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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군인의 노래

기사승인 2020.06.27  00:08:54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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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은 6.25전쟁이 발발한 7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8시 20분 서울 공항 격납고에서는 6.25 전쟁 제70주년 행사가 열렸습니다. ​<영웅에게>라는 부제도 인상 깊었지만 비행장 격납고라는 장소뿐만 아니라 저녁 8시 20분이라는 시간도 의외였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코로나와 더위 가운데 참석하는 고령의 참전용사들의 건강을 감안해 야간 개최를 한 것으로 보도되었지만 기념식을 보면서 이내 더 깊은 연출 의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념식을 앞두고 북한서 발굴된 국군전사자 147구의 국군 전사자 유해가 하와이를 거쳐 고국으로 돌아왔는데 유해를 모시고 온 공군 비행기가 기념식장 앞에서 스크린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주위로 불빛을 머금은 드론이 띄워져 펄럭이는 태극기와 경례를 하는 군인의 모습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배경이 깜깜한 밤이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또한 비행장 격납고라는 장소는 6.25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되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휴전인 상태에 있으며 하루 빨리 종전 선언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하는 온 민족의 염원을 이야기 하는 듯 했습니다.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147구의 유해 가운데 신원이 밝혀진 일곱 분의 유해가 비행기에서 내려와 도열한 후 그들과 함께 장전호 전투에 참전했던 노병이 떨리는 손으로 대통령께 경례하며 복귀 신고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 가운데 들린 노래 한 가락이 제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바로 윤도현이 부른 김민기의 ‘늙은 군인의 노래’였습니다. 이 노래의 감동 포인트는 락 가수 특유의 샤우팅이 아니라 목이 잠긴 듯 부르는 처음 부분이었습니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 간 꽃다운 이 내 청춘

후략

이 노래는 가수 김민기가 1976년 군 생활을 하던 시절에 만든 곡입니다. 서울대 미대 재학 중에 입대하여 카투사로 근무하던 그는 입대 전 작곡한 ‘아침이슬’과 같은 노래들로 인해 보안대의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영창살이를 한 후 전출 명령을 받아 원통의 12사단 51연대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이 노래를 우리에게 남기기 위한 운명이었던 것일까요? 같이 복무하던 선임하사 중에 30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앞둔 이가 있었는데 막걸리를 주며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런 사연을 가지고 이 노래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당시에 30여 년 동안 군 생활을 했다면 그 노병은 한창의 나이에 6.25전쟁에 참전했을 것입니다. “흙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푸른 옷에 실려 간 꽃다운 이 내 청춘”등의 가사는 아마 막걸리를 함께 마시며 그 늙은 군인으로부터 발견한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가사는 누구 한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 전쟁 중에 죽어간 모든 청춘들의 넋두리였습니다. 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너무나 슬픈 전쟁이었습니다. 이 땅에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가 기념식을 시작부터 끝까지 본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권위주의와 형식주의 지루함의 상징이었던 국가 기념식이 한편의 공연이 되어 국민들과 초대된 각국의 손님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교회가 세상을 정화하는 샘물이 되고 세상의 문화를 이끌어 주며 세상이 표현하지 못할 감동을 선사하던 때가 분명히 있었는데 이제는 도덕적 기대수준 뿐만 아니라 감동의 깊이마저 세상이 교회를 앞질러 버렸다는 생각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교회가 가진 것을 지켜내고 변화를 두려워하여 움츠려 있는 동안 세상의 돌들이 소리쳐 하나님이 주신 창조성을 표현하고 민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사람 모으고 건물 짓고 분열하고 정죄하느라 방치해 버렸던 진정 교회가 했어야 할 일들 말입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다시금 위로와 화해와 평화의 사도로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마땅한 책무를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삶과 예배로 세상에 다시금 감동을 선사하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홀로 거룩하신 분 하나님과 가장 아름다우신 예수와 그의 사랑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eHc9_RkUaE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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