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교회 다니는 애들은 모여서 기도하다 죽었다니요!

기사승인 2019.06.14  20:51:06

공유
default_news_ad1
article_right_top

교회 다니는 애들은 모여서 기도하다 죽었다니요!

 

6월 11일자 경향신문 허진무 기자의 기사 내용을 보면 부산 중구의 한 사찰 주지이자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로 있는 우모 교수가 5월 17일과 24일 ‘불교와 인간’ 수업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세월호에 타고 있던 사람 중에서 불자는 모두 살았다”며 “교회 다니는 애들은 모여서 기도하다가 죽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반발하자 동국대 측은 5월 27일 우 교수를 해촉하고 해당 수업 담당 교수를 교체했다. 같은 달 31일 교학위원회 회의에서 학교 측은 총학생회에 “학교 이미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종교싸움으로 번질 수 있으니 외부에 알리는 것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우모 교수는 본인의 발언이 부적절한 표현임을 인정하고 강단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며 그냥 지나치려니 마음이 편치 않아 몇 자 글을 쓴다.

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돌아온 2015년 가을 연세대학교 송도 캠퍼스에서 학부 1학년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현대사회와 기독교’라는 필수 교양과목이었다. 60여명의 학생들이 수강하였는데, 그 중에는 기독교인도 있고 다른 종교나 무교인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과목의 커리큘럼은 기독교에 대한 이해와 현대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기독교 관점의 해석으로 구성하였다. 더불어, 타종교의 관점도 가르치고, 종교에 대한 개방성과 포용성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런데, 학기가 끝나고 학생들의 강의평가서를 보는데, 불교에 대해 배타적 관점을 가진 한 기독교 학생이 불편함을 토로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기독교인만 수강하는 수업이 아닌데 학생들에게 신앙교육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고 바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해야 될 학생들에게 열린 마음을 품도록 가르친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다분히 의도적이었으니 그러한 평가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기독교를 기반으로 세워진 연세대학교 교양과목에 기독교 관련 과목을 필수에 포함시키는 것은 그들 대학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불교 기반으로 세워진 동국대학교에서 필수 교양으로 ‘불교와 인간’이라는 과목이 들어간 것 역시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신학대학이나 불교대학이 아닌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것이라면 교수의 학습방법이나 목표는 달라야 할 것이다. 목사이자 박사인 사람이 기독교 기반 대학에서 필수 교양과목으로 ‘기독교와 현대사회’를 가르친 것과 스님이자 박사인 교수가 불교 기반 대학에서 필수 교양과목으로 ‘불교와 인간’을 가르친 것은 형태적인 면에서 유사성이 있다고 본다. 이 비슷한 상황에서 우모 교수는 어떤 입장과 관점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것일까?

기사 내용을 보면 그는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입장에서 편 가르기를 하였음이 분명하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닐 것이다. 여기저기 다른 곳에서도 했던 말이었기에 자연스레 터져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그 사람의 기본적인 상식이나 교양의 반영일 것이다. 어떤 과목인가 궁금하여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어느 학생의 과목 노트를 볼 수 있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로서 최고의 지혜에 도달하고, 무지와 무명의 어둠에서 깨어나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고 쓰여 있다. 물론, 어떤 종교에서도 예수나 붓다 혹은 성인들처럼 최고 지혜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가르침의 자리에 있는 사람, 즉 사람들을 무지에서 깨어나도록 이끄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깨어나기 위한 끊임없는 배움과 수행이 필요하고, 넓게도 보고 깊게도 볼 수 있는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가르치는 자리는 어렵다.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이 늘 뒤따른다.

동국대학교 측에서 학생들에게 이 문제가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자제를 부탁했다고 한다. “종교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이유이다. 하지만, 종교싸움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또한 종교 차원에서 기독교에 사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동국대학교와 우모 교수는 세월호 사건 유가족들에게 사과해야한다.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기독교와 불교 간에 발생하게 될 싸움에 대한 우려가 핵심이 아니다. 학생들의 발언처럼 우모 교수는 “국민적인 비극이며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지 못한 인재”인 사건 앞에서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현장에서 아이들은 누군가 구해 주러 올 것이라는 작은 희망 하나 붙잡고 서로 격려해가며 선장의 말만 듣고 가만히 기다리다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지경이다. 기도라도 하며 안타까이 울부짖으며 죽어갔을 아이들에게 “교회 다니는 애들은 모여서 기도하다 죽었다”는 몰상식한 발언을 했다니 유감이다. 이는 죽은 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종교 지도자로서 또한 교수로서 할 말이 아니다.

동국대학교 관계자는 “향후 교수를 임용할 때 적격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그렇게 하시라.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저 종교적 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쉬쉬하며 덮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여느 기독교 기반 대학들이 기독교인들만의 대학이 아닌 것처럼, 동국대학교도 불교인들을 위한 대학이 아니다. 불교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되었겠지만, 엄연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지성인들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기사에 의하면, 이미 학생들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고, “학교의 퇴행하는 모습이 망신스럽다”는 말까지도 하고 있다. 그러기에 우모 교수뿐 아니라, 대학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그리고 이 사회를 향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득형 목사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