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행복하지만, 항상 두렵다. 목사로 산다는 게. 목회를 하며 산다는 게.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올바른 길로 가지 않으면 성도들이 대부분 나와 같이 올바른 길로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따르라’고 말하지 않아도 나를 따르는 게 성도들 아닌가.
아주 자주 목회가 힘든 것은 설교(말하는 것)가 어려워서라기보다 설교대로 사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이 진리라면 목회는 참 어려운 것이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서 그렇게 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말했다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
자신이 말한 대로 살든, 말한 대로 살지 못하든 목회란 그것을 지향하기에 어렵다. 어떤 이들은 목회가 어려운 것이 많은 사람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란다. 뭐, 아주 말이 안 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본질을 잘못 짚은 말이다. 목회는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비위를 맞추는 게 맞다.
하여튼 목사로 사는 것은 곧 성도들의 안내자로 살아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너무 앞서지도 너무 뒤서지도 말라는 선배 목사들의 충고가 아직 귀에 쟁쟁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자요 안내자여야 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안내자로 살아야 하기에 두렵다. 이 일을 하는 중에도 그렇지만, 다하고 나면 분명 하나님의 평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혹 잘못 인도했다고 하면 어쩌나. 그렇다고 그만 둘 수는 더욱 없고. 두려움으로 일해야지 다짐한다. 자주.
2013년 4월 28일, 영국 선덜랜드에서 열린 마라톤 풀코스 경기에서 결승선에 들어온 마라톤 선수 중 1명을 빼고는 5,000여 명이 실격처리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믿기지 않는 일이 정말 벌어졌다.
이 사건은 2위로 달리고 있던 선수가 지정된 마라톤 코스를 잠시 벗어나 달렸다가 다시 원래 코스로 돌아온 것에서 비롯된다. 2위 선수는 잘못을 모른 채 열심히 달렸다. 다음으로 달리던 3위 선수도 그의 뒤를 따랐다. 그 다음 4위 선수도, 5위 선수도....
무조건 앞 선수를 따른 선수들에게 문제가 있다. 지정 코스를 염두에 두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앞사람만을 따라가던 5,000명의 선수들은 전체 42.195㎞에서 고작 264m만을 덜 뛰었다. 하지만 모두 실격처리 되었다.
이 경기에서 한 사람만이 완주자로 인정되었다. 그는 마크 후드라는 선수이고 정확히 지정 코스로 완주했다. 마라톤 선수는 앞서 달리는 선수가 멘토일 수 있다. 뒷모습만 보고 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은 어떨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목사는 신앙생활을 모범적으로 하는 것이려니 하고 따른다면, 목사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성도들은 어떻게 될까. 끔찍하다. 물론 무조건 모든 성도가 그른 길을 모르고 따른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성도들이 그러지 않을까 생각하기에 두렵다. 깨어있어야 할 이유, 성경을 제대로 해석해야 할 이유, 하나님이 그어놓은 인생의 지정 코스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성령의 인도함이 필요한 이유....
그저 그분께 손 내밀 뿐이다.
“오, 주여! 인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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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현 목사 | ||
김학현 nazunja@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