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기둥이신 장로님이 지난주 화요일에 폐렴으로 입원을 하셔서 교우들과 함께 병원 심방을 다녀왔습니다. 때마침 감기로 지난밤부터 코피를 쏟은 마을 아이도 응급실에 있다하여 가보았습니다. 저희 큰아이도 감기로 지난주 코피를 많이 쏟았는데 환절기 기온 변화에 몸이 적응하느라 아이들이 앓나봅니다. 부디 장로님도 마을의 아이도 열이 떨어지고 쾌차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저와 처음 만났을 때는 초등학생이었지만 이제는 서른이 되고 작년에 결혼한 친했던 동생이 5년이 넘도록 열심히 일해서 이제는 인정받기 시작한 언론기관을 퇴사하고 아내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지만 자신들을 얽매고 있는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서로에게 주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모든 난관 앞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고 그 모든 과정을 진지하고 겸허하게 살아볼 작정이랍니다. 선교사의 자녀로 어린 나이에 가장 먼저 타국의 언어를 익혀 부모의 설교를 번역해 주던 영특하고 재주 많은 어린이였으며, 부모의 긴 부재를 말없이 잘 견뎌낸 의젓한 청소년이었습니다. 이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의 앞길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함께하기를 바라며 어떤 선택을 하든지 기뻐하고 즐거워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렇게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아서 나서는 지인들을 볼 때면 저도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그때라야 할 수 있는 일을 놓치지 않고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큰아이가 지난 주말에 학교 문고에서 책을 한 권 빌려와서 읽었습니다. “엄마 너무 재미있어요.”하고 건네준 책은 어린이 자기개발 동화책이었습니다. 200페이지에 달하는 동화책에서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책 말미에 적힌 두 페이지의 ‘작가의 글’이었습니다. 동화작가는 열두 살에 자살을 생각했고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했다고 합니다. 술에 취한 아버지와 신세한탄을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학교 앞 육교에서 뛰어내려 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에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읽었고, 그 후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죽을 틈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작가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가난했고 힘들었으며 인생이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고 생각되었다고 합니다. 그때 그녀는 자신의 꿈을 목록으로 만들어 기록한 후 그것을 해 보기로 했답니다. 그렇게 자신이 만든 꿈 목록에 따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 결과 80여 개국을 돌며 70여개의 꿈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자신과 같이 절망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살다보면 힘들 때도 많지만 꿈이 있으면 이겨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동화책을 썼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새 땅으로 가기 위해서 애굽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원망하다가 그만 광야에서 죽게 되었습니다. 사실 광야는 불편했을 것이고 불만이 터져 나올 만큼 긴 시간을 머물러야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그 광야에 있었어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을 탓하지 않으시고 그 불만을 해소시켜 주시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응답하셨습니다. 하지만 불평하는 것이 쉽고 익숙해져서 더 이상 꿈꾸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 이스라엘 민족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앞에 두고도 불평과 불만만 이야기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어리석음은 광야를 지나는 동안 자신들의 필요를 하나님께 불평으로 드러낸데 있다기보다 이제는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때 아무리 좋은 것을 주어도 그것을 알아차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그것도 집단적으로 말입니다. 꿈 꿀 수 없는 것, 좋은 것을 주어도 그 값어치를 알아차릴 수 없는 것, 감사해야 할 때 감사할 능력이 없는 것이야 말로 불행 중 불행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가나안인의 기골 장대함을 두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보고 때를 가릴 수 없는 우리의 감은 눈을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작가는 12살에 자살을 하기 위해 육교를 오르내렸지만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의 눈이 열렸습니다. 종교적으로 연결 짓지 않더라도 그 작가를 살린 것은 환경이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꿈을 꾸고 마음이 변하니 삶이 변했습니다. 지나온 시간에 저도 불평하느라 하나님의 도우심에 감사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았습니다. 언제 그랬는지 돌이켜 보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불평은 잦았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지라 지금도 아슬아슬 줄타기를 합니다.
인생이라는 광야는 시간이 지나가고 나이가 들어간다고 문제가 그냥 해결되지 않습니다. 남은 인생의 광야를 어떻게 지나가야 할까 생각해 보니 불평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불평이 습관이 되어서 그것이 믿음의 눈을 가리게 하면 그 열매는 결국 제가 먹게 된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다짐해봅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 누구와 함께 있든지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지금이 하나님의 도우시는 때인지를 살피기로 말입니다. 부디, 하나님 안에서 꿈 꿀 수 있는 힘이 광야를 지나 천국에 이르도록 계속되기를 기도합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