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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코로나 섬

기사승인 2020.03.21  00: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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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알 필요는 없는데 궁금한 교회음악 이야기!’ 제가 만들어 놓고도 참 재미있고 뿌듯한 제목이라 한참을 실실거렸습니다. 몇 주 째 교회학교 예배가 중단되고 있습니다. 길어야 두세 주 정도면 상황이 정리되고 예배가 재개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교회학교 담당 부목사님들이 이번 주에는 본의 아닌 자숙모드에서 벗어나 어딘가 모르게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염두하고 방송예배 뿐만 아니라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유튜브 방송 형식으로 신앙교육 콘텐츠를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그 와중에 제게도 교회음악에 관한 코너를 부탁하셔서 고민하던 중에 이와 같이 멋진 제목을 생각해 낸 것입니다.

우선 제목으로 반은 먹고 들어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콘텐츠의 내용을 준비해야 할 것 같지만 요즘 친구들에게 보다 더 중요한 것, 잠간이라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먼저 연구해야 합니다. 예전과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TV를 잘 보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핸드폰 핫클립 영상으로 핵심 부분만 간추려 본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느려지거나 지루해지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심지어 중간에 핸드폰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영화관에 가는 것을 꺼려할 정도라고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저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열다섯 살 된 아들에게 인터넷 IP TV로 제가 그 나이에 감명 깊게 봤던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서 여러 번 시도를 해 봤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핸드폰을 찾아 쓱 사라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 봐야만 했습니다. 아무튼 함께 예배를 드릴 때에는 억지로라도 집중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각자 자기 방에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집중 시키는 것이 이토록 중요했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감각적인 재미를 적어도 20초에 한번 씩은 터트려야한다고 합니다. 언제나처럼 저 혼자만 웃을 것 같아 두렵긴 했지만 단단히 각오를 하고 제대로 망가져 줘야겠다는 순교자적 다짐을 한 뒤 재미있는 멘트들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의 제목은 ‘찬송가는 왜 이렇게 지루한 것일까요?’로 정했습니다. 이것도 마음에 듭니다. 찬송가에 관하여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이 머릿속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무튼 요 며칠 동안 이런 즐거운 고민을 하고 되도 않는 개그멘트와 방송용 손동작을 연습해 보면서 사무실 구석에서 키득거리며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 새 코로나19로 인한 생활패턴의 변화에 적응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인간의 적응력이란!
  
그래도 이탈리아 사람들만큼 낙천적일 순 없겠지요. 각자의 집에 격리되자 베란다로 나와 이웃들에게 서로 칸초네를 불러 주는 이탈리아 사람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우리도 철저하게 조심하고 조심하되 평안한 마음만은 잃지 말아야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어딘가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지만 그 안에서 희망과 웃음은 잃지 말아야겠습니다. 고약한 전염병이 우리 몸은 건드려도 결코 우리의 삶의 의미와 고귀한 인간성과 세상의 어떤 상황이나 조건도 흔들 수 없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느니라(롬 8:38~39)”

끝까지 봐 줄지는 모르겠지만, 제 아들이 누군가와 사랑을 하게 될 때 보여 주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1958년에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 ‘남태평양/South Pacific’입니다. 이 뮤지컬의 작곡과 대본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전설적인 콤비였던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2세의 작품입니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는 ‘There is Nothin’ like a Dame/여자에게 비할 것은 없다네’라는 유명한 합창곡이 나옵니다. 전쟁 중에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격리되어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해군 병사들이 익살스럽게 부르는 노래지요. 다소 속물적인 제목이지만 전체 내용을 알고 들으면 전쟁의 광기와 격리됨 속에서도 희망과 해학을 잃지 않는 병사들이 ‘살아있음/삶’을 노래하는 것으로 들릴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라는 이름이 남태평양의 어떤 섬 이름 같기도 합니다. 아직 코로나에 갇혀 있지만 우리 모두 하나님을 의지하여 그분이 우리에게 때마다 주시는 희망과 웃음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잃어버리지 말아야겠습니다.

*음악듣기 : https://youtu.be/1dSejG48NLI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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