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아름다운 분이시여!
오, 아름다운 분이시어!
제가 너무 늦게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나이다.
예로부터 계시면서 새로운 분이시여!
제가 너무 늦게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나이다.
보십시오. 당신이 제 안에 계신데도 저는 밖에서 서성거리며
당신을 찾았나이다.
어리석게도 당신이 만든 피조물의 아름다운 형상을 쫒았나이다.
당신은 저와 함께 계시는데 저는 당신에게서 멀여져 갔나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 안에 있지 않는다면 존재할 수 없나이다.
당신이 저를 부르고 소리쳐 주시어 제 막힌 귀를 뜷어 주셨나이다.
당신이 제게 빛을 비추시어 제 멀었던 눈을 뜨게 해 주셨나이다.
단 한 번 당신이 내뿜는 향기에 취해 저는
이제 당신이 그리워 심장이 뛰나이다.
저는 당신의 향기를 맛보았고 이제 그 향기를 목말라 하나이다.
당신은 저를 어루만져 주셨고 저는 당신이 주시는 평화에 싸여
불타오르나이다.
-성 아우그스티노의 고백록에서 -
지난 일요일 종교 친우회 모임을 끝내고 당신과 신앙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나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당신의 두 눈에서 흘러내고 있는
뜨거운 눈물들을….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 세상에 눈물 이상의 진실한 신앙고백은 있을 수 없습니다.
대신 이 성 아우그스노의 고백록에 나온 이 글을 당신에게 꼭 읽어주고
싶었습니다.
신은 이미, 아니 테초 이전부터 우리 속에 스스로 실존하고 있는 빛입니다.
그 빛을 나와 당신이 직접 찾고 체험해야 합니다.
만약, 그 빛과 나 사이에 어떠한 거간꾼이나, 우상, 신학적 이론이나 논리가 가로막고
있다면 그건 우리들의 탓, 우리들의 에고, 탐욕때문입니다.
당신이 알다시피 성 아우스티노는 난해한 기독교 삼위일체 교리를 정립했던
위대한 신학자입니다. 그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삼위일체 이론을 조용히 듣고 있던
한 촌부가 성 아우스티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 당신의 이론을 들을수록 신에 대해서 점점 더 머리가 헷갈리게 됩니다.
신을 그렇게 어려운 이론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면 과연 이 세상에서
신을 체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나는 무식하고 단순한 촌부입니다.
복잡한 신이나 성경에 대한 이론은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내가 당장 알고 싶은 것은 한마디로 성경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아우스트노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성경은 한마디로 사랑입니다” 하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는 역시 탁월한 영적 신앙인이었습니다.
나도 그 촌부처럼 삼위일체 이론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또, 읽어본 적도 없습니다.
나는 어린 청소년 시절 어느날 “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하리라” 는 예수의 말씀을 신약 성경에서 접하고
예수를 나의 개인적인 친구이자 그리스도로 영접했습니다. 예수의 가르침처럼
어린이 같이 순진무구한 마음이었습니다. 그 후부턴 어려울 때나, 슬플 때나,
즐거울 떄나 벌거벗은 채 그 친구에게 솔직하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아무런 숨길 것도, 부끄러워 할 것도, 비밀도 없습니다.
친구란 바로 그런 관계가 아닐런지요? 서로 벗을 수록 서로 더 가까워지는 관계.
뒤늦게 알게된 사실이지만 러시아의 세계적 지성 톨스토이는 60이 넘은
나이에 “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는 이 성경구절을 읽고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합니다. 나보다 45세 더 나이가 들어서 입니다.
그는 한때 심한 우울증을 앓으며 수차례에 걸처 자실까지 시도했던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신은 바티칸 시노티노 천장에 그려진 미케란젤로의 걸작 천지창조 벽화를
기억하실 겁니다. 나는 여짓껏 그 벽화를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인테넷
영상물을 통해서 수 차례 이상 보았습니다. 그 그림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그림은
벌거벗은 아담과 신이 서로 손을 내밀며 바라보고 있는 광경입니다.
당신은 신이 아담을 바라보고 있는 강렬한 눈빛, 그리고 온힘을 다해서 뻣치고 있는
사랑의 손길을 알아차린 적이 있습니까?
우리가 신의 우리들의 문을 두르리고, 구하고,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이 우리들의
문을 두드리고, 구하고, 찾고 있는 생생한 장면입니다.
당신과 나는 신앙에 대한 이해도 서로 다르고 서로 걷고 있는 길이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친구란 벗거벗은 영혼으로 같은 빛을 바라보고 있는 관계입니다.
나는 솔직히 일부 기독교인들의 신앙적 폭력에 대해서 실망이 아주 큽니다.
나는 비교적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는 독서가입니다. 내 서제에는
붓다, 노장자, 공자, 맹자, 크리슈나, 티벳 탄트라 경전, 요가, 각종 철학서적,
역사서적, 소설, 시, 수필, 예술에 돤 서적, 심리학서적, 과학서적, 애로서적….. 등,
별별 책들이 다 있습니다. 나는 작가나 그 책의 내용예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책이기 때문에 그냥 읽습니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서적들은 예수를 이해라고,
신을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언제가 한 친국 목사가 우리집을 방문해서 며칠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내 서재에
있는 다양한 이단서적(?)들을 대충 둘러보더니 기독교 근본주의 신앙인 케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박평일이는 다 좋은데 너무 필요없는 이단 서적들을 읽어서 신앙적으로 걱정이 된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집 관리를 위해서 청한 기술자들인 신교 장로나 집사들,
소위 독실한(?) 기독교인들도 그와 유사한 비판을 케롤에게 남기고가서 내내
가정 분란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예수의 인사인 “PEACE BE WITH YOU!”, 평화의 씨앗의
씨앗과는 관계가 먼.
나는 감리교 교회에 나가고 있는 당신과는 달리 미국
종교친우회 모임에 나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해하고 있는 통념적인 교회가 아니라
모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종교친우회는 17세기 영국의 무학자출신 농부인 조지 폭스가 시작한
신앙모임입니다. 그는 하느님 예수를 만나기위해서 그 당시 영국에서 유명하다는
성직자들을 모조리 찾아녔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과 설교를 통해서
예수를 체험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도중에 하나님은 교회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 속에 빛으로 현존하고 계시는 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종교 친우회모임에는 일체의 교리가 없습니다. 성직자도 목사도 , 설교도 없습니다.
그것은 인간은 하나님 앞에 모두 평등한 존재이며 각자의 체험으로 자신 속에
현존하는 신을 만나야 한다는 신념때문 입니다.
하나님 현존 앞에서 벌벌떨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Quaker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얼핏 생각해 보면 붓다가 82살에 이 세상과 하직하면서
평생 곁을 지켰던 애 재자 아난다가
“ 지존께서 이렇게 내 곁을 훌쩍 떠나가시면 난 어찌 삽니까?
나는 아직 깨달음의 ‘깨’ 자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며 눈물로
하소연을 할 때
“ 나는 깨달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내 마음 속에 들불을 밝히고 내 스스로 진리를 찾아 정진하라” 라고
했던 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일요일 아침에 만나 란 시간 동안 집단 명상을 합니다.
명상 중에 신앙적인 영감이 스쳐가는 사람이 있으면 일어나
아주 간단하고 짧게 그 영감을 밝힙니다. 아무도 그의 영감에 이론이나 논박을 달지 않습니다.
그건 그 사람의 개인적인 영감으로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명상을 끝내고 커피나 차를 마시며 교재를 잠시 나누고 해어집니다.
평화, 평등, 단순한 삶, 성실과 정직, 타인과 속한 사회에 대한 배려와
봉사를 묵시적으로 서로 합의하고 있지만 자기 주장이 옳다며 남을 설득하려거나
토론은 벌이지 않습니다.
침묵의 명상을 교리로 오해하고 계시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것도 정해진 교리는 아닙니다. 소리를 지르면서 명상을 해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대부분 친우들이 침묵 명상이 편해서 하는 겁니다.
종교친우회 모임 의자 앞에 성경과 찬송가가 꼿혀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명상중에
성경을 읽기도 하고 찬송가로 은혜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뜻있는 친우들끼리 모여서
성경공부를 함께 하기도 합니다. 특별히 가르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악기를 동원한 음악예배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정해진 퀘이커의 교리는 아닙니다.
가난했던 폭스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바롯된 것입니다. 17세기 영국사회만 해도
에술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가난한 평민들을 감히 값비싼 악기는 엄두도 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폭스같은 가난한 농부들을은 음악예배를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당신의 신앙적 체험으로 동의할 수 없는 내용들도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당신의 동의를 구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은 자기 자신과 신과의 은밀한 사적 연애입니다. 그 둘 사이에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신앙적 신념입니다.
다만 나와는 다른 신과의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친구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다소라도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렘입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진정한 친구관계라면
신 앞에 선 우리들의 모습처럼 아무런 부끄럼이나 수치심이 없이
모든 것을 벗어놓은 알영혼, 알몸으로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무신론자인 물리학의 천재 이인슈타인이 죽기 얼마전에 이런 고백을
한 지인에게 남겼다고 합니다.
“나는 평생 하늘의 별들만 쳐다보며 연구를 했지 정작 내 속에 커다란 별이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고 살았다”
그렇습니다.
당신이나 나나, 우리들은 너무 많은 지난 시간들을 하늘의 별들만 쳐다보며
살아왔습니다.
02/20/2019 아침에
버지지아 숲 속에서
박평일
박평일 BPARK7@COX.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