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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자르기

기사승인 2019.07.16  23: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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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요즘 진부령은 해가 ‘반짝’하고 나는 날이 없이 매일 구름 속에 묻혀 있습니다. 장기간 햇빛이 부족한 상태로 지내야 하다 보니 기분마저 울적한 것 같습니다. 뭔가 근심하고 있는 저를 보고 남편은 “요즘 일조량이 부족해서 당신이 우울한 것 같아.”하고 말합니다. 비도 눈도 거의 오지 않고 뜨거운 햇빛이 끝없이 내리쬐는 대구에서 나고 자란 저로서는 왜 북유럽 사람들이 해가 나면 공원이나 해변가에 누워서 일광욕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심정이 절로 공감됩니다. 제가 잠시라도 해가 나면 집 밖 의자에 앉아서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고 있으니 말입니다. 가루비누를 넣고 푹푹 삶아서 빤 하얀 수건이 마당에 널려 까슬까슬하도록 햇빛을 받으며 마르는 느낌이 그리운 요즘입니다.

   산과 나무를 좋아하는 저는 진부령에서의 삶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해가 날 때 집 밖에 간이 의자를 두고 앉아 있으면 맞은편 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뒷산의 잣나무들도 서로 햇빛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늘씬하게 위로 쭉쭉 뻗어 자라있습니다. 처음 이사를 와서 아끼던 뽕나무는 올해도 성실히 열매를 냈습니다. 다만 이제는 신기할 것이 없어진 저나 아이들이 더이상 뽕을 주워서 먹지 않았습니다. 교회 입구의 벚나무도 올해 봄에 여지없이 꽃을 피우고 버찌를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하지만 발에 밟히는 버찌로 인해 신발들이 검보라색으로 변해서 땅에 떨어진 버찌는 애물단지 신세가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이사를 오고 얼마 후 장로님께서는 뽕나무가 많이 자라 교회 후면 지붕까지 가지를 뻗치고 있으니 그 뽕나무를 자르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회 입구의 벚나무도 가지가 너무 쳐져 있어 교회가 잘 보이지 않으니 자르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뽕나무는 뽕을 먹어야 하고 벚나무는 봄에 예쁘니 자르지 말자고 말했습니다. 사실 뽕은 처음 두 해 정도만 먹었고 이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떨어진 뽕 역시 발에 밟히며 신발 바닥을 물들이고 있을 뿐입니다. 벚나무는 봄에 꽃을 피우면 예쁜 엽서사진처럼 멋지긴 하지만 가지가 너무 아래로 쳐진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막연히 나무를 자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리고 그 나무들이 그만큼 자라는데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했을지 생각하니 안타까워서, 무조건 나무를 자르지 말자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진부령은 여름과 겨울에 일조량이 극히 부족합니다. 건물을 짓고 나중에 조금 더 넓혀서 낸 안방은 여름이면 특히나 습기가 많습니다. 방에 요를 깔고 자면 장판과 맞닿은 요 바닥이 척척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남편은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제습기를 틀어둡니다. 그런데 안방의 창문 앞에는 큰 고로쇠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그 나무는 키가 꽤 커서 1층(실제는 아래에 창고가 있어 2층 높이)의 안방뿐만 아니라 윗층의 예배당 벽에도 그늘을 지우고 있습니다. 심지어 교회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고로쇠나무들과 안방 앞의 그 고로쇠나무가 아치형으로 맞닿아 마당 한편은 여름 내내 빛이 잘 들지 않는 그늘입니다. 상황이 그렇지만 저는 한 번도 그 나무가 그늘을 지우기 때문에 건물이 더 습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책을 읽다 보니 집의 벽을 가리는 나무는 햇빛을 차단해서 집이 곰팡이가 피고 망가질 수 있으니 과감히 자르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벽 한 면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고로쇠나무와 교회 후면에 사철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뽕나무는 아쉽지만 잘라내야 하는 나무입니다. 그 두 나무로 인해 교회 건물의 네 면 중 두 면이 적어도 봄, 여름, 가을 지속적으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셈입니다. “그늘이 져서 안된다.”며 장로님께서 나무를 자르자고 하실 때 저는 나무가 아까워서 자르지 말자고 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무슨 고집이었나 싶습니다. 장로님은 그런 저에게 지금까지 한마디 핀잔의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교회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햇빛이 필요하다는 것에 이제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지난주 장로님께 고로쇠나무와 뽕나무를 자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4년간 제 고집으로 더 묵직하게 자란 나무들과 이끼 낀 건물을 보며 아무것도 모르고 막연히 고집피운 제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습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것이어도 그 피해가 분명하면 단숨에 잘라내야 합니다. 무엇이 피해인지도 잘 모를 때는 더 잘 아는 사람의 조언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믿음의 삶도 이와 같습니다. 잘못된 것은 아무리 달콤하고 매력적이어도 그만 끊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믿음의 선배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겸손도 필요합니다. 지혜로운 믿음의 연장자를 곁에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저의 믿음에 그늘을 드리우고 이끼가 자라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오늘 하루, 믿음의 눈을 어둡게 하는 마음속의 욕심들을 잘라내고 빛이 가득한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홍지향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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