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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잔치의 춤곡, ‘시온은 파수꾼들의 노래 소리를 듣고’

기사승인 2017.11.16  00: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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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력과 성서일과에 따른 이번 주 복음서 본문은 마태복음 25장 ‘열 처녀의 비유’입니다. 1731년 11월 25일 주일, 바흐는 이 본문을 중심으로 한 대본을 가지고 작곡한 칸타타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깨어라, 외치는 소리가 우리를 부른다(BWV 140)’를 독일 라이프치히의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인 2017년 11월 12일, 제가 담임하고 있는 대한민국 의정부의 '낮은자리 믿음교회'에서는 간단한 해설과 함께 가사를 해석해서 함께 읽어 가며 이 칸타타 전 곡을 감상하는 것으로 주일 설교를 대신했습니다. 시대를 뛰어 넘은 신비로운 연합이었습니다. 단순한 음악 감상이 아니라 한 편의 강렬하고 아름다운 설교였고 예배가 천국잔치의 모형임을 새삼 느끼게 해 준 ‘사건’이었습니다. 칸타타 140번의 내용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코랄 – “깨어라, 외치는 소리가 우리를 부른다, 램프를 들고 준비하라! 예식을!”
2. 레치타티보 - 구체적인 외침의 소리 “그가 온다, 그가 온다, 신랑이 온다!”
3. 듀엣 - 다이얼로그. 신랑을 향한 그리움과 신랑의 위로 “언제 오십니까? 나의 구원이시여 / 내가 가노라”
4. 코랄 - 다가오는 성취, 천국 혼인잔치의 춤 “시온은 파수꾼들의 노래 소리를 듣고”
5, 레치타티보 - 잔치 이후의 연합 신랑이 주는 희망의 메시지 “오라, 나와 함께 가자”
6. 듀엣 - 하나 됨의 기쁨 “우리의 사랑은 더 이상 분리되지 않을 것입니다”
7. 코랄 - 이 모든 것에 대한 감사 “ Ewig in dulci jubilo/감미로운 기쁨 속에서 영원히”
 
 곡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주님의 재림은 종교개혁 시대의 성도들에게 심판이나 두려움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주님과의 재회였습니다. 승천 오라토리오(BWV 11)에서 예수님의 승천을 거룩하고 신비로운 사건 이전에 주님과의 이별로 받아들였듯이 말입니다. 과연 오늘날의 성도 가운데 주님의 다시 오심을 사랑하는 주님과의 만남으로 여기고 눈물지으며 고대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대부분 종말과 심판이라는 강렬한 이미지에 압도되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교개혁시대의 신앙을 무미건조한 것으로 오해하지만 그들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섬세하고 아름다운 신앙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의 관계가 피상적이지 않고 인격적으로 매우 깊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종교개혁의 가장 아름답고 확실한 열매라고 할 수 있는 바흐의 음악이 이를 증명해줍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치 남 얘기 하듯 한국교회를 파헤치는 것 보다는 그 시대의 신앙인들처럼 주님에 대한 우리 각자의 인격적이고 깊은 사랑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흐의 음악처럼 모든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과 신앙의 결합을 회복해야합니다.

 칸타타 140번은 바흐 칸타타 중 가장 완성도가 높고 인기 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바흐 칸타타 중에서 가장 먼저 악보로 출판 되었고 저를 바흐 음악의 길로 이끈 작품이 바로 이 곡입니다.  특히 이 칸타타의 4번째 곡은 누구나에게 친근하고 사랑 받는 멜로디일 것입니다. 저는 이 곡을 ‘천국 잔치의 춤곡’이라고 부릅니다. 자끄 루시에 트리오와 바비 맥퍼린은 놀라운 감각의 멋진 재즈 음악으로 이 곡을 재해석했고 부조니, 빌헬름 켐프 등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은 이 곡을 편곡하여 연주하였지요. 누구에게나 그 자신만의 천국의 의미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이 곡이 세상의 모든 음악 중에서 천국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천국은 모든 사람에게 최상의 장소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엄격한 바흐의 이미지 속에 감추어진 우주적이고 자유로운 기운이 세상의 모든 음악, 모든 사람들을 천국으로 인도합니다.

 음악이 시작 되면 우주의 심연과 닿아 있는 한 자락 파도와 같은 리토르넬로 선율이 내 영혼 깊은 곳을 어루만집니다. 그러다가 테너의 노랫소리와 함께 천국의 벅차오르는 감격이 솟구쳐 오릅니다. 이미 소리와 언어 체계를 넘은 그 음악은 제게 천국을 가장 가까이 느끼게 해주는 수단입니다. 이제 한 달 조금 더 남은 종교개혁 500 주년을 바흐의 음악과 함께 보내는 것이야말로 이 역사적인 시간을 가장 의미 깊고 아름답게 채우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온은 파수꾼들의 노래 소리를 듣고
그 마음이 기쁨으로 인해 춤춘다.
시온은 깨어나고 서둘러 일어선다.
시온의 친구가 화려하게 하늘로부터 내려와
은혜 가운데 강건케 하고 진리 가운데 굳세게 한다.
시온의 빛은 밝아지고, 시온의 별은 우뚝 선다.
이제 오라, 고귀한 왕관이여,
주 예수, 하나님의 아들이여! 호산나!
우리는 모두 당신을 따릅니다.
기쁨의 연회장으로!
우리는 모두 만찬에 함께할 것입니다.

 

* 음악듣기 : 빌헬름 켐프의 편곡과 연주 ‘시온은 파수꾼들의 노래 소리를 듣고’
https://youtu.be/bXb0i-TZ590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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