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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진보입니다.”

기사승인 2020.08.07  11:48:48

임종석 seok944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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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진보입니다. 그렇다고 진보가 되고 싶어서 진보인 것은 아닙니다. 제 성향, 아이덴티티가 그렇습니다. 바름(正)과 옳음(義)이라고 하는 해(太陽)를 따라 도는 해바라기, 그게 제 정체입니다. 너무 교만한 거 아니냐고요? 그렇담 수정하지요, 그게 제 정체 아닌 지향점이라고.

저는 언제나 항상 제 자리에 있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진보였습니다. 그럼 지금의 우리의 진보가 정의롭냐고요? 설마요. 흔히 정치는 더러운 것이라고들 하는데 정의로운 정치판이 어디 있겠습니까. 민주주의가 최고로 발달한 나라라 해도 정치판은 지저분합니다. 보수고 진보고 거기서 거기고 오십 보 백 보지요.

그러나 거기서 거기라 해도, 오십 보 백 보라 해도 똑같은 것은 아니지요. 한 치라도 나은 쪽이 있고, 조금이라도 못한 쪽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제가 서 있는 데를 보니 거기가 진보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그 진보라는 사람을 보고 있자면 이건 아닌데, 정말, 정말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정부와 여당은 집값잡기에 그야말로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여당도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그런 거야 어떻던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데 아니라 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공공임대 공급 정책을 내놓자 다름 아닌 민주당 일각에서 우리지역에서 안된다고 딴지를 걸고 나온 것입니다. 국회의원은 내 지역구에선 안된다하고 지자체장은 내 구역이니 안된다합니다. 나라와 국민보다 조직에 충성하겠다는 건 아닐 터이고, 나라와 국민이야 어떻든 다음 선거에서 표만 얻으면 된다는 심보겠지요. 차라리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길 걸 그랬나 봅니다. 그게 내 집 고양이라면 말입니다.

그리고 또 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사람이 다주택자는 한 채만 남겨놓고 팔라하니 최고가보다 2억이나 비싸게 내놨다고 합니다. 팔지 않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집값을 잡는 것이 아니라 올리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아파트 두 채를 세놓고 지역구에서 전세를 살며 어제 한 채를 팔고는 국회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 하고 사기연설을 한 의원이 있더니 피장파장인지 모르겠습니다. 자기 집은 전세 놓고 남의 집에 전세를 들어 살아도 전세는 전세이니 사기는 아니라고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솔로몬의 명 판결에 나오는 둘로 나뉠지도 모르는 아기는 어느 여인의 아기일까요. 아기는 솔로몬의 지혜로 죽지 않고 살아 제 엄마 품으로 돌아갔지만, 솔로몬이 만약 사악한 여인의 말대로 절반으로 나누었다면 그 아기는 죽었을 것임이 틀림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말로 전세인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그 분별력이 나라를 거짓되게도, 참되게도 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사람은 또 있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입니다. 사기연설―, 너무 직설적이라면 이미지 메이킹 연설이라고나 해 둘까요? 어떻든 그 연설의 그 자리에서였는데, 용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 결혼 3년 차,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은평에 있는 한 빌라에 신랑과 함께 살고 있”다 하고는 “대출이 끊기면 어떻게 목돈을 마련해야 하나 걱정하고, 나가라 그러면 어디서 이런 집을 구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게 진짜 임차인 아닙니까?

거짓 임차인임이, 그러니까 어엿한 자기 집이 있는 임차인임이 밝혀져 서민인척 한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아직까지 그의 연설에는 입에 침이 마를 새 없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용혜인 의원의 연설에 대해서는 거짓 임차인에게 커닝을 한 것이라며 입을 삐쭉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커닝이라 한다면, 커닝을 좀 하면 어떻습니까. 게다가 당신이 말하는 임차인이라는 것은 진짜가 아니고 내가 진짜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앞에서 자신은 진보인데 그리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제 정체가 그렇다며, 항상 제 자리에 있는데 그게 진보라 했습니다. 환언하면, 제 정체성에 맞는다면 저는 언제든지 보수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보수가 용혜인 의원 같은 생각의 사람들 대부분으로 구성이 된다면 저는 자연스럽게 보수가 될 것이고, 반면 진보가 앞에 든 여당 사람들과 같은 이들로 메워진다면 저는 진보일 수가 없습니다. 비록 바르지도 않고 옳지도 못하지만 그런 것을 추구하며 사는, 바름(正)과 옳음(義)이라고 하는 해(太陽)를 따라 사는 해바라기, 그게 제 정체이기 때문입니다.

애국이 따로 있겠습니까. 올바른 가치관, 그리니까 바른 세계관이나 인생관, 국가관, 그리고 그를 받쳐 줄 바른 마음과 바른 생각, 바른 사고로 모든 것을 바르게 분별하고 판단하여 그대로 실천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물론 그렇게 실천하며 살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지향점으로 하여, 그렇게 살려 기도하며 노력만은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 아이덴티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진보입니다.

임종석 seok944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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