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두 손을 모읍니다

기사승인 2020.08.01  23:50:57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공유
default_news_ad1
article_right_top

  어느새 8월입니다. 8월에는 그동안 미적대고 미뤄두었던 기도책을 엮어야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습니다. 기도책은 색동교회가 설립 10주년(2010-2020)을 맞아 묶으려는 공동의 작업입니다. 단순한 기념문집이 아닌 두고두고 일용할 기도로 삼으려는 공동체 신앙운동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2018년 12월 첫 주일부터 2019년 교회력 끝주일 수요일까지 교회에서 행한 회중기도문을 모았습니다. 물론 기도자들은 이를 녹음하는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1년 치 기도를 풀어서 엮으려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한 배경은 먼저 대부분 교우가 회중기도에 참여하고 있으며, 또한 비교적 교회력에 어울리도록 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종종 대표기도가 권위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름부터 몇몇이 독점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자타가 공인할 만큼 기도를 잘하는 사람은 없으며, 게다가 기도의 전문가 타령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모두가 겸손하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예배하는 회중을 대언하는 것입니다. 가장 가난한 마음의 기도가 가장 진실한 법임을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1988년 스위스 글리온에서 남북교회는 8.15직전주일을 공동기도주일로 지키자고 약속한 바있습니다. 그 약속이 지금껏 계속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공동기도문 작성입니다. 해마다 광복절을 앞두고 기도문 초안을 작성해 제3국의 팩스로 소통하며 문맥과 단어를 수정하면서 합의해 온 전통이 이미 30년을 넘어섰습니다.

  몇 차례 기도문 초안 작업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한 개인이 홀로 기도문을 쓰기보다 공동체가 초안을 만들면 좋겠다는 제언이었습니다. 그래서 2013년과 이듬해 두 해 동안 색동교회 수요기도회 참석자들이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실은 초안의 밑자료에 불과했지만, 단어와 표현 그리고 간구의 내용을 빌렸더니 더욱 풍성하던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작업자의 수고는 몇 배를 더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도문이 영문으로 옮겨져 세계교회가 함께 한다는 자부심은 훨씬 웃자랐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색동교회는 회중기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특별한 대표자가 아닌 모두가 참여하기에 예배시간마다 회중기도가 ‘특별’나게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반복해온 교회력 생활은 짧은 기도문에도 하나님의 달력과 그리스도인의 소소한 삶을 담아냈습니다. 두루 경험하는 일이기에 누구 한 사람 회중기도를 준비하면서 두렵고 떨리지 않는 심정이 없을 것입니다.

  기도책은 단지 개인들의 기도문을 묶어 두려는 기념문집이 아닙니다. 저마다 고백한 기도 중에서 금쪽같은 간구들을 조각보처럼 혹은 매듭같이 엮어 손 가까이에 두고 사용할 일용할 기도집을 만들자는 것이 목적입니다. 마치 영국교회의 기도 컬렉션처럼, 독일교회 찬송가 뒤에 실린 기도교독처럼, 미국식 손바닥 문고판 매일기도문처럼 일상의 기도를 공동의 언어로 재편집하는 과정입니다.

  첫 목회지인 문수산성교회에서 창립 6주년을 맞아 기도문집을 엮었습니다. 그 제목이 ‘희년맞이 공동체의 기도’(1991.4.11)였습니다. 새 예배당 봉헌식 선물로 기도문집과 함께 토기로 빚은 밥그릇 두 개씩 나누었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자칫 기도는 휘발성이 되어 사라지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기도한 대로 사는 일을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요? 시편의 기도들이 수천 년이 지난 후에도 우리에게 울림과 떨림으로 존재하는 것은 개인이 드린 기도의 몫을 공동체가 품을 기도의 분량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찬양공동체로, 탄원공동체로, 감사공동체로 지금도 모든 예배자들이 동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시편공동체로 거듭나려는 소망을 더는 늦출 수 없습니다.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