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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소녀》 (2019)

기사승인 2020.08.04  01:03:11

이진경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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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삶에는 이룰 수 없는 꿈,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룰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꿈들이 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야말로 이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속담일 것이다. 뻔히 보이는 현실의 단단한 벽 앞에서, 부딪혀 깨지고 좌절하기보다는 미리 접어버리는 것이 훨씬 나은 계란 같은 꿈들이 있는 것이다. 이런 꿈들은 한 마디로 ‘불가능한 꿈’이라고도 표현되는데 이때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홀로 있기보다는 주로 다른 수식어들과 함께 말해지곤 한다.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누가 봐도 불가능한,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등등처럼.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야구소녀》는 올해 6월 코로나19 사태의 한 복판에서 개봉된 작은 영화다. 주인공 주수인은 현재 유일한 고등학교 여자야구선수다. 포지션이 투수인 주인공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계속 야구선수의 길을 걷겠다는 결심을 한다. 여자야구리그의 선수가 아니다. 말 그대로 프로야구의 선수가 되겠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그게 가능한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남자들과 피지컬로 경쟁이 될 리 없지 않은가, 체력과 체격의 차이에서 비롯된 힘의 한계가 극복될 리 없지 않은가? 객관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이 주인공의 꿈을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한사코 말리고 포기시키려 든다. 그런데 영화 내내 모든 사람들이 다 안 된다고 말할 때 끝끝내 유일하게 안 된다고 말하지 않는 단 한 사람이 있다. 그 유일한 사람은 다름 아닌 주인공 자신이다.

꿈을 향한 어처구니없이 무모한 질주는 결국 새로 부임한 코치를 움직이게 만들고, 코치는 여자투수로서의 최고 약점인 구속을 올리려 피땀을 흘리는 주인공에게 마침내 효과적인 조언을 하기에 이른다. “단점은 절대 보완되지 않아. 단점을 보완시키려면 장점을 키워야 돼.”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아주 오래 전에 들었던 한 야구중계방송에서의 인상적인 말이 떠올랐다. 물러설 곳 없는 타자와의 결정적 일구 대결을 앞둔 순간, 해설가는 투수에게 이런 식의 조언을 했다. 타자가 못 칠 공을 고르려 고심하기보다 자기가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져야 한다고. 비록 영화 속 말과 똑같은 말은 아니었지만 방향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약점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내가 가진 강점을 놓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하나 들어본다면, 한국교회는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방언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방언을 못하면 심지어 신앙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말까지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방언은 은사, 즉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선물이라고, 그리고 이 선물은 여러 선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어떤 선물을 주시는지는 철저하게 하나님께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하지 못한 방언에 대한 집착은 하나님이 내게 이미 주신 다른 귀한 성령의 은사들을 결코 보지 못하게 만든다. 약점에 대한 집착이 은혜에 대한 눈을 가린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 속 코치의 조언은 단지 주인공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남들에게는 있으나 내겐 없는 은사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내게 주신 은사를 발견하고 그 은사를 따라 사는 것이야말로 은혜를 누리는 신앙의 삶일 것이다.

영화의 거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은 ‘현실적’인 제안을 받는다. 그것은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논리적으로도 만족할 만한 제안이다. 현실을 안다는 사람들에게라면 꽤 흔들리는 유혹일지도 모르겠건만, 꿈을 사는 주인공은 단 일 초의 고민도 없이 자리를 일어나 나온다. 미련 없이 나가는 주인공을 쫓아온 관계자는 그녀를 세우고 말한다. “주수인 선수, 이렇게 가면 어떡해요?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횐데. 이런 기회 진짜 자주 오는 거 아니에요.” 이 장면에 이르기까지 이 남자는 진심으로 주인공을 선수로 여긴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선수’라는 호칭을 사용한 남자에게 주인공은 대답한다. “이젠 제가 야구선수로 보이시나봐요.” 발길을 돌린 주인공은 다시 제 길을 간다. 영화는 불굴의 꿈은 다른 꿈을 위한 씨앗이 된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고 보여준다. 그렇다. 계란이 바위를 부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계란을 깨고 나온 병아리가 비록 하늘을 훨훨 날 수는 없어도 언젠가 바위 하나쯤은 거뜬히 뛰어 넘을 수 있는 닭이 되고야 말지 누가 알겠는가?

 

   
 

이진경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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