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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글씨

기사승인 2019.03.20  0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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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서서히 날이 풀리면서 아랫마을에서는 벌써 분홍 꽃이 봉우리를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그 꽃 봉우리 위로 다시 흰 눈이 내렸습니다. 겨울과 봄을 오가는 날씨 속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잠시 숨을 돌리고 멈추면 보입니다. 매서운 바람은 멀어지고 천천히 걸어가도 좋은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남편이 책을 한 권 주문했습니다. 남편은 주로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합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책을 살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해주는데 그 포인트가 꽤 모여서 색다른 책을 샀습니다. 그 책은 바로 손 글씨 교정노트입니다. 책은 연필을 바르게 잡는 법과 줄 긋기 연습, 그리고 단계별 손 글씨 쓰기 과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여 색연필로 줄 긋기 연습을 한 후 글씨쓰기 연습을 하는 것과 같은 순서였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악필을 고쳐보려 한다며 아이들이 숙제를 하는 시간에 함께 앉아 글씨 교정 연습을 했습니다.

   남편이 줄 긋기를 하고 글씨 쓰기를 하고 있으니 큰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그리고 ‘아빠의 글씨쓰기 연습’을 주제로 일기도 썼습니다. 아빠가 글씨쓰기 연습을 하고 있으니 그 모습이 새롭고 재미있었나봅니다.  저는 남편이 글씨를 급하게 써서 정자체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 악필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도 글씨를 반듯하게 쓰기 보다는 급하게 휘갈겨 쓰는 편이어서 다른 사람의 글씨가 반듯한지의 여부에는 간섭할 처지는 아닙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주로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다보니 손 글씨를 쓸 일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손 글씨 보다 컴퓨터로 작성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리합니다.

    느닷없이 남편이 중년의 나이에 글씨를 교정하겠다며 연필을 들고 글씨쓰기를 연습하는 모습을 보니 초등학교를 입학하며 정자체를 연습했던 제 글씨가 왜 휘휘 날아다니는 글씨로 변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기점은 본격적인 학습을 시작한 중학생 시절 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빡빡이’라고 해서 연습장에 빡빡하게 글씨를 쓰면서 암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공부 방식이었습니다. 신속하게 무언가를 암기하기 위해서는 정자체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빠르게 쓰고 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쳐가며 사용한 지저분한 연습장이야말로 제게는 일종의 훈장과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빠르게 많은 것을 암기하려 하다 보니 저는 바른 글씨를 버리고 빠른 글씨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서 평상시 저의 글씨가 춤추는 글씨가 된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애써 공들여 글씨를 쓰면 나름 예쁜 글씨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 남편도 애써 공들여 손 글씨를 교정하니 글씨가 반듯하고 예쁩니다. “이걸 다 연습하고 나면 글씨가 좋아지겠지?”하고 물어보는 남편에게 저는 “계속 그렇게 써야 될 것 같은데?”하고 대답했습니다. 글씨는 학습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습관입니다.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고 세월이 흐른 만큼 글씨교정은 더 많은 노력과 끈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제와 교정하자니 쉽지 않은 글씨 쓰기는 제 삶과도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천히 조심조심 글씨에 신경을 쓸 때는 바른 글씨를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많은 것을 하려고 하다 보니 바른 글씨는 별 의미가 없고 빠른 글씨만 필요했습니다. 빠른 글씨를 선택한 것은 제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었고 현재의 삶에 별다른 어려움을 주지 않습니다. 일상생활 중에 저에게 반듯한 손 글씨를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글씨를 좀 더 반듯하게 써야겠다.’는 내적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저의 글씨는 교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마치 제 글씨쓰기의 변천사처럼 믿음의 초심자였을 때에는 모든 행동과 생각에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삼아 반듯하게 살기위해 노력했지만, 신앙생활이 익숙해지면서 교회 안에서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에 무게를 두게 되었고 세상에서 더 성공하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제가 바른 길이 아니어도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세상에 발맞추어 스스로 신앙인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됩니다. 오늘 하루, 손 글씨를 교정하고자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남편처럼 저도 의지를 가지고 제 발걸음을 믿음의 바른 길로 돌려야겠습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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