가 자동차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서 한 달에 한 번만 들어가서 살아요.”합니다. 저는 놀이이기는 하지만 그 말이 너무 재미있어서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집에서 나가면 어디서 자느냐고 물어보니 “자동차 바닥에 널브러져서 자요.”이럽니다. 차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그냥 바닥에 누워서 자야 한답니다. 집 없는 서러움을 놀이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이 놀이는 1학기 때부터 일 년 내내 집을 짓고 살면서 물건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는 놀이로 아이들 말로는 ‘오래오래 하는 놀이’랍니다. 아이들의 경제관념 형성에는 참 좋은 놀이인 것 같습니다. 정규 교과는 아니는 것 같은데 즐거운 놀이로 교육해 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어쨌거나 큰아이는 가상의 집에서 이것저것 살림살이를 갖추어 가고 있는 반면 작은아이는 얹혀살면서 한 달의 대부분을 집에서 나가 자동차 바닥에 널브러져서 자야한다니 마음이 짠합니다. 그나마도 작은아이의 자동차가 처음에는 바퀴가 두 개 뿐이어서 큰아이가 보다 못해 바퀴를 기증해주었다고 합니다. 누나들의 돌봄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네 명의 전교생이 이렇게 놀이를 하면서 작은 사회를 경험합니다. 서로 나누고 돌보지 않고서야 놀이에서도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올해에도 교회 김장은 따로 하지 않고 교인들이 각 가정에서 김장을 해서 한 통씩 교회로 가져오기로 하셨습니다. 지난 한 네 가정에서 김장김치를 보내오셨습니다. 저는 교회 김장을 하지 않는 대신 제가 일하는 센터에서 노인무료급식으로 나가는 김장 김치 500포기 절이기를 도왔습니다. 제대로 김장을 해 본 적이 없는지라 하루 돕고는 집에 돌아와서 앓았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렇게 서로 자신에게 있는 것을 나누어 줌으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함께 나눌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나누고 돕는 일에 인색하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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