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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사랑아!

기사승인 2019.06.07  23: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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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토요일 오후, 수유리 문익환 통일의집 작은 마당에서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행정명이 동으로 바뀐 지 한참 되었지만 그 동네를 거쳐 간 선구자들의 흔적을 간직하고 싶어 고집스레 그 동네를 ‘수유리’로 부릅니다.

 6월 1일, 문목사님의 101번째 생신을 기념하고 새로 개관한 통일의 집 박물관을 후원하기 위한 음악회였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반짝이는 햇빛에 반응하여 온갖 나뭇잎들이 녹색 생기를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도 6월의 푸른 잎처럼 빛났습니다. 문목사님의 가족들, 연주자들, 동네 사람들, 민족과 평화와 통일을 사랑해서 모인 사람들, 초대가수 전인권의 팬클럽까지 그 곳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감동을 나누었고 모두 행복했습니다.

 첫 순서로는 문익환 목사님의 막내아들인 문성근 배우가 문목사님의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를 낭송했습니다.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듯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의 내공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노래도 아닌 시 낭송만으로도 이렇게 집중력 있게 깊은 표현을 전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모름지기 노래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그는 시 낭송만으로도 제게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테너 조태진님은 매우 좋은 선곡을 했습니다. ‘넬라 판타지아’는 분단의 철조망을 넘은 문목사님을 영화 ‘미션’에서 아마존 작은 부족을 위한 가브리엘 신부와 오버랩 시켜 주었고,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 나오는 돈키호테의 노래 ‘이룰 수 없는 꿈’은 통일을 꿈꾼 문목사님의 삶을 로시난테를 타고 떠난 돈키호테의 여행과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세르반테스는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을 돈키호테의 눈을 빌려서 바라보았고 미치광이의 특권을 빌어 그런 세상을 비판했습니다. 문목사님은 스스로 돈키호테가 되어, 남과 북에게 통일의 꿈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교회에게 예수의 꿈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목 놓아 외치셨습니다.

 돈키호테에 나오는 ‘불가능한 꿈’의 마지막 구절은 ‘Con fe, una estrella alcanzar/믿음을 갖고, 별에 닿는 것’입니다. 마음이 꿈을 통해 별과 닿아 있는 사람, 믿음으로 그 꿈을 끝까지 품어내는 사람.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미치광이 소리를 듣더라도 그 꿈을 향한 여정을 떠나는 사람이 바로 돈키호테였습니다. 문목사님도 그렇게 살다 가셨고 이제 그 ‘불가능한 꿈’은 이 땅의 작은 예수들, 우리의 특권으로서 우리 눈앞에 놓여 우리의 눈동자에서 빛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그 날의 모든 음악이 다 좋았습니다. 저는 담쟁이 잎으로 가득한 옅은 담장에 기대어 담장 너머의 음악회를 즐겼습니다. 본인의 표현대로 ‘감방 동기’ 문목사님의 부르심에 출연료 없이 달려와 노래한 전인권도 역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큰 감동을 주었던 노래는 음악회 시작할 때 흘러나온 영상에 곁들여진 녹음된 음악이었습니다. 그 노래는 문익환 목사님의 시 ‘고마운 사랑아’에 류형선 작곡가가 선율을 입힌 곡으로 정태춘의 노래였습니다.

 처음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뜨거운 것이 깊은 곳에서 타오름을 느꼈습니다. 감성적인 경험이었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미학적 경험으로서, 이 곡과 시와 노래가 마음이 시리도록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익환의 시, 류형선의 곡, 정태춘의 노래... 해당 분야의 가장 깊은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우리 시대의 가장 의미 깊고 가장 아름다운 컬래버레이션’이었습니다.

 음악회가 끝나고 한 가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음악회 프로그램 중에 찬송이나 신앙적인 노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 목사님의 생신을 축하하는 음악회였고 그 목사님을 이끌었던 힘은 부활이었을진대, 신앙의 이야기는 왠지 그곳에서 터부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실재로 문목사님의 딸 문영금 통일의집 관장은 ‘아버지는 이미 친구 윤동주와 장준하가 죽었을 때 함께 죽었고 이후의 삶은 덤이라고 생각했기에 죽음을 각오하고 휴전선을 넘을 수 있었다’고 제게 이야기 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문목사님 스스로도 “민주는 민중의 부활이고 통일은 민족의 부활이다”라고 말씀하시며 부활신앙을 깊이 품고 사셨습니다. 그런데도 찬송은 없었고 십자가와 부활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알 사람은 다 알았지요. 저도 이내 깨달았습니다. 그날 통일의 집에서 울려 퍼진 모든 노래들은 삶으로 녹아든 찬송이었습니다. 찬송이 없었던 것은 신앙이 다른 이들을 위한 배려였고 참 신앙을 위한 부드럽고 강한 초청이었습니다.

 그러나 알 사람은 다 알았습니다. 정태춘의 노래 ‘고마운 사랑아’에서 그 ‘고마운 사랑’의 시작은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 속에 이미 부활의 능력이 녹아 있다는 것 말입니다. 돈키호테처럼 저도 ‘불가능한 꿈’을 눈빛에 담아 봅니다. 이 노래가 우리들 교회에서 찬송가처럼 울려 퍼지게 될 날을 꿈꿔 봅니다. 통일만큼이나 그런 날도 그립습니다.


고마운 사랑아 샘솟아 올라라
이 가슴 터지며 넘쳐나 흘러라
새들아 노래 불러라
나는 흘러흘러 적시리 메마른 이 내 강산을

뜨거운 사랑아 치솟아 올라라
누더기 인생을 불질러 버려라
바람아 불어오너라
나는 너울너울 춤추리 이 언 땅 녹여 내면서

사랑은 고마와 사랑은 뜨거워
쓰리고 아파라 피멍든 사랑아
살갗이 찢어지면서 뼈마다 부숴지면서
이 땅 물들인 사랑아
이 땅 물들인 사랑아

*"고마운 사랑아"  문익환 시, 류형선 작편곡, 정태춘 노래
https://youtu.be/10SpdpmzUeU?list=RD10SpdpmzUeU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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