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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맛

기사승인 2019.02.18  23: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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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며칠 전 저희 집에 이웃에 사는 손님이 잠시 다녀갔습니다. 당일 저와 큰아이는 방학생활 과제로 만두를 빚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전에 김치를 썰고 두부를 짜고 대파를 다지고 당면을 삶아 다져서 만두 속을 만들어두었습니다. 저녁 식사로 만두를 빚어서 만둣국을 끓여먹는 것으로 계획을 하고 있던 터라 때에 맞춰 손님이 온다니 함께 만둣국을 먹으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도착 30여분을 남기고 잠시 저희 집에 들리겠다는 전화를 받은 저는 황급히 큰아이와 만두를 빚어 저녁 준비를 했습니다.

   손님이 오고 만두 국을 끓여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데 그날따라 제 입에 만두가 맛이 없게 느껴졌습니다. 돼지고기가 없어서 넣지 않았고 간을 싱겁게 하긴 했지만 단순히 재료부족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어딘지 부족한 맛이 났습니다. 그렇다고 “만두가 맛이 없지?” 혹은 “만두 맛이 어때?”하고 물어보자니 “맛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 예상되어 물어보기를 그만두고 식사를 했습니다. 가족들과 식사를 할 때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그래도 손님이 오면 좀 더 맛에 신경이 쓰이게 마련입니다.

   그렇게 만두 국을 먹고 손님이 돌아간 후 생각해보니 친정어머니가 “입에 맞나?”, “맛이 있나?”, “간이 어떠노(어때)?”하고 자주 물어보시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어릴 때는 뭘 먹어도 입이 달아서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었지만, 저도 성인이 되면서 덜 먹게 되고 어머니도 나이가 드시면서 간을 맞추는 것을 자신 없어 하시다보니 친정에서 밥을 먹을 때 어머니가 자주 맛을 물어보십니다. 그때 제가 솔직하게 싱겁거나 짜다는 것을 표현하면 어머니는 “요새 간을 못 맞추겠다. 나이가 들어서 그러나”하면서 미안해하십니다. 그럴 때면 제가 돌도 집어삼킬 식욕으로 뭐든 잘 먹던 시절, 찐빵, 도넛, 찰떡, 해물된장국 등을 자신 있게 해서 저희들에게 먹이시던 어머니의 젊은 시절이 그립습니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멀리 홍천에서 고성으로 와 혼자 방을 얻어 살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직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혼자 살다보니 아무래도 식사를 잘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다행히 집 주인 아주머니에게도 그 직원 또래의 자녀들이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사정을 알고 김치와 반찬을 챙겨주십니다. 간혹 사무실에서 점심식사를 할 때 그 직원은 아주머니가 주신 김치를 싸와서 함께 나누어 먹습니다. 아주머니의 김치는 정말 감칠맛이 나고 맛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직원의 말에 따르면 아주머니가 김치나 반찬을 주실 때마다 “김치 어땠어? 맛이 없지?”하고 미안해하신다는 것입니다. 베푸는 사람이 도리어 혹시나 맛이 업을까봐 걱정하며 물어보십니다.

   음식이 맛이 없을까 걱정스러운 것은 보통 어머니들의 몫입니다.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고 정성을 다해 조리하지만 여러 사람의 다양한 입맛을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더욱이 다양한 조미료를 사용해 자극적이면서 입에 착착 감기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식당 음식에 익숙해 진 사람들은 별다른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가정식 밥상이 맛이 없을 수 있습니다. 애를 쓰고 섬기는 사람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만 “맛이 없다.”거나 “싱겁다.”, “짜다.”등의 평가를 받으면서 도리어 미안해합니다.

   우리가 먹고 사는 것은 누군가의 사랑과 호의에 기대고 있습니다.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고 기꺼이 미안해하는 그 사람, 그 사람은 분명 음식을 대접받는 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앉아서 상을 받아 식사를 하는 섬김 받는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며 “맛있다.”고 느껴주는 것만으로도 섬기는 사람에게 최고의 찬사를 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타인의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 동참함으로서 섬기는 사람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큰 사랑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바는 그토록 단순합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어머니의 음식을 평가하는 것은 오만한 행동입니다. 음식을 만든 사람들의 정성과 사랑을 간과하고 평가한다면 어떻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누구나 나이가 들고 미각이 둔해지는 때가오니 모두에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도 감사할 일입니다. 더 많이 섬기는 사람이 더 많이 미안해합니다. 혹시 저는 아무것도 미안할 것이 없는 오만한 사람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 보게 됩니다. 오늘 하루, 섬김 받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오만한 자가 되지 말고 먼저 섬기는  자리에 앉을 줄 아는 겸손한 자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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