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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떨어지고 싶을까?

기사승인 2018.11.08  17: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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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1월 초의 늦가을에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미세먼지까지 합세한 날씨가 우중충하다. 이가 많이 파였다고 해서 때우려고 치과에 갔다. 나이가 들으니까 자꾸 치과에 출입하게 된다. 다음 주에는 임플란트를 하잔다. 두 개까지는 보험이 되기 때문에 많은 돈이 들지는 않는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라 할까? 나이가 들면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어두워지고 이가 빠지게 마련이다. 어떻든 내 마음이 날씨만큼이나 어둡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걸었다. 어떤 나무 밑에는 누렇고 둥글 넙적한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내 발에 밟히는 낙엽. 내일이면 미화원들의 빗자루에 쓸려서 자루에 들어갈 낙엽. 그렇지 않으면 바람에 흩어질 낙엽.

그 낙엽들은 한때 푸르름을 자랑하면서 나무를 위해 봉사했고, 행인들을 위해서 그늘을 드리웠고, 비바람을 견디면서 아름답게 거리를 장식했었다. 그러나 이제 계절의 변화를 견디지 못해서, 빗방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누렇게 혹은 검붉게 변색한 채 힘없이 길바닥에 떨어져 쌓이고 있다.

나뭇잎에도 생명이 있으니까 그들에게 느낌이 있지 않을까? 그들도 봄에 피어날 때 탄생의 환희를 느끼지 않았을까? 여름의 햇빛을 받으면서 젊음을 구가하지 않았을까? 이제 변색하여 떨어지면서 고통을 느끼지 않을까? 그들이 하나님을 믿지는 않겠지만, 이것이 바로 자연의 질서라고 체념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들도 오래오래 푸르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그들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지 않았을까?

오늘 낙엽을 밟고 집에 오면서 문득 지금 80세 중반인 선배가 생각났다. 2, 3년 전 오랜만에 만난 그분에게, “건강하신 것을 보니 앞으로 10년은 더 사시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하시는 말씀, “그래!? 그러면 내가 90밖에는 못산다는 말이네.” 나는 민망한 마음이 들었지만, 욕심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후로는 80대의 선배들을 만나면 “앞으로 20년은 더 사시겠습니다”로 인사를 바꾸었다.

한번은 내 동료 장로와 함께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91세인 원로 장로님 문병을 간 일이 있다. 그분은 당뇨 합병증으로 여러 번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이번에는 병원에서 나오시지 못할 것이라고들 말했다. 그래서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았다. 문병을 마치고 나오기 전에 동행한 장로가 환자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 기도가 끝나자 그 원로장로가 “그래 이제 천국에 갈 준비를 해야지”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분은 이북에서 피난 나오셔서 우리 교회를 위해서 평생을 바치신 아주 모범적인 장로님이셨다. 평소에는 천국에 갈 날을 고대하신다고, 기쁨으로 천국에 가시겠다고 말씀하시던 분이 정작 죽음을 앞둔 지금은 천국 갈 생각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평소에 천국을 고대하며 산다고 공언하는 사람이라도 이 세상에서 오래 살기를 바란다. 내 젊음을 바쳐서 헌신한 교회, 내가 사랑하는 가족, 나와 함께 고생한 친지들, 나에게 행복을 주었던 사람들을 두고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그들과 오래오래 같이 하고 싶은 그 마음을 탓할 수 없다. 아무리 믿음이 좋은 분이라도, 아무리 나이가 많은 분이라도, 아무리 위중한 병자라도 문병을 갔을 때는 곧 쾌차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말을 해주어야 한다.

오늘 비를 맞고 길바닥에 딩구는 낙엽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좀 더 살고 싶어서 치과에도 가고 심장내과에도 가고 혈압약도 먹고 당뇨약도 먹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 이렇게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고, 날마다 열심히 운동하는 것은 이 땅에서 오래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하나님! 이 세상도 당신이 지으신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신 당신의 나라 아닌가요? 이 당신의 나라가 좋사오니 이 나라에 오래 살 수 있는 복을 주십시요.

 

   
▲ https://pixabay.com/

 

최재석 jschoi@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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