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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 밥을 얻어먹으며

기사승인 2018.08.17  19: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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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 밥을 얻어먹으며
 

한동안 농장에 가지 못했다. 어제 모처럼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농장에 들렀다. 저녁 7시 가까이 되어 도착했다. 방금 전 일을 마친 그들은 몸을 씻고 있었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에도 그들은 여전했다. 폭양이 내리쬐는 한낮에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가마솥더위에 낮에 잠시라도 일손을 놓고 좀 쉬는가 하고 물었더니 대답은 아니요, 였다. 그들은 아침 6시 반부터 저녁 6시 반까지 노동했다. 요즘 같은 날에 점심 먹고 나서 좀 쉬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대답은 똑 같았다. 오히려 숨이 턱턱 막히는 말을 덧붙였다. 이전과 같이 점심 먹자마자 쉴 새 없이 일을 계속한다고. 농장마다 좀 차이가 나지만 그들이 일하는 농장의 노동 강도는 가히 살인적이다. 길이가 150미터 되는 비닐하우스 100동이 있는 농장에서 온종일 땀을 쏟으며 그들은 여전히 그렇게 일을 하며 지냈다. 아니 강요 당하고 있었다.

농장 귀퉁이에 있는 기숙사에 들어갔다. 가건물에 검은 비닐을 덮어씌워놓은 숙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마치 한증막에 들어온 것 같았다. 마침 한쪽 주방 가스렌지 위에서 무엇인가를 끓이고 있어 집안의 열기를 더했다.

친구들은 네팔음식을 권했다. 이전에 한번 먹어본 음식이다. 돼지고기를 기름에 튀긴 뒤 카레를 넣고 볶은 것(매우 짜다)을 밥과 함께 먹는 거다. 수프를 밥에 넣어가며 먹는다. 육수에다 콩으로 만든 발효식품과 카레를 넣고 끓인 거다. 반찬은 없다. 다행히 방에 벽걸이 에어컨이 있었다. 중고 에어컨. 안 보이던 것이라 궁금해 했더니 며칠 전 농장주가 설치해줬다는 말을 했다. 5년 만에. 아무튼 에어컨 덕분에 식사는 땀 흘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매일 중노동을 하는 그들은 그야말로 일꾼 밥을 먹는다. 큰 접시에 담은 밥이 산더미처럼 수북하다. 내 것은 그들보다 적게 담는다고 했지만 그래도 대접의 절반은 됐다.

식사를 하면서 나는 근처 농장 두 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 안부를 물었다. 두 곳엔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네팔, 파키스탄, 몽골 등에서 온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여자 노동자들도 있다. 그들도 역시 이 더위에 점심시간 외에 더 쉬는 시간 없이 일한다고 했다. 가건물에 검은비닐을 덮어씌워놓은 기숙사 두 곳 모두 에어컨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주에게 어떤 권리를 주장하기란 쉽지 않다. 아주 어려워한다. 고용주에게 밉보이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몸을 몹시 사린다. 비자를 연장한다든지, 취업기간을 연장한다든지, 직장을 옮길 때 고용주의 권한이 법적으로 절대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갑을관계도 이런 갑을관계가 없다. 큰 용기를 내어 무슨 요구를 하면 쉽게 묵살된다. 협박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경찰에 신고해 출국시켜버리겠다는 말은 흔히 듣는 거다. 이주노동자들은 현대판 노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한증막같은 기숙사에 에어컨 하나 설치해 달라는 말을 감히 못한다. 그저 주인님의 선처나 바랄뿐.

이제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물론 농사도 이주노동자들 없이는 그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다.
언제까지 그들을 일회용 물품처럼 취급할 것인지. . .
인간을 오로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사회를 우리는 언제까지 수용할 것인가?
노동이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 되는 새로운 세상 -하나님나라를 세우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일꾼 밥을 친구들을 따라 덩달아 다 먹어치웠다.

 

포천이주노동자상담센터(평안교회 부설)

대표 김달성목사

 

 

 

김달성 kdalsung@hanmail.net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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