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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윤희숙 의원님께

기사승인 2020.08.05  16:48:25

임종석 seok944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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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서한]

임차인 윤희숙 의원님께

 

“저는 임차인입니다.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고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게 드는 생각은 4년 있다가 저는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저의 고민입니다. 저의 개인의 고민입니다.”

의원님께서는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하신 자유발언의 본론을 이렇게 시작하셨습니다. 집이 없어 세 들어 사는 설움을 톡톡히 격고 있는 서민들과 같은 처지의 의원님 말씀에 많은 국민들은 사이다와 같은 청량감으로 공감했습니다.

각계각층으로부터의 찬사도 이어졌습니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우리 국민 수준이 예전과 다르’다 한 칭찬이 그렇고, 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국회의원 1주택 실천 운동을 제안하며 ‘야당이라도 본받을 건 배워야 한다’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심지어 의원님의 이 연설을 가리켜 ‘사아다 경제학’ 또는 ‘레전드 연설’이라고 들 하여 의원님께서는 찬사라는 말로는 설명이 다 안 되는 그야 말로 전설적인 인물이 되셨습니다. 의원님 소속 통합당에서는 이에 한껏 고무된 듯 다음의 국회 공개토론에 제2의 윤희숙을 내세워 여론전에 적극 돌입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고 합니다.

이 편지를 쓰는 저는 우선 의원님이 부러웠습니다. 말씀을 어쩌면 저렇게도 잘하실까 하는 부러움이었습니다. 언성도 높이는 일 없이 차근차근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말씀하시는 그 언변이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앞에서 든 칭찬이나 찬사와 같은 그런 면에는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4년 있으면 전세가 없어진다는 말씀에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전세를 놓고 있는 다주택자 대부분은 그 전세를 끼고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주택을 사 전세를 놓고 있는데, 4년 뒤에 전세가 없어지려면 그동안에 전세금만큼의 돈이 생겨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의원님께서는, 이번에 전세금 인상률을 5프로로 묶어놨으니 괜찮을 것이라 하는데 지금 이자율이 2프로도 안된다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임대인이라도 세놓지 않고 아들딸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할 것입니다. 조카한테 들어와서 살라고 관리비만 내고 살라고 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의원님이시라면 그러실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세를 놓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원님처럼 그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토지자유연구소 이태경 부소장도 전세가 급감하고 월세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며, “다주택자 대부분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전세를 월세로 돌린다는 것은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뜻이고 이는 엄청난 부담이다. 전세보증금을 현금으로 들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경실련의 김현동 부동산건설계획본부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런 취지의 말을 합니다.

2+2, 2년 플러스 2년으로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권한과 보증금 인상의 상한선을 5%로 두는 법은 ‘방향은 맞는데’,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돈을 한 100억 정도 되는 사람이 집을 10채 가지고 있으면 돈이 풍부하기 때문에 굳이 전세를 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월세를 받고 있죠.’ ‘그런데 돈이 한 10~20억밖에 없는데 집이 10채 있는 사람은 전세 손해인 줄 알면서도 전세를 다 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갭투자를 했기 때문에 ‘그렇죠. 그런데 이게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4년 안에 엄청난 돈이 어디서 조달되거나 소득이 생기지 않는다면 전세를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래서 전세 물량이 감소한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그런데 김 본부장은 같은 자리에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말씀입니다만, 의원님의 그 ‘레전드 연설’과 관련하여 ‘그분이, 부동산 전문가고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했는데, 그걸 또 박수를 친다는 것 자체가 서민과 약자를 위해서 부동산과 주거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이 우리 대한민국에 정말 없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저는 앞에서 의원님 말씀에 공감이 되지 않았다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알게 되어 공감 아닌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 든 일이 있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하셨는데, 그냥 임차인이 아니셨습니다. 임차인이자 임대인셨습니다.

민주당의 박범계 의원이 ‘윤 의원이 국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이고 현재도 1주택을 소유한 임대인이라고 주장했’을 때만해도 또 아니면 말고 식 정치판 발언이 도졌구나 하고 그냥 넘어 갔습니다. 사실 이 때의 발언으로 인해 박 의원은 여론의 몰매를 맞기도 했지요.

그런데 박 의원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하신 의원님의 말씀도 거짓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고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그게 저의 고민입니다. 저의 개인의 고민입니다’라 하신 말씀은 말씀 그대로는 아닙니다. 서민으로서 서민의 입장을 대변하시는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의원님께서는 경제적으로도 서민이 아니셨습니다.

의원님께서는 현 지역구인 서울 서초 갑에 전세를 사시면서 성북구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세종시에도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었는데, 세종시 것은 최근에 파셨습니다. 박범계 의원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지요.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의원님의 재산 가액은 총 12억4200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걱정을 합니까. 집 주인이 나가라 하면 나가 내 집으로 들어가면 되지요.

저는 의원님께서 왜 그런 국회의 연설을 하셨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에다가, KDI 연구위원, 국민경제자문회 민간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등등, 거기에다 신언서판 중 무엇 하나 빠질 것이 없는 의원님께서 왜 그렇게 까지 서민인척 하셔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씨야 컴퓨터가 대신해 주는 세상이 되었으니 유려하고도 설득력 있는 언변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의원님께 바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척하는 일로는, 코스프레로는 ‘-꾼’ 밖에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의원님 같은 분께서 정치꾼이 된대서야 되겠습니까. 정치인 아닌 나라를 바로 세우는 훌륭한 정치가가 되셔야지요. 의원님께서는 마음만 먹으면 그럴만한 능력과 자질을 충분히 가진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러한 정치가가 되시어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바르게 이끄시어 바르게 성장해 가게 해 주실 것을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임종석 seok944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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