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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기사승인 2018.12.02  21: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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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주간 진부령이 예년 같지 않게 따듯했습니다. 그리고 따듯한 기온만큼이나 아이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주 월요일에 두 명의 학생이 흘리분교로 전학을 온 사건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인 두 아이는 모두 남학생이고 장로님의 외손자들입니다. 온 가족이 대도시에서 살다가 속초로 이사를 했고 아이들은 주중에 외가에서 지내며 분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홀로 남학생이던 저희 집 작은아이는 함께 총놀이를 할 수 있는 마음 맞는 친구가 생겨 기뻤습니다. 기대에 부푼 작은아이는 학교에서 함께 놀기 위해 자신이 신다가 작아져서 창고로 내려놓은 인라인을 꺼내 깨끗이 닦고 깔창을 빨아 전학 온 1학년 동생을 위해 가져갔습니다. 하늘 아래 가장 작은 학교가 점점 부흥하고 있습니다.

   제가 결혼을 하고 처음 수원에서 남편과 함께 개척교회 목회를 할 때 미취학부터 초등학생까지 교회학교 아이들이 10명 정도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어린이 예배를 드리면 앞니가 빠진 7살 아이가 제일 앞줄에 앉아 가장 열심히 율동을 따라하고 찬양을 했었습니다. 여름 성경학교도 하고 겨울에는 치악산으로 캠프도 갔습니다. 큰아이가 태어나고 작은아이가 태어나는 동안 마을의 아이들은 열심히 교회와 저희 집을 드나들었습니다.

   그 중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00이는 유독 저를 따랐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해외로 나갔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엄마와 헤어지게 된 사연을 말하며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었습니다. 그리고 부재한 엄마의 자리를 저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채워 갔습니다. 00이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저희 집 큰아이가 태어났고 00이와 다른 6학년 아이가 아기 목욕을 시켜보고 싶다고 하여 함께 목욕을 시킨 일도 있었습니다. 작은 교회였고 주일이면 분주한 저를 대신해서 00이는 큰아이의 돌보미가 되어 주었습니다. 2년 후 작은아이가 태어나고 저희 가족이 수원을 떠날 때까지 00이는 날마다 학교가 끝나면 저희 집에 와서 아기들과 놀았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이사를 한 후에도 저와 아이들을 보기 위해서 서울로 가끔 와서 함께 하룻밤을 자고 가곤 했습니다.

   00이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 추억이 떠오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교복을 잘 못 수령해 와서 입학식 날 혼자서 다른 교복을 입고 있는 부끄러움으로 놀라 울었던 일, 아빠가 장기출장을 가면서 저희 집에서 먹고 자며 학교를 다니던 일,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서 가방을 사러 나갔다가 친구와 똑같은 모양의 가방을 사면 놀림을 당할 수 있다고 짜증을 내다가 갈등한 일, 00이의 아빠가 선물을 사 오셨는데 그것이 양주여서 당황했는지 아빠에게 화를 내며 돌아간 일, 남편이 장례나 행사 등으로 집을 비울 때 함께 지내며 서로 의지했던 일 등 00이는 저의 결혼과 출산 그리고 초기 육아의 기간 동안 항상 함께 했습니다.

   제가 진부령으로 이사를 오고 00이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 서로 각자 바쁘게 사느라 얼굴을 마주할 틈이 없었습니다. 간혹 전화를 주고받으며 소식을 전해 듣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날 오후에도 00이가 전화가 왔습니다. 미용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을 휴학하고 일 년째 실습을 하고 있으며 최근 아버지로부터 독립해 혼자서 자취를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외진 동네에서 어떻게 사느냐며 제 걱정도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00이가 23살의 어엿한 청년이 되어 미래를 준비하고 있으니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울며 소원하던 초등학생 00이는 오랜 시간이 흐른 올해에야 새로운 어머니를 맞이했습니다.

   작은아이의 말을 빌어보자면 ‘하나님은 한 가지 소원’만 들어주십니다. 잠자리에 누워 기도를 할 때 작은아이는 자신이 기도를 해보니 하나님은 세 가지 소원을 빌면 꼭 한 가지만 들어주시더랍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소원을 한꺼번에 말하는 것은 하나님을 혼란스럽게 할 뿐 별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가령 무서운 꿈을 꾸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다른 소원은 잠시 접어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작은아이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도할 때 우리 영혼의 가장 간절한 소원을 구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마음의 소원을 들으시는 분입니다. 기도하며 마음대로 하나님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지만, 우리 마음속의 정직한 소원을 아뢰는 것은 필요합니다. 어린이처럼 단순하게 계산도 없고 비교도 없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입니다. 친구를 보내달라는 작은아이의 소원은 이루어졌습니다. 엄마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던 00이의 소원도 이루어졌습니다. 저들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던 저의 소원도 이루어졌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이 계셔서 용기가 나고 마음이 편안합니다. 오늘 하루, 간절한 소원을 두고 기도하는 모든 이들이 홀로 버려지지 않기를 저 또한 기도하겠습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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