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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기사승인 2018.07.16  21: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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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그치고 시작된 한낮의 불볕더위로 아이들은 “읍내는 프라이팬 위”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이들도 땀을 뻘뻘 흘리고 저도 한낮에 외부에서 일을 하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도시지역은 더 더울 텐데 부디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은 본교와 분교 통합으로 학부모와 함께하는 어린이 캠프가 진행되었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시골 학교는 행사도 많고 아이들과 학부모에 대한 지원과 배려도 많습니다. 캠프 장소는 고성 소재의 잼버리수련장이었습니다. 첫날 저녁에는 장기자랑과 캠프파이어가 있었습니다. 장기자랑 시간에 분교 아이들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를 립싱크 하는 장기를 준비하였습니다. 능청스럽게 테너와 소프라노가 되어 립싱크를 한 두 아이와 악기 없이 오케스트라를 연기한 네 명의 아이들은 보는 이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캠프파이어는 아주 고전적인 형식이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큰 원을 만들어 장작더미를 둘러싼 후 “불아 붙어라!”라는 아이들의 함성과 함께 교장선생님과 학생 대표가 불을 붙였습니다. 이후 아이들은 진행자의 안내를 따라 모둠별 게임도 하고 음악에 맞추어 춤도 추었습니다. 낮을 가리고 쑥스러워하기로 치면 일인자인 저희 집 작은아이와 큰아이가 열심히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저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남편과 저는 “저 유전자는 어디서 온 걸까? 그래도 잘 따라하니 다행이다.”하고 열심히 춤추는 아이들을 보고 안도했습니다. 놀기에는 젬병이요 춤도 노래도 별 소질이 없는 저는 유쾌하게 유희를 즐기는 아이들을 보며 심히 흐뭇했습니다.

   밤에는 5명의 분교 여자아이들과 제가 함께 숙소를 사용했습니다. 각자 씻고 잠자리에 누운 시간은 밤 11시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방 안에서 피곤한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연신 깔깔대고 장난을 치며 잠자기를 거부했습니다. 제가 잠들기 전에 기억나는 것은 3학년 아이가 본인이 아는 모든 동화를 조합하여 만들어 낸 판타지 장편 동화를 들려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새벽 5시 반부터 깔깔대며 노는 아이들과 “엄마 일어나요.”하고 저를 흔들어 깨우는 큰아이가 옆에 있었습니다.

   둘째 날은 온 가족이 난생 처음 카트와 짚라인을 타 보았습니다. 큰아이는 혼자서 카트 체험을 했고 작은아이는 키는 크지만 아직 2학년이어서 혼자서는 카트를 탈 수 없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에 저와 함께 카트를 탔습니다. 짚라인은 아래에서 바라보면 별로 높지 않아 보였지만 막상 올라서보면 많이 긴장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학교 덕분에 마흔이 넘어 새로운 체험을 했습니다. 새로운 것 보다는 익숙한 것이 좋고, 돌발적인 것 보다는 계획된 것이 점점 더 좋아지는 저이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기에 ‘미지의 세계도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씩 익혀나갑니다.

   두려움은 어린아이들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두려움의 방향이 다를 뿐 어른들도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의 두려움이 생존에 조금 더 가깝고 구체적인 것인 반면 저의 두려움은 막연함에 더 가깝습니다. 신앙이 없었다면 그 막연함을 어떻게 이겨나갈 수 있었을까요? 하나님 없이 ‘미지의 삶’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주말에는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낸 후배가 휴가를 맞아 저희 집에 들러 하룻밤 자고 주일 예배를 함께 드렸습니다. 그 후배는 성인이 되어 하나님을 만났고, 이후 찾아온 어려움 속에서도 믿음을 버리지 않고 더 든든히 하나님을 붙잡아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후배의 남편은 종종 저희 교회 주일 공동식사를 위한 재료를 보내주기도 합니다. 한때는 제가 믿음의 선배로 자처하였지만 이제는 그 후배와 남편이 저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처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당신 인생 헛살지는 않았어.”라며 저에게 칭찬과 위로를 건넸습니다. 요즘 일터와 교회, 남편과 아이들 말고는 만나는 사람이 없다며 ‘인간이 얼마나 적은 인간관계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산 증인’이라며 혼자 중얼대는 저를 위한 위로의 말이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저는 여러 가지 핑계로 다가가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다가오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어려울 때마다 위로의 손길을 보내주시는 하나님의 적극적인 사랑을 닮아가야겠습니다. 오늘 하루, 삶의 막막함은 하나님께 맡기고 좁은 인간관계에 불안해하지 않으며 주어진 날을 충실히 살아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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