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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의 진통

기사승인 2019.03.17  02: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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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한국사가 잇달아 큰 진통을 앓고 있다. 얼마 전에 5.18의 진실을 둘러싸고 야당 의원들의 망발이 사회적 지탄을 받더니, 이번에는 한술 더 떠 제1야당 원내대표의 망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역사적으로 진실이 규명된 일을 보란 듯이 왜곡하려는 저의 때문이다.

  여전히 피해자들이 생존한 5.18 민주화운동의 경우, 차라리 이념적 자리가 다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딴죽을 건다고 사족을 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정치인이라도 해서는 안 될 파렴치한 짓이다. 그런데 이미 과거사가 된 ‘반민특위’의 존재를 두고 ‘국론을 분열시켰네, 어쩌네’하는 것은 정치적 딴죽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당장 정치적 이익과는 무관한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발언자는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지 모르고 했을 것이다. 어쩌면 속으로 품고 있던 흑심이 최근 자신이 한 국회연설의 파문에 도취되어 입 밖으로 튀어 나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덕분에 그이는 다른 정당으로부터 일본 총리 아베를 빗댄 ‘나베’란 별명을 얻었고, 심지어 ‘토착왜구’로 불리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물론 남의 탓 할 일이 아닌, 스스로 불러들인 화이다. 혹자는 실언이라기보다, ‘커밍아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반민특위’가 국론을 분열시켰다는 주장은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니다. 현대사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책 중 논문 ‘反民特委의 활동과 와해’(오익환)에서 특위 조직 당시 들끓는 찬반여론에 대해 적고 있다. 특위의 근거가 되는 ‘반민족행위처벌법’은 1948년 9월 7일 제59차 본회의에서 찬성 103, 부 6표로 가결되었다. 거의 만장일치였다. 그럼에도 방해공작도 만연하였다. 친일 부역자가 사장으로 있던 대한일보는 “소급법을 만들어 친일파 민족반역자를 처단하려는 것은 공산당을 즐겁게 하는 처사”라고 반대하였다. “국회에서 친일파를 엄단하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빨갱이”라는 삐라가 뿌려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말한 “해방 뒤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됐다”는 발언요지는 아마 71년 전의 일이라면 약간 일리가 있다고 본다. 당시 친일청산의 과제가 얼마나 절실했냐면 “해방 당시 경사급 이상 고위경찰 969명 중 83퍼센트가 부일(附日)경력을 지녔다”(김재명, ‘친일파 숙정 영원한 패착’, <월간경향> 1986.12)고 한다. 권력의 수족노릇을 해온 친일세력의 반발은 짐짓 국론을 분열시킬 기세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반민특위’가 3.1운동 100년을 맞은 2019년에도 여전히 시빗거리가 되는 것은 유감이다. 아마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엉뚱한 주장은 그이의 눈에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친일과 반일이 대결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 평소 일본자위대 경축행사에 단골손님처럼 들락거린 자신의 눈에는 아직도 해방정국의 현대사가 현재진행형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이미 친일청산의 옳고 그름의 문제는 현재완료형이 되었다.

  비록 과거 대한일보와 동류의식을 가진 일부 주류언론의 마뜩찮은 태도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지만, 적어도 그들조차 노골적인 친일 고해성사를 하지는 않는다. 태극기를 이스라엘 국기와 함께 휘두르는 극우성향의 교회일수록 한국교회 신사참배 거부의 역사를 대대손손 자랑하는 법이다. 우리 감리교회가 2018년 총회에서 일제시대 신사참배 굴종에 대한 참회의 성명을 거듭거듭 발표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잊을 만 하면 되풀이하여 다시는 그런 우상의 시험에 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최근 한국 대법원은 일본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1억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배상판결을 내렸다. 이전 정권은 이를 막으려고 법원을 길들이기도 했다. 최종 판결을 인정하기는커녕 험하게 반발하는 일본 자민당과 아베정부의 모습을 보면 아직도 일본강점기의 흑(黑)역사가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독도의 일본소유권을 가르치며, 재일조선학교를 차별하는 일본의 행태를 보면 지금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친일청산에 대한 노력이 아닌, 여전히 모호한 태도로 일본 편들기에 나선 친일의 후예를 자임하는 바로 그들이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어쩌다 한 실언이 아닌, 평소 친일적 사고방식의 결과일 것이다.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현실에 말의 오염까지 더해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니 과연 반(反)국민의 대표자답다. 다만 그이의 발언 덕분에 온 국민이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현대사를 다시 학습할 기회가 된다면 그나마 새옹지마일까, 싶다.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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