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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에게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한 이유

기사승인 2019.09.05  1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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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은 “성별 차이에 따른 불평등 상황을 인식하고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하는 인지적이고 감성적인 능력”을 말하며 ‘젠더 감수성’, ‘성인지 관점’ 등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2018년 4월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에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표현이 인용되면서 학술적, 법률적 용어로도 통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가지고 성차별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섬세하게 포착하고 성찰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성인지 ‘관점’이나 성평등 ‘인식’이라는 말 대신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적인 요소들이나 성별 불평등은 너무 깊이 그리고 너무 만연되어 있어서 민감하지 않으면 무심히 지나치기 쉽습니다.

데이트성폭력을 로맨스로 가장하는 TV 드라마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광고는 너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구 교체할 땐 아빠, 컴퓨터 교체할 땐 오빠”와 같이 여성들을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존재로 묘사하는 광고카피들이나 국민동요라 일컬어지는 “어여쁜 엄마상어, 힘이 센 아빠상어” 상어가족의 가사는 유아기에서부터 성역할 고정관념을 그대로 수용하게 하는 심각하고도 시대착오적인 내용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을 갖지 않으면 뭐가 문제인지 알아챌 수 없고 알아채도 바꿔나갈 동력을 갖지 못합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끊임없이 깨어서 성찰해야 하는 덕목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이 둔감한 상태라면 이전의 관행이 아무 문제없는 것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여신도들의 모임에서 초청된 남성목회자가 ‘설거지는 하고 집회에 왔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목회자 진급과정 심사에서 심사위원 목사가 미혼인 여전도사에게 ‘결혼 못해서 목사하려고 하냐’고 묻거나 기혼인 여전도사에게 ‘남편도 당신 설교 듣느냐’는 등의 질문을 아무런 의식 없이 하게 될 것입니다.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게 되면 연세 드신 분들이 종종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요즘 목회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예쁘고 기특해서 어깨 좀 쓰다듬어도 성희롱이고, 분위기 좀 좋게 하려고 농담 좀 한 것도 성희롱이라고 한다며,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을 왜 문제 삼느냐며 몹시 불편하고 불쾌하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없는 언행이라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목회자의 권위 때문에 신도들이 참고 있을 밖에 없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나의 언행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떻게 느껴질 것인가를 고려하여 그간의 관행이나 습관을 바꿔나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올해 장정개정을 위해 감리교여성연대에서는 교역자의 출산과 육아휴직에 관련한 법안과 교회내 성폭력특별법 관련 법안 등을 장개위에 제출했습니다. 교회에 그런 법이 왜 필요하냐고 불편해하며 반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의 핵심은 성별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되, 그러한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과 행동을 취하는 것입니다. 교회에 이런 법이 생기는 것은 교회가 세속화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섬세하게 공동체과 그 구성원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31회 총회 때 성별 세대별 의무할당제가 통과 되어 처음으로 여성총대가 15%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여성비율이 50%가 넘습니다. 그럼에도 이제 겨우 15%를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여성 의무할당제에 대해 역차별이라며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할당제로 인해 남성들의 권리를 빼앗겼다는 것입니다. 앞서 30번의 총회를 지내는 동안 남성들이 특권을 누렸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걸까요. 15% 할당제는 여성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이제 조금 되찾은 것이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제야 바로 잡아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성인지 감수성을 갖는 일은 그간 내가 누렸던 특권이나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불편한 일입니다. 먼저 나의 위치가 어떠한지 내가 어떤 특권을 누리고 있었는지를 자각하는 일이 시작입니다. 내가 가진 어떤 사회적 조건들로 인해 차별을 경험하게도 하고 특권을 경험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성별이나 나이, 성정체성, 국적, 장애여부, 교육수준, 출신지역이나 거주지역, 경제적 수준, 직업이나 고용형태와 같은 사회적 조건들에서 내 위치를 알아차리는 겁니다. 저는 여성으로서 남성들에 비해 분명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성희롱 피해 경험도 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회자 진급과정이 늦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비장애인으로서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서울 출신이라 지방에 사는 분들이나 외국인에 비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삽니다. 경제적 수준은 높지 않지만 목사라는 위치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권리를 누리게 합니다. 결국 내가 누리는 권리는 온전히 내 것이기 보다 어떤 이들이 누리지 못한 권리를 누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의도치 않게 나와는 다른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차별과 폭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민감하게 처신하려 합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결국 인간에 대한 존중과 평등으로 이어집니다. 목회자에게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새물결에서부터 이 교육을 실행해 나갈 것입니다.

 

   
▲ 홍보연 목사 / 새물결 여성위원장,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원장, 맑은샘교회 목사

 

홍보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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