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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남기고 간 교훈

기사승인 2019.06.25  21: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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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날이 더워지면서 진부령을 오가는 차들도 많아졌습니다. 작년에 문을 연 진부령 정상의 ‘흘리커피’는 주말이면 밀려드는 손님으로 정신이 없습니다.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귀촌해서 소일하려고 연 카페’가 큰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흘리커피’와 바로 옆 진부령 광장 편의점에 손님들이 쉼 없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한산한 평일 저녁 시간에 아이들이 ‘흘리커피’의 넓은 주차장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인심 좋은 사장님이 음료와 간식을 건네주십니다. 이번 주에는 미숫가루를 타서 주셨는데 참 맛이 좋았습니다. 평소에는 집에서 미숫가루를 주면 입도 대지 않고 먹지 않던 아이들이 ‘흘리커피’의 비율 좋게 탄 미숫가루를 먹고 나서는 집에서도 미숫가루를 찾습니다. 물론 제가 탄 미숫가루는 카페에서 파는 미숫가루처럼 맛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기대처럼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이 이사를 온 것은 아니지만 주민이 적은 진부령 정상에 카페를 열고 활기를 더해주는 이웃이 생겨서 감사합니다.

   5월 중순에 부쩍 몸이 약하고 얼굴이 백지장 같으신 A씨가 일자리를 찾아 제가 일하고 있는 기관에 방문하셨습니다. A씨는 2주 동안 실내에서 교육을 받으신 후 3주째에 실외로 근로 체험을 나가셨습니다. 하지만 농장에서 하루를 일하신 후 본인도 힘들어 하시고 다른 사람들도 그 분은 도저히 농장에서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여 다시 실내에서 일하는 곳으로 일자리를 바꾸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2주간 다른 사람들 보다는 작업속도가 느렸지만 성실히 자리를 지키며 일을 하셨습니다. 그 일은 작업 강도가 가장 낮은 일이기도 하거니와 참여하는 주민들이 모두들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아 서로 잘 돌보고 이해하며 일하는 곳이어서 저도 한시름 덜었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두 주 전 주말에 지역주민 B씨가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A씨가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구급차를 타고 지역 의료원에 입원을 하였는데 중환자실로 옮기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중환자실로 가려면 보호자가 필요한데 A씨는 연고자를 찾을 수 없어 응급실 담당 간호사가 A씨의 지인인 B씨에게 전화를 했고 B씨는 다시 저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렸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A씨와  B씨는 알고 지낸지 2주가 된 사이였습니다. B씨도 A씨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고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황급히 병원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물어보니 A씨는 급성 폐렴으로 입원을 하였으며 다행히 A씨가 의식이 있어 본인이 스스로 중환자실로 가기를 희망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돌아오는 월요일에 병원에 방문하여 필요한 부분을 논의할 터이니 먼저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진행해 달라고 병원에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월요일에 병원을 방문하여 병원 사회복지사에게 의료비 지원과 보호자 없는 병실 연계를 요청하고 중환자실에서 A씨를 만났습니다. A씨는 저에게 “치료를 빨리 마치고 다시 일하러 갈 터이니 기다려 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걱정 마시고 충분히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퇴원 한 후 다시 일을 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 담당공무원에게  A씨의 상황을 알리고 병원에 요청한 지원 사항을 군에서 다시 확인하고 처리 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아직 산불 현장 지원업무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이틀에 한번은 산불피해 이재민을 위해 외근을 해야 하는 공무원은 바쁘지만 최선을 다해서 A씨를 지원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지난주일 저녁 중환자실에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A씨의 상황이 위급해졌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으나 사망하였다고 했습니다. 연고자가 있으나 이미 오래전에 가족이 해체되어 아무도 연락이 되지 않았기에 A씨는 무연고자로 군에서 장례를 지원하였습니다. 지역 자원봉사센터에서 무연고자 장례 절차를 돕고  A씨가 살던 마을 분들도 함께 힘을 더했습니다. 곧 일어나서 다시 일을 하러 오고 싶다고 했던 A씨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망 소식을 듣고,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창백한 모습으로 일자리를 찾아오신  A씨를 보고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돌아가시는 것이 어떠신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꾹 참고 서류를 작성했던 제 모습이 불현 듯 떠올랐습니다. 저는 습관적으로 일하고 절차를 따지며 판단했지만 서류를 작성하던 그 순간에 A씨에게 그 일자리가 얼마나 절박했을까 생각해보니 가슴 한켠이 무거워졌습니다. ‘어떤 삶을 살았기에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곁을 지켜줄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까?’ 하는 의문과 그것이 A씨의 책임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 다행히 지역사회가 나서서  A씨의 마지막을 잘 배웅해 주었다는 고마움 등 저는 복잡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A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저에게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 주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제게 맡겨주신 소명이기도 합니다. 어려운 이들을 업신여기지 않고, 누구나 삶의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저 역시 보잘 것 없는 작은 자임을 항상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늘 하루, 만나는 이웃들이 곧 낮은 자리로 오신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마음 다해 환대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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