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하나님 보다 가까운 신

기사승인 2019.04.18  11:02:32

공유
default_news_ad1
article_right_top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점차 짐을 정리하고 있다. 버릴 것, 남 줄 것, 팔 것, 가지고 갈 것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제일 힘든 것이 아내는 그릇 때문, 나는 책 때문이다. 내가 책 때문에 고민하는 것의 첫째는 내가 이 책들 또 다시 읽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고 둘째는 남을 주려 해도 줄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 갈 때마다 무게 때문에 고르고 골라 사 온 책들인데 교만한 이야기 같지만 적어도 시드니의 목사들 가운데는 내 책을 가져갈 만한 이가 없을 것 같다. 쉽게 말해서 내 책을 읽을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내 취미 중에 하나가 어려운 책 읽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어려워 쩔쩔매다가 포기한 책들이 대부분인데 누가 읽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소중한 책이었기에 누군가가 내 책을 인수 받아서 소화를 잘 해줄 사람이 있다면 기쁨으로 양도해 줄 생각이다.

책 정리를 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내 손에 들어와 보관하고 있던 영어 고서의 처리에 대하여 잠시 고민 했다. 19세기 말에 출판된 책이 5권이 있는데 내용은 둘째 치고서 150년 이상 된 책이기 때문에 골동품으로 보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 가져갈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어 호주의 신학대학 도서관에 기증 했다.

그런데 기증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니 책값이 무척 비싸서 당시의 가격이 요즘으로 따지면 한 권에 3,40 만 원씩 나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세기말만 해도 책은 상류층이나 접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는 것이고 정보가 그만큼 제한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정보의 홍수를 맞이한 현대는 내가 아는 것 보다는 필요한 지식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되었다. 이런 것을 사회심리학자들이 분산기억 네트워크(transactive memory networks)라고 한단다.

분산기억 네트워크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은 개인이 대부분 지식을 달달 외우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분산기억 네트워크 시대에는 내 머릿속에 지금 당장 없는 지식이나 어떤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누구에게 물어보고 어디를 찾아봐야 하는지를 알면 된다. 물론 이런 기능의 대부분은 사람 보다는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다. 즉 나 대신 지식을 기억하고 보관하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기계인 셈이다.

현대는 제한된 시간 안에 가치 있는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것이 지혜이다. 왜냐하면 가짜 정보, 쓰레기 없는 정보, 객관성 없는 정보에 눈과 귀를 빼앗겨 귀한 세월을 낭비하기가 너무 쉽기 때문이다. 들불처럼 빠르게 퍼져나가는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속단하기가 쉬운 것이다. 현대의 소셜 미디어 환경은 불완전한 정보에 근거한 경솔하고 성급한 판단을 부추기고, 감정적 정체성이나 이데올로기적인 입장을 한층 강화 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발표되었다.

그 결과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근거가 없는 카톡에서 유통되는 정보에 의해서 형성된 여론층이다.  그렇게 해서 나타난 것이 정치에서는 태극기 부대 같은 사람들이고 종교에서는 맹목적 보수 근본주의자들이다.

지금은 하나님은 없어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지만 구글신이 없으면 만수무강에 심각한 지장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나는 오늘도 일상생활에서 구글신에 의지해서 정보를 얻고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면서 산다.

한국에서는 네이버라는 토속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많은데 네이버신이 주는 정보 중에는 공정하지 못하거나 오염된 정보가 많아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지성수 sydneytaxi@hanmail.net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