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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오? 네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기사승인 2019.03.24  23: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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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8학번을 달고 있는 대학생들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날짜가 하나 있다. 바로 ‘2017년 11월 15일’ 이다. 이 날은 당해 치러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날이자, 포항에서 모두를 공포에 휩싸이게 한 강진이 발발한 날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고 서울과 강원도를 비롯해 제주도까지 건물이 약간 흔들릴 정도의 지진이 감지될 정도였다. 그야말로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었다. 근거리에서 강진을 경험한 수험생들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살 떨리는 수능시험 전날에 이런 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상 초유 천재지변으로 인하여 모두에게 형평성을 주기 위해 수능 시험일이 일주일 뒤로 연기 되었다. 이 날을 위해서 전국에 수험생들이 온갖 노력과 집중을 다 한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었다. 수능 시험일인 11월 16일이 지나면 가기로 한 여행 티켓이며 레스토랑 예약도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포항 지역 수험생들은 여진의 공포와 싸워야 했고, 임시 대피소에서 일주일간 마음을 가다듬으며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큰 어려움도 있었다.

포항에서 일어난 강진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닐 만큼 두렵고 무서운 것이었다. 부상자가 135명, 재산 피해가 3323억으로 집계 되었다. 담벼락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건물 외벽도 주르륵 흘러 내렸다.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 황급히 도망쳐야 했다. 한 순간에 살고 있던 모든 터전을 앗아간 지진 앞에서 인간은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포항은 결코 안전한 도시가 아니라는 이미지가 따르게 되었다. 한동안 포항은 절대로 가면 안 될 곳이 되어서 시 자체가 곤란을 겪기도 했었다.

그런데 참 어처구니가 없게 되었다. 포항에 일어난 지진이 인간이 무력함을 느껴야 하는 천재지변이 아니란 것이 밝혀졌다. ‘지진 도시’라는 이미지는 억울한 오명이었다. 전국적으로 공포에 떨게 만들고 포항이 안전한 도시가 아니게 된 것은 어리석은 몇몇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엄청난 사고였던 것이다. 지난 20일 정부합동조사단은 ‘지열발전소가 미소지진을 순차적으로 유발시켰다. 임계 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촉발되었다.’라고 발표했다. 지열발전소에서 터빈을 돌릴 물을 데우기 위해 땅 속을 깊이 파내고, 거기다가 고압으로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에서 생긴 63회의 작은 지진의 파동은 더 큰 지진을 촉발한 요인이 되었다.

지열발전소와 포항 지진에 관한 뉴스를 접할수록 헛웃음만 나온다.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란 생각만 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한숨만 나온다. 391억 원을 들인 ‘무공해 에너지원’인 지열발전소는 강진으로 인해 투자금의 10배에 가까운 피해만 남겼다. 합동조사단 발표 하루 만에 정부를 상대로 피해 배상 소송을 내겠다는 사람들이 2000명을 넘어섰다. 정부를 상대로 수조원대의 소송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도대체 이 모든 사건의 비극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서 해결해야 할지 안타깝고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은 누구에게로 모든 탓을 돌릴 것인가를 놓고 공방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애초에 지열발전소를 추진했던 전전 정권을 비판하느라 급급하다. 반대쪽에서는 집권여당이 사건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을 내놓았다며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지진 발생 조사 결과와 원인이 드러났으면 ‘그래서 이제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고 마무리 할 것인가?’를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야 하지 않은가? ‘초유의 인재’를 겪은 수많은 시민들을 두고도 서로의 입장만을 내놓는 모습에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렇게 큰 사고 앞에서도 실망스러운 모습은 여전히 ‘역시나’였다.

이제 속속들이 지열발전소 사업과 관련된 수많은 불법과 불의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어리석고 잘못된 행위는 힘없고 약한 소시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은 대형 사고로 되돌아왔다. 지금은 한숨과 눈물 그리고 분노만 나오는 거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상처 입은 자들을 어떻게 위로할지 서로가 먼저 나서서 팔을 걷어 부칠 때이다. 그 다음에 무책임하고 어리석었던 자들을 법의 심판대 앞에 세우고 단호하게 잘잘못을 가려야 할 것이다. 어마무시한 사건에 대한 해결의 우선순위는 서로를 탓할 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큰 고비를 넘어갈 것인가를 염두하고 반성하는 심정으로 하자는 말이다.

교회 전통에 보면 하나님과 형제들에게 많은 죄를 지었음을 통탄하며 자복하는 기도문이 있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기도 문구에 따라서 가슴을 세 번치며 나에게로 모든 탓을 돌린다. 잘 되는 일에는 ‘내 탓이오’, 잘 못한 일에는 ‘네 탓이오’를 외치는 부끄러운 탓하기는 관두길 바란다. 참회의 기도문이 주는 진실 되고 선한 의미를 되새기며, 적법한 절차 가운데 속히 해결 되도록 한마음으로 기원할 때이다.

김학중 hjkim@dream10.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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