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거절하지 말고 한번 해 보라!

기사승인 2019.10.09  00:40:55

공유
default_news_ad1
article_right_top

나의 첫 단독목회지는 강원도 양양의 손양교회였다. 2002년도 2월, 아내와 지금은 스무 살 성인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두 살짜리 어린 딸을 데리고 첫 담임목회지인 양양 손양면의 작은 교회로 이삿짐을 풀었다. 양양 국제공항 진입로에 있는 1년 결산 870만원의 어려운 미자립교회였지만 열정을 갖고 목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교회에서 10분 거리에 낙산해수욕장을 비롯한 바닷가가 있어서 여름에 수련회장소로 대여해 달라는 요청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매년 여름에 3-4교회 정도 수련회장소로 대여를 해주었다. 덕분에 수련회 온 여러 교회들과 목사님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한번은 수련회 온 교회 중에서 승합차를 기증한 일도 있었다. 교인이 차를 바꾸면서 기존에 타던 승합차를 어려운 시골교회에 기증하고 싶다고 했는데, 수련회 장소로 사용했던 우리 교회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관리상태가 아주 좋은 차였기에 감사함으로 받고 잘 사용했다.

수련회 온 교회의 담임목사님 중에 기억나는 분이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2004년 여름이었던 것 같다. 방문한 수련회 팀을 맞이하고 있는데, 그 교회의 담임목사님을 뵈니 굉장히 낯이 익었다. 어디서 많이 뵌 분 같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당시 ‘시간관리와 리더십’이라는 책을 내셔서 나름 바쁘게 강연과 저술활동을 하시는 유성은 목사님이셨다. 인자하신 외모에 차분하고 점잖으신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그 분이 쓰신 책을 나도 읽어보았기에 내가 알아보고 인사를 하니 참 반가워하셨다.

3박 4일 동안의 수련회 기간 중간 중간에 유목사님과 종종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는 목사님께 질문을 했다. “목사님께서는 수많은 주제 중에서 어떻게 시간관리와 리더십이라는 책을 내게 되셨습니까?” 유목사님께서는 “극동방송에서 매주 시간관리에 관한 짧은 칼럼을 써서 방송을 해 달라고 부탁받았는데, 매주 쓴 글이 몇 년 동안 모아지고 후에 그 칼럼들을 책으로 내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자신이 시간관리전문가로 초청을 받고 강사가 되었다”고 대답하셨다.

그러면서 내게 한 가지 조언과 당부를 하셨다 “누군가가 내게 무엇인가를 해달라고 요청하면  거절하지 말고 한번 해 보라!”고 말이다. 자신이 매주 방송을 부탁받았을 때 거절했다면 자신은 책을 낼 수도 없었고, 지금의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무엇인가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워도 그것이 쌓이면 자신에게 유익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지금은 은퇴하신 그 목사님은 15년 전 양양의 젊은 전도사에게 했던 조언을 기억하지 못하실 테지만 그 목사님의 조언은 늘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2016년 한 선배목사님으로부터 음식과 관련된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뉴욕에서의 유학시절 음식과 요리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나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내게 제안을 하신 것이다. 알겠다고 했지만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2019년이 되었다. 최근 또 다시 같은 제안을 진지하게 하시는 선배목사님을 보니 15년 전 양양의 첫 목회지에서 만났던 유목사님의 조언이 떠올랐다. 그래서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으로 제안을 수락하였다.

글을 쓰는 것이 내게 익숙하거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진솔하게 써보려고 한다. 소재는 음식과 요리,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요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특별한 관심사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잘 하는 요리들에 관한 이야기, 사람들을 초대하여 요리로 환대한 이야기, 등등 음식과 요리에 관한 가볍고 재미있는 글이 될 것이다. 몇 년이 지나서 어쩌면 ‘요리하는 목사’로 이름이 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