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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기사승인 2017.12.11  23: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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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일 하루 종일 내린 눈으로 아이들이 신났습니다. 눈사람도 만들고 눈덩이 던지기도 하고 썰매와 스키를 탔습니다. 흘리는 알프스 스키장이 한창이던 시절이 있었고 이제는 문을 닫은 스키 대여점들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외관이 낡아져 가고 있습니다. 작년 겨울 어느 날 마을 이장님이 저희 아이들에게 스키를 한 세트씩 선물해 주셔서 아이들이 그것을 신고 눈이 오면 스키를 탑니다. 물론 집 앞 좁은 공간에서 짧게 오가는 것이지만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지난주에는 본교와 분교가 함께 홍천으로 스키캠프를 다녀왔고 처음으로 스키장에 가 본 작은아이는 스키가 너무 재미있다고 다시 가보자고 성화입니다. 큰아이는 삼 년째라 이제 제법 스키를 탑니다. 스키를 타지 못하는 저와 남편은 “우리가 스키를 못 타는데 스키장을 어떻게 가지?”하고 둘이서 눈만 멀뚱멀뚱하며 바라볼 따름입니다.

   지난주일 예배에는 새로운 군인 3명이 함께 했습니다. 이제 막 이등병인 친구는 아무리 편하게 있으라고 해도 편안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습니다”로 끝나는 모든 언어는 지금 현재가 그 청년에게 얼마나 긴장된 시간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낮선 환경과 낮선 사람들 그리고 가장 낮은 계급은 누구라도 그렇게 만들 것입니다. 어쨌거나 “편하게 생각하고”를 연발하며 앞으로 교회에 나올 때 어떻게 해야 하며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는 남편과 눈치를 보며 “습니다.”를 연발하는 군인들 사이에는 아직 건너지 못한 강이 있어 보였습니다. 부디 이 겨울에 진부령으로 자대배치를 받은 신병들이 추위와 제설작업에 잘 적응하여 무사히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교회 예배인원도 보존의 법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배인원 10명은 반드시 채워지는 것을 보고 남편은 “하나님의 은혜야.”하고 말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예배인원 보존의 법칙이 있는 것 같아.”라고 하기도 합니다. 군인들이 훈련이나 제설작업으로 아무도 나오지 못하는 날이면 마을 성도님이 오랜만에 나오시기도 하고, 지금처럼 추위를 피해 자녀들이 사는 도시로 성도님들이 이동한 겨울에는 군인들이 더 많이 예배에 참석합니다. 제대를 하면 새로운 군인들이 오고, 누군가 떠나면 새로운 성도가 옵니다. 한 사람의 난자리가 금세 표가 나는 작은 시골교회는 이렇게 새로운 한 두 사람이 채워지는 은혜 앞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근래 새로이 예배에 참석하게 된 성도는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와 함께 열심히 믿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중에 남편과 아랫마을 두 목사님이 의기투합하여 그 성도의 집 지붕을 수리해 주었습니다.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 지붕에 올라가 공사를 하고 나니 저녁에 남편의 얼다가 녹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술 취한 사람 같이 보였겠다 싶었습니다. 어쨌거나 장로님 말씀에 따르면 “세 목사님이 완전히 지붕 덮기 전문가”였다고 합니다. 아랫마을 목사님 한 분은 손 수 흙집을 지어본 경험이 있고, 정주목회 10년이 넘은 다른 목사님도 웬만한 것은 손 수 만들 수 있고 장작패기도 잘 하십니다. 저희 남편도 이제 교회 수리는 혼자 하는 시골목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 찾기도 어렵고 공사업자를 불러도 함흥차사로 오지 않는 시골에 이렇게 든든한 목사들이 있다는 것은 마을에도 축복입니다. 저희 교회 지붕도 공사를 해야 하는데 공사를 해 줄 업체가 없습니다. 속초의 건설 호황으로 건설업체들이 워낙 바쁘기도 하거니와 저희 마을은 거리가 멀어 공사업자들이 오기를 기피합니다. 벽을 뚫어야 하는 부엌 LPG가스관 설치를 지난여름에 의뢰하였지만 아직도 되지 않아 가스관이 창문으로 나가 있습니다. 창문을 제대로 닫지 못해 찬바람이 들어오니 저는 남편만 자꾸 재촉하게 됩니다. 몇 번을 언제 업자가 오느냐고 물으니 남편이 임시방편으로 찬바람을 막을 수 있는 설비를 해 주었습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심야전기를 절약하기 위해서 남편은 온수 벨브를 조금씩 조정해 두었습니다. 심야전기도 10시 이후에 난방전기를 써야하니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고 손이 갑니다. 그런가 하면 화목난로를 쓰는 많은 가정들은 겨울을 날 장작을 구하기 위해서 군청 장작구매 신청날이면 새벽부터 군청 앞에서 줄을 섭니다. 경쟁이 아주 치열하지요. 지역의 어느 사모님은 서울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나이가 어린 학우들이 있는 곳에서 연탄불 피우는 이야기를 했더니 요즘도 연탄을 피우는 곳이 있냐며 깜짝 놀라더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애처로운 눈으로 그 사모님을 바라보았다고 하여 웃었습니다. 저희는 나무든 연탄이든 심야전기든 갖추어진 설비대로 겨울을 날 따름입니다.

   추운 겨울이기에 예수님 오심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간절해집니다. 세상은 춥고 삶은 치열하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은 따듯하고 너그럽습니다.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듯 어렵고 힘들수록 더 단단히 믿음의 단추를 채워가는 한 주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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