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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차이

기사승인 2018.02.10  0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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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은 연주회를 다녀왔다. 독일의 같은 도시에서 공부하고 신앙생활도 함께 한 인연으로 모인 음악가들이 특별히 사역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주 자리를 만든 것이다. 팀 이름은 <안음>, 안아준다는 뜻이라고 소개했지만 분명 평안한 소리라는 뜻도 있을 것이다. 아담하게 작은 연주홀의 대관부터 연주회 후 다과까지 모든 것을 연주자들이 부담하여 준비한 음악회는 심지어 무료 초대이기까지 했다. 연주회의 성격상 이 위로의 연주회는 다소 격식 없이 아이들도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연주회의 분위기는 느슨했어나 연주는 결코 느슨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제대로 공부하고 돌아온 젊은 음악가들의 실력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었던 훌륭한 연주회였다. 그들은 모두 프로다웠다.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적당히 설렁한 연주를 들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최선을 다한 연주에 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흘렀다. 그런데 이 작고 아늑한 연주회 중 작은 소동이 하나 일어났다. 한 곡이 끝난 후 모두들 깊은 감명 가운데 침묵 속에서 다음 곡을 기다리고 있을 때 어디선가 갑자기 어린 아이의 작은 혼잣말이 들려왔던 것이다. “시끄러워.”

묵직한 감동이 그 소리에 화들짝 달아났다. 시끄럽다니, 민망하고 작은 웃음들이 일었다. 작은 홀이었기에 아이의 소리는 모두에게 닿았다. 연주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리에 예민한 연주자들에게 이 사태는 어쩌면 상당히 불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소리를 들은 바이올린 주자는 세련되고 친절하게 역시 피식 웃으며 다음 곡을 이어나갔다.

이어지는 연주를 들으면서 아이의 시끄럽다는 말을 생각해보았다. 아이에게는 이 멋진 연주가 충분히 시끄러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피아졸라의 곡을 처음 들으며 단박에 감명 받을 아이가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다가 생각은 서서히 다른 깨달음에 가 닿았다. 음악적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 수준 높은 음악은 그저 소음으로 들릴 것이다. 예술적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 고차원적 현대 미술은 말도 안 되는 장난처럼 보일 것이고, 문학적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 깊이 있는 영화나 소설의 감상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고문일 것이다. 그렇다. 내 수준이 바닥이면 아무리 훌륭한 것도 내게는 쓰레기로 보일 것이다.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오지 못할 것이다.”(요 8:21)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시자 유대인들은 서로 말했다.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못 온다니,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이것은 수준 차이가 이해를 가로막는 분명한 예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의 영적 수준에 미치지 못 했고, 그러기에 예수님의 상징을 액면 그대로, 문자적으로 받아들여 곡해했다. 수준이 바닥이면 천하 귀한 보석도 돌멩이로 보이는 법이다. 아름다운 진주도 단지 먹을 수 없는 쓰레기로 보이는 법이다.

그러니까 유치하거나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특히나 신앙과 관련되어 옳지 않다고까지 여겨지는 사태들이, 사실은 실상이 그래서가 아니라 내 영적 수준이 바닥이라 내게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늘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신앙과 교리에 관련된 판단에 있어서 우리가 더욱 조심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아라. 그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되돌아서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마 7:6) 이 말 속의 ‘너희’가 항상 나라는 법은 없다. 혹시 나는 아직 개나 돼지의 수준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섣부른 행동은 오히려 거룩한 것에 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수준의 차이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도 시끄럽게 들리게 만든다. 감히 섣불리 내 수준을 높다 여기지 말자. 그것이 신앙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더.


“어떤 사람이 아무것도 아니면서 무엇이 된 것처럼 생각하면 그는 자기를 속이는 것입니다.” (갈 6:3)

 

이진경 jinkyung.lee@yahoo.co.kr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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