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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기사승인 2019.01.13  23: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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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겨울 가뭄이 심합니다. 매년 겨울이 들어설 때마다 군청에서는 산불방지요원을 선발해서 산마다 배치를 하고 혹시 모를 겨울 산불을 대비합니다. 겨울 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작은 불씨라고 하더라도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마을에서도 연일 건조한 날씨로 인한 산불 발생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하는 방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부디 늦은 눈이 많이 내려주기를 기도합니다.

    작은아이의 친구인 현철이(가명)가 엄마의 고향인 중국으로 방학을 보내러 떠났습니다. 작은아이는 현철이가 떠나기 전 2주간 현철이 집에서 주말 합숙을 하면서 놀았습니다. 집에서 마음껏 할 수 없는 게임도 하고 현철이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음식도 먹고 총놀이도 하면서 방학동안 만날 수 없는 현철이와 정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금요일 현철이가 중국으로 떠난 후 “현철이한테 잘 갔다 오라고 전화 한다는 걸 깜빡했네.”하고 아쉬워하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시절이 좋습니다. 제 핸드폰으로 현철이 엄마에게 카카오톡 영상통화를 걸었더니 현철이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기 너머 영상에는 현철이의 외할아버지가 오가는 모습도 보였고 반가운 마음을 나누는 가족들의 대화가 들렸습니다. 이제 날마다 중국에 있는 현철이에게 전화하자고 할 작은아이를 자중시키는 일은 제 몫입니다.

  요즘 큰아이의 손이 까슬까슬하게 텄습니다. 눈이 오지 않아 바깥놀이가 많지 않은데도 요즘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슬라임을 가지고 놀며 손에 물이 마르지를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로션을 듬뿍 발라주기도 하고 너무 많이 튼 것 같으면 상처치료를 하는 약을 잠들기 전 발라서 재우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손등은 벌겋게 터서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저도 어린시절에 겨울마다 손이 튼 채로 다녔습니다. 겨울이면 얼어붙은 논에서 썰매를 타고 고드름을 따고 추위를 모르고 산으로 들로 다녔습니다. 냇가에서 얼음치기를 하다가 재미가 없어지면 얼음을 돌로 깨고 얼음 아래로 졸졸 흘러가는 물속에 헤엄치는 작은 피라미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눈이 오면 마을 길가에 쌓인 다 타고 버린 연탄을 굴려가며 눈사람을 만들고 눈밭에서 뒹굴며 놀았습니다. 집을 나설 때 어머니가 끼워 주신 장갑은 놀다보면 애물단지가 되어 잠바 주머니로 들어가고 맨 손으로 노는 일이 더 많다보니 놀이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손이 시뻘겋게 되어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밖에서 놀 때는 모르다가 집에 들어서면 한기가 몰려와 아랫목에 제일 먼저 손을 집어넣는데 그럴 때마다 천천히 얼어붙은 손이 풀리면서 얼얼하게 아팠습니다.

   그렇게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던 제 손은 항상 벌겋게 부르터 있었고 저녁이면 어머니께서 바셀린을 듬뿍 발라서 흰 장갑을 끼고 자게 하셨습니다. 물론 그 장갑도 자다보면 어디로 갔는지 다 벗어서 내던지고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지금의 저희 아이들처럼 내복 입기를 싫어했고 양말 신기를 귀찮아했으며 로션을 바르지 않았고, 한 겨울에도 머리를 말리지 않고 돌아다녀 머리카락이 꽁꽁 얼어서 등교한 일도 많았습니다. 되짚어보니 말 안 듣기로 치면 저도 보통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제가 말을 안 듣는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겨울에도 저는 진짜로 춥지 않았고 불편하지 않았고 아프지 않을 자신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손이 트고 갈라져도 불편함을 모릅니다. 정작 손이 아픈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지켜보는 부모만 애가 타서 잔소리를 하고 로션을 발라주고 뜨거운 물에 손을 넣고 씻어주는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합니다. 지나고 보면 손이 트는 것은 계절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얼마 전에는 작은아이를 등교시키면서 마을 회관 앞에 내려주고 보니 한 겨울에 여름 샌달을 신고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살뜰히 챙기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가도 매번 잔소리하며 챙겨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을 때까지 모른 척 기다려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자라나는 것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관심과 사랑에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신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신뢰는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부모가 나서서 아이들의 앞길에 놓인 모든 문제를 걷어 준다면 당장은 좋겠지만 그 아이는 성숙하지 못 할 것입니다. 처음 예수를 믿을 때는 기도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차츰 믿음이 자라면서 기도를 해도 예수님이 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해결해 주지 않음’이 바로 신뢰이고 사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게 되는 평범한 일들 속에서 신앙의 삶도 한 가지씩 배워갑니다.  오늘 하루, 저를 믿고 기다려 주시는 예수님을 닮아 저도 누군가를 신뢰하고 기다려 줄 줄 아는 믿음의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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