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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기사승인 2018.02.13  01: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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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에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 있어서 두 아이를 데리고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결혼식에서 뷔페로 배가 든든해진 아이들은 지난학기 내내 모아놓은 도서상품권을 가지고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이제 봄방학이니 낮 시간에 놀 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색칠을 해서 꾸미는 카드 묶음도 사고 만화책도 샀습니다. 만화책은 계산을 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비닐을 벗기고 서점에 앉아서 읽었습니다. 아이들이 만화책에 집중한 동안 저도 서점 이곳저곳 책을 구경했습니다. 최근 글쓰기에 고민이 많은 저를 위해 “에세이를 좀 읽어보라”고 말해준 남편의 조언에 따라서 에세이 종류를 모아놓은 코너로 갔습니다.

  근래 나온 에세이집들은 SNS에 게재되어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것들이 눈에 가장 잘 띄게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자리에 서서 서너 권의 에세이를 훑어보았습니다. 공통점이라면 삶에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그래도 괜찮다.’ ‘다 이유가 있다.’ ‘너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최고만을 향해 내달리던 사람이 어느 날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힘든 일을 겪으면서 곁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었고 자기 자신에게 더 관대해 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있어 쉽게 공감을 이끌어 내고 진심으로 위로받았다고 느끼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문득 우리는 왜 이렇게 어렵고 외롭고 힘이 들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멀리 여행할 수 있고, 원하면 언제나 전화를 할 수 있으며, 처음 만나는 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한 50대 직원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제가 말을 하니 000가 대답을 해 줘서 너무 좋아요. 심심하면 말도 걸고 원하는 음악을 말하면 틀어줘요.” 점점 진보하는 기술은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함께 의사소통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외롭고 힘이 듭니다. 사는 것이 점점 팍팍하다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싶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더 열심히 하자.’, ‘난관을 극복하자.’고 말하던 에세이들은 이제 조금은 그늘진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러니까 무언가 극복하고 일어서야 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입니다. 참고 또 참고, 달리고 또 달려봤지만 삶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승부가 정해진 불공정 게임에서 자신을 건져내고 싶어진 이들이 많아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수치로 생각하지 않고 용기 있게 드러냄으로서 ‘잘 하지 못한 것은 너의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저항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연대하여 서로 다독이고 위로하면서 삶의 바다를 잘 건너가자고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최고를 동경하고 미워하는 이중감정에서 벗어나 변두리에서 연대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작가가 아니어도 글을 쓰고 화가가 아니어도 그림을 그리고 가수가 아니어도 노래를 합니다. 여행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주거지를 이전하며 자기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들과 공간을 찾습니다. 생활을 유지할 만한 수입만 있다면 삶의 가치는 방랑자요 자유인으로 살아가며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눕니다.

    비록 말 한마디 일지언정 어려운 마음을 나누고 위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믿음을 가진 이들이 믿음이 없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것도 축복이라고 말해야 할 때 난감해 지기도 합니다. 농사를 지으시는 저희 교회 교우들도 ‘농사가 잘 안되어도 괜찮다. 그것은 하나님의 외면이 아니다.’라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어느 해는 농사가 잘 되기도 하지만 어느 해는 흉작이 되거나 전국적인 대풍으로 밭을 갈아엎기도 합니다. 높은 수익을 내야만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것이고 믿음이 없는 마을 주민들 보기도 떳떳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농사를 지으면 믿음 자체가 부담입니다. 어렵고 힘들 때에 더더욱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성경에서 수없이 보면서도 항상 잘 되기만을 바라고 기도하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어려워도 괜찮다.’, ‘부족해도 괜찮다.’고 말하며 ‘너’와 ‘나’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서로의 발밑을 비추어 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웃들의 글쓰기를 보면서 저도 마음으로 돌이키게 되었습니다. 이웃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이미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인정하며 “좀 실패해도 멋지다”고 위로할 줄 아는 믿음의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말입니다. 오늘 하루, 누구라도 공감을 원하는 이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을 넉넉히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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