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감리회판 코미디가 법정에서 연출됩니다.
1. 성모 목사는 왜 소를 취하했을까?
21일 오전 성모 목사가 선거무효소송 항소심(2018나 2009492)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1심 법원이 감독회장 선거가 무효라고 판결하고 이 판결에 기초해 감독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감리회의 관심은 감독회장 재선거에 관심이 맞추어졌습니다. 사실상 소송은 끝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교리와 장정에 의하면 감독회장 선거는 선거시행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 등을 감안하면 직무대행 선출 후 3개월 이내에 치러야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감독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2-3개월 사이에 전국적인 선거를 치르는 것이 비용은 물론 감리회의 혼란을 더 크게 한다는 점에서 감독선거와 함께 치르자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었습니다. 때문에 9월 감독회장 재선거를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직무대행이 취임한 후 이상한 흐름이 여기저기서 발견됐습니다. 논란이 없는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항소취하가 우선돼야 했지만 직무대행은 이런 저런 이유로 미적거렸습니다. 그 사이에 재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감독회장의 임기가 4년이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감리회의 유력한 변호사의 입을 통해 번져갔습니다. 그리고 이 허무맹랑한 주장을 기정사실화 하는 흐름도 보였습니다. 또 지난 연회에서 선출한 선거인이 감독회장 선거인이 아니기 때문에 감독회장 재선거를 위해서는 임시연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주장도 역시 유력한 변호사의 판단에 따라 퍼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직무대행이 말로는 재선거를 실시한다고 말하지만 재선거 실시가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결국 재선거를 실시하지 않고 직무대행 체제를 2년 이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소문도 소리 없이 퍼져갔습니다.
그렇다면 이 소문이 단순한 소문이든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든 당연히 직무대행은 이 소문들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에 나서야 했습니다. 재선거 일정을 명확하게 밝히고, 논란이 되는 문제는 장정유권해석위원회를 열러 정리하면 될 문제였습니다. 특히 선거인 문제의 경우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연회 폐회 후 60일 안에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여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는 감독/감독회장선거법의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빨리 장정유권해석을 받고 임시연회를 개최하도록 조치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모 목사는 6월 14일 기간을 1주일 즉 21일로 정해서 공개적으로 직무대행에게 항소취하와 신속한 재선거실시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성명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직무대행 또한 이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대행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예상했던 대로 성모 목사는 소를 취하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이번 사태의 원인을 직무대행이 제공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2. 이철 직무대행이 소 취하 부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성모 목사가 21일 오전 10시에 소취하서를 법원에 접수했습니다. 그리고 감독회장 선거무효소송 항소심(서울 고등 2018나 2009492)이 11시 20분에 서울고등법원 제8민사부에서 진행됐습니다. 불과 1시간여 차이입니다. 그런데 직무대행은 마치 성모 목사가 소를 취하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법원에 <소 취하 부동의서> 즉 성모 목사가 소를 취하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여기서 혼란이 생깁니다. 이 소송의 원고는 기독교대한감리회입니다. 그동안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성모 목사의 주장은 잘못됐다며 성모 목사의 주장과는 달리 감독회장 선거가 합법적으로 치러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그리고 1심이 잘못됐다며 1심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항소했습니다. 그런데 성모 목사가 소를 취하하면 소송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 됩니다. 1심 판결 역시 사라집니다. 때문에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 감리회로서는 성모 목사의 소 취하를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해야 한다면 그동안 감리회의 금권선거와 타락한 선거문화를 바로잡고자 노력했던 감리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해야 했습니다. 이번 선거무효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 선거를 관리했던 선거관리위원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교리와 장정>에 따라 수천만 원을 배상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향후 감리회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저질러지는 불법과 부정은 최소한 막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정작 성모 목사의 소 취하를 반대해야 할 사람은 금권선거와 타락한 선거문화 개혁을 꿈꾸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아스럽게도 정작 소 취하를 반겨야할 감리회가 <소 취하 부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입니다. 그동안 선거가 무효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이어왔던 감리회가 선거가 무효라는 주장을 철회하겠다는 원고를 향해 그 주장을 계속하며 다투어 보자고 요구한 것입니다. 소송이 이어지면 법원이 선거가 무효라고 판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말입니다. 선거 무효를 통해 불법을 저지른 자들, 선거무효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반길 일이지만 감리회의 태도가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
3. 이제 감리회판 희극이 법정에서 연출됩니다.
어쨌든 법원을 무대로 감리회가 만들어 내는 한 편의 코미디를 관람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성모 목사는 선거가 무효라고 주장했고 1심 법원이 성모 목사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감리회가 항소법원에 이 문제를 다시 판결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말하자면 1심 판결을 뒤집어 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선거가 무효라고 주장하던 사람이 법정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선거가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만 남았습니다. 앞으로 상황에서 재판이 진행될 경우 그 재판은 한 편의 코미디가 될 것입니다.
선거가 무효라고 주장하던 성모 목사가 사라진 법정에서 감리회는 어떤 주장을 하든지 간에 진퇴양난에 빠질 것입니다. “선거가 합법적으로 치러졌다.”는 기존의 주장을 계속할 경우 판사가 이렇게 묻지 않을까요? “그러면 원고의 소 취하를 받아들이면 피고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인데 왜 소 취하 부동의서를 제출했습니까?” 그러면 감리회는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직무대행과 소송대리인에게 묻고 싶습니다.
반대로 “감독회장 선거는 합법적으로 치러졌다는 기존의 주장을 철회합니다.”하고 주장할 경우 판사가 이렇게 묻지 않을까요? “그러면 항소를 취하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항소를 취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만약 판사가 이렇게 묻는다면 감리회는 무어라고 대답할지 직무대행과 감리회 소송대리인에게 묻고 싶습니다.
감리회는 지금 진퇴양란에 빠졌습니다. 지금은 지난 감독회장 선거가 유효한 선거라고 주장할 수도 없고, 무효라고 주장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선거가 유효하다고 주장하려면 성모 목사의 소 취하를 부동의할 명분이 사라지고, 선거가 무효라고 주장하면 1심 선고를 받아들이면 되기 때문에 항소를 포기하거나, 항소를 취하했어야 하는데 성모 목사가 소를 취하한 상황에서 항소를 취하할 수도 없습니다.
<현대조직의 리더십 이론>의 저자인 유클(Gary Yukl)은 현대 사회에서 한 개인이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개의 자질 중 하나가 결단력(Determination)이라고 말했습니다. 감리회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직무대행에게 필요한 것은 결단력이었습니다. 9월에 재선거를 실시할 요량이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재선거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감독들과 총회실행부위원회 위원들의 일관된 입장은 9월 재선거였습니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고 확실하게 하는 것이 바로 항소취하입니다. 물론 당사자를 비롯해 일부의 반대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감리회입니다. 그리고 일부에서 직무대행이 재선거를 실시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항소 취하를 통해 본인의 의지를 분명하고도 명확하게 밝히고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재선거와 관련된 일정들을 분명히 밝히고 논란이 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어야 합니다. 하지만 직무대행을 그것을 결단하지 못했습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대행의 결단력 부족이 결국 오늘의 복잡한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것입니다.
박경양 kmpeace@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