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용의 선교사가 운영하는 복음학교가 주목을 받고 있다. 1년에 여러 차례 보통 1주일씩 신앙훈련 집회를 갖는데, 평신도들은 물론 목사들까지 매번 수백 명씩 그 집회에 참가한다. 그 집회에 다녀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참 좋은 집회였다고 말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 집회를 추천하고, 목사들까지 나서서 교인들에게 그 집회를 다녀오라고 권한다.
텔레비전을 박살내라
우리교회 갈렙부 회원 중에 아주 열심 있는 집사가 한 분 있다. 80이 된 나이에도 새벽기도에 빠지지 않고 성경을 10독 이상 통독한 분이다. 이분이 지난해에는 복음학교의 집회에 가겠다고 하면서 같이 가자고 하기에 어떤 프로그램이냐고 물었다.
그 집회에 참가하면 월요일에서 토요일 오후까지 합숙을 하면서 고강도 신앙훈련을 한다고 했다. 그 집회에 참가하려면 먼저 인터뷰에 합격해야 하고, 등록 당일에는 자동차 열쇠나 휴대폰을 반납해야 하고, 훈련 도중 외출은 일절 금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스파르타식 신앙훈련 집회인 모양이었다. 침낭을 준비해 오라고 했다니 아마 교회 바닥이나 의자에서 자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1주일 내내 목욕을 못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 집사 외에 담임목사도 그 집회를 권한 일이 있지만, 우선 내 나이에 그런 고강도 훈련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는 잠자리를 바꾸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매일 샤워를 하는데, 일주일 내내 샤워를 못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못하고 훈련에 참여하기가 힘들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가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집사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나는 젊을 때 그런 집회에 여러 번 참가해 본 일이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든 지금 새삼스럽게 그 집회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 친구는 느지막하게 교회에 나오기 시작해서 요즘 신앙의 열기가 한창 뜨겁고, 그런 신앙훈련 집회에 참가해 본 일이 없어서, 그 집회에 꼭 가고 싶어 했다. 나이 80에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고 말렸지만, 그는 그런 말을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내 걱정과는 달리 그는 그 훈련을 잘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주일날 교회에 나왔다. 나는 힘든 훈련을 잘 마치고 돌아온 그 집사가 대견스러워서 그를 만나자 힘 있게 악수했다. 점심 식사 후에 몇 사람이 갈렙부실에 모여서 얼마나 힘들었느냐고, 훈련은 보람이 있었느냐고 그에게 질문했다. 견딜 만했고 거기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그의 나이에 1주일 동안 힘든 훈련을 받고 나왔으니 피곤할 법도한데, 그의 표정이 밝은 것으로 보아서 그가 그 집회에서 큰 은혜를 받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그는 마지막 날에 강사가 한 말이 아주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제 여러분은 육의 사람에서 영의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집에 돌아가거든 텔레비전을 들고 옥상에 올라가서 그것을 땅바닥으로 내던져서 박살내세요.”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하기 전에 텔레비전을 시청하면 생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나도 젊었을 때 부흥강사가 텔레비전은 사탄박스라고 하면서 텔레비전을 없애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그 말을 듣고 한 집사가 “그러면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어?”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듣고 짓궂은 다른 친구가 “그것 못쓰는 것 아니었어?”라고 묻자 그것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자기 말을 곧이듣지 않는 친구에게 불만이어서 대답을 않는 것인지, 농담을 좋아하는 그가 버리지 않고서 버렸다고 말하는 것인지 나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지금도 텔레비전을 없애라고 시대착오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에 놀랐다. 한때 교회에서는 영화를 보지 말라고 했는데, 복음학교에서는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영적인 사람은 텔레비전을 박살내야 한다면, 설교 시간에 가끔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본 것을 언급하는 우리교회 목사도 영적인 사람이 아닐 것이다.
예수님이면 충분하다
어느 날 김용의 선교사의 집회에 다녀온 집사가 복음학교가 이단으로 몰리고 있다고 걱정하는 전화를 해왔다. 알아보았더니 장로교 합신교단의 총회에서 복음학교에 대한 이단성이 제기되어서 접근금지를 결의했다는 것이다. 들리는 말로는 어느 목사의 부인이 그 집회의 공개고백 시간에 순진하게 고백을 했다가 그것이 화근이 되어서 이혼을 했단다. 그래서 그 목사가 누구보다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공개고백이 교리상으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공개고백을 시키는 교회도 있고 그것을 권장하는 책도 나와 있다. 그러나 우리교회에서도 어느 여집사가 공개고백을 하라고 하니까 남편에 대한 것을 모두 털어놓았다가 가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있다. 복음하교 집회에서 공개고백을 시켜서 목사 가정이 파탄 났으니, 가정을 파괴하는 복음학교는 이단이라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하다.
나는 김용의 선교사의 설교를 몇 차례 들은 일이 있다. 그분의 설교를 들으면서 농담도 잘 하고 진지하기도 하고 선교사다운 열정이 있어서 부흥강사로서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분에 대해서 장로교 합신 총회에서 접근금지를 결의했고, 장로교 합동 측에서는 복음학교에 이단성이 있는지 1년 동안 주시하기로 했다는 말이 들린다. 무엇인가 문제가 있기 때문 아닐까?
우리교회 교인 중 몇 사람이 기도하면서 ‘예수님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알아보았더니 그들이 복음학교에서 그 말을 배웠단다. 그런데 예수님과 사도들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특히 예수님은 ‘하나님이면 충분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하셨다. 교리적으로 예수님은 삼위의 한 분이시기 때문에, 예수님은 하나님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하나님이면 충분하다’가 바르지 않다면, ‘예수님이면 충분하다’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모든 계명 중에 첫째가 무엇이니이까”라고 묻는 서기관에게 예수님은 첫째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대답하셨다(막 12:29-31). 계명 중에 첫째가 무엇인지 물은 그 서기관에게 예수님이 둘째까지 말씀하신 것은 첫째를 행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둘째까지 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태복음에 나오는 병행구에서 보면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마 22:40)이라고 덧붙임으로써 예수님은 큰 계명 하나에만 관심이 있는 질문자에게 두 가지 계명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셨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잘 섬기면 인간은 소홀히 해도 된다고, ‘하나님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가복음 7장에서 보면, 유대인들은 부모에게 드릴 것까지 하나님에게 드리면 부모에게 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고르반’이라는 전통을 지키고 있었다. 예수님은 부모에게 드릴 것은 부모에게, 하나님께 드릴 것은 하나님께 드려야지, 부모를 외면하고 하나님에게 드리면서 ‘하나님께 드리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임금에 관한 비유에서 예수님은 아주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일이 바로 하나님에게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그 비유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돌보지 않고 임금만을 섬긴 자들은 영벌에 처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비유는 당시의 유대인들에게는 충격적이었을 것이고, 지금 우리에게도 과장된 것으로 들린다. 이러한 충격요법을 통해서 예수님은 고르반의 문제점을 지적하실 때보다 더욱 힘 있게 이웃 사랑의 중요성을 가르치셨다.
사도 요한은 하나님 사랑에 치중하면서 이웃을 외면하는 당시의 사람들에게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보지 못 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요일 4:20)고 말했다. 그리고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랑을 강조할 때, 그 사랑의 대상은 하나님이 아니라 이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울이 하나님은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유대교 사람들이 하나님 사랑에만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이웃 사랑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이면 충분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과도 사도들의 가르침과도 맞지 않다. 다시 말해서, 성경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런 가르침이 선교 현장에서는 유용할 것이다. 선교사들이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예수를 전하려면 다른 것 다 제쳐놓고 ‘예수님이면 충분하다’고 가르칠 필요가 있다. 선교사들은 예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예수가 어떤 분인가, 예수를 믿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가르치면서 예수를 믿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예수를 강조해서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이 선교 현장에서 예수님을 우선시키고 다음으로는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두 가지 사랑을 가르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경대로 이웃 사랑까지 가르치다 보면 예수님을 믿으라는 메시지의 초점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예수 사랑을 10년 혹은 20년 동안 가르치다 보면, 그 메시지가 머리에 각인되어서 그들이 선교 현장의 어디를 가든지 그들의 입에서 “예수님이면 충분하다”가 나올 법하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에 나와서 복음을 가르칠 때는 선교지와 한국교회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선교지에서 예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메시지와 수십 년씩 신앙생활을 해온 사람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 다르다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느 신약학자는 바울의 서신은 믿음의 뿌리가 얕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복음서는 성숙한 신앙인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믿음이 왜 중요한지를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하지만, 믿음의 뿌리가 깊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야 하는지를 더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십 년씩 교회를 다닌 사람들은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만약 그들에게 믿음이 없다면 진작 교회를 떠났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믿음만을 강조하면 그들은 답답해한다. 그들에게는 예수님이 가르치신 대로 하나님 사랑 외에 이웃에 대한 사랑도 가르쳐야 한다.
“예수님이면 충분하다”는 말은 성경의 내용과 다를 뿐 아니라, 지역교회의 상황에도 맞지 않는다.
지역교회는 복음을 모른다
선교사들은 지역교회의 교인들과는 달리 선교에 대한 특별한 소명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복음을 위해서 자신뿐 아니라 자녀들까지도 바치기로 결단한 사람들이다. 김용의 선교사는 두 아들을 모두 선교사로 만들었다는 것을 자랑 삼아 말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선교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처럼 세상 삶을 온전히 내려놓지 않는 지역교회의 목회자들이나 교인들의 미지근한 신앙태도가 심히 못마땅할 것이다.
그들처럼 살지 않는 지역교회를 보면서 선교사들은 지역교회는 복음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 사회가 그리고 지역교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선교사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각 사람마다 받은 은사가 다르고 직분이 다르다.
장로교회 합신교단 총회에서 지적한 것처럼, 복음학교에서 지역교회는 복음을 모른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각자가 받은 은사가 다르다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2장에서 각자가 받은 은사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몸과 지체의 비유를 통해서, “눈이 손더러 내가 너를 쓸 데가 없다 하거나 또한 머리가 발더러 내가 너를 쓸 데가 없다 하지 못하리라”(21)고 말했다.
로마서 12장에서도 바울은 몸과 지체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은사에 따라서 직분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거기서 하나님께서 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섬기는 자, 가르치는 자, 위로하는 자, 다스리는 자, 긍휼을 베푸는 자가 있으니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라고 했다(10). 따라서 모두 선교사일 수 없고, 모두 목사일 수 없고, 모두 교사일 수 없고, 모두 찬양대원일 수도 없다.
마치면서
복음학교에서는 무엇보다도 시대착오적인 사고를 벗어났으면 좋겠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대로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인간의 모임인 교회도 주어진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그 외에도 선교 현장과 지역교회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 상황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으면, 지역교회의 교인들을 상대할 때 성경적이지 않은 것을 가르칠 염려가 있다. 한 마디 더 한다면, 공개고백에서 너무 솔직히 고백하면 어느 목사의 경우처럼 가정이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 전도서에서는 뱀같이 지혜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복음학교에서는 나 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받은 은사와 직분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천사도 타락하게 만드는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며, 오만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분쟁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고린도 교회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상대가 맡은 직분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웃을 사랑할 수 없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다. 예수님이 가르침과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그분의 삶을 통해서 보여주신 것은 한 마디로 사랑이다. 바울도 이 사실에 주목해서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교회에서는 무엇보다 사랑의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나는 복음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온전히 성경적이고 좀 더 성숙한 것이기를 바란다. 복음학교와 지역교회 사이에 아무런 갈등이 없으면 좋겠다.
최재석 jschoi4111@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