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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과 내침

기사승인 2019.03.22  10: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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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되었다. 내가 쓰는 노트북이 버벅거린 지. 하지만 잘 달래서 여기까지 왔다. 아들이 십여 년 전에 자신의 노트북을 최신형으로 바꾸며 쓸데없어지자(?) 내게 기증한 물건이다. 당시는 교회 컴퓨터가 이것만 못하여 이 노트북으로 아직까지 써 왔다.

하지만 그 버벅거림과 느림의 미학을 견디기에는 내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목회를 컴퓨터를 활용하는 내 스타일을 감안할 때 그냥 넘어갈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신상 컴퓨터를 새로운 친구로 맞이하는 도전을 감행했다.

이 새 친구는 겉은 거무튀튀하지만 그 속도는 가히 놀랍다. 물론 최고의 컴퓨터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썼던 노트북에 비하면 가히 혁명적인 속도와 향상된 기능을 뽐낸다. 이제 이 친구와 함께 보다 신나고 행복한 목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런데. 그런데. 그 행복감도 잠시, 지금은 이 새 친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을 발견하곤 좀 화가 나있다. 이런저런 담벼락을 쳐 놓고 기존에 사용하던 소프트웨어를 쉬 받아들이지 않는다. 난 이 새 친구에게 별명을 하나 지어주었다. 이 친구의 속도보단 못하지만 아주 빨리 ‘고집불통’이란 별명을 붙이고 몰아세우고 있다.

하지만 요지부동. 기존에 사용하던 교적재정 프로그램을 쓸 수가 없다. 이 소프트웨어는 웹교적이라 해서 요즘은 새로운 버전으로 나와 수월찮은 돈을 지불해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사용하는 것은 오래 전 버전으로 공짜다. 소규모 교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프로그램이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이런저런 오류를 잡아 정상적으로 사용하도록 이주시켰건만, 목회자로서는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교적재정 프로그램을 제대로 가동시키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실행은 된다. 하지만 백업 파일을 아무리 복사해서 집어넣어도 예전 자료만 뜬다. 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도스 때부터 30여 년 이상을 컴퓨터를 사용한 나로서도 도저히 그 원인을 발견할 수 없으니 그냥 ‘고집불통’ 요놈의 거부투쟁이라 여기며 마음을 추슬러 본다. 하는 수 없이 이 프로그램만은 지금까지 사용하던 노트북에서 가동하는 걸로 마음을 결정했다. 마음이 편하진 않지만, 이 놈 때문에 흘린 시간이 아깝긴 하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맞는 게 있다는 진리다. 우리 신앙인은 누구에게 맞아야 할까. 우리는 하나님과 코드가 같아야 한다. 우리는 예수님의 발자취를 밟아야 한다. 술자리에 어울리고, 난잡한 세상사에 어울리면 안 된다.

물론 세상과 하나님의 세계를 무 자르듯 분리하는 분리주의에는 반대한다. 그분은 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외아들 예수님을 주시지 않았는가.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는 세상과는 같이하면 안 된다.

나의 새 친구 ‘고집불통’이 내치듯 때론 내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을 향하여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세상 속에서 살지만 세상과 같으면 안 된다. 세상을 사랑하고 축복하지만 세상의 유혹에 빠져 살아서는 안 된다.

 

   
▲ 김학현목사

김학현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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