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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채식 연습

기사승인 2020.09.13  01:51:38

유미호 ecomi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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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요즘 채식하는 이들이 많이 늘고 있다. 과거엔 동물보호나 환경 윤리, 특히 종교적인 이유가 컸는데, 요즘은 건강상의 이유가 더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쁜 일상에 인스턴트식품에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니 초등학교 한 학급당 3~4명이 아토피고, 10가구 중 1가구가 환경성 질환을 앓고 있다. 과잉 생산된 곡물이 가축 사료가 되면서, 축산업이 커지고 그로 육류 소비가 과다하게 늘어난 탓이다. 채식을 하면 일반인들보다 장수하고 심근경색증이 일어날 확률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채식하는 이들은 자신의 건강 때문에만 하지 않는다. 음식 이외에도 옷, 생활용품 등도 조금씩 ‘윤리적 소비’를 늘려간다. 지구의 상황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우려해 동물 보호와 더불어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비건을 택하기도 있다. 유제품, 계란, 가죽제품, 양모, 오리털, 동물 화학실험 하는 제품을 피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채식주의자의 삶을 산다.

세계적 의학저널 란셋(Lancet)이 기후변화가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했고, 온실가스의 절반을 차지하는 축산업과 그 부산물을 줄이기 위한 최선이 채식이기 때문이다. 사실 채식 한 끼면 비채식 하는 것과 달리 탄소 배출량을 1/4 이하로 줄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육식이 아니라 채식을 선택하는 건, 적정량을 먹어 건강하고자 하는 선택을 넘어 모두의 삶을 지탱해주는 지구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코로나19보다 더 긴급한 조처를 위해야 할 기후위기에 대한 최선으로 오래 전부터 채식을 추천하고 있다. 스웨덴 왕립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채식 식단과 소고기 요리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산화탄소보다 축산으로 인해 나오는 메탄가스가 20여 배나 더 강력한 온실가스이니, 채식을 선택하는 건 아픈 지구가 내는 신음 소리를 듣고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하나님도 창조하실 때에 육식 위주의 식생활이 미칠 영향을 알고 계셨을까? 우리를 채식하도록 창조하셨다(창1.29-30).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 외에 땅에서 나는 모든 것을 인간도 동물도 다 먹도록 허락하셨다. 그러니 그때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두려움 없는 평화가 있었고, 서로 상호공존 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이 채식은 선하고 육식은 악하다고 하는 건 아니다. 모두 채식을 통해 신음하는 창조세계의 회복을 꿈꿀 수는 있지만, 나 아닌 남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게 할지까지 결정할 순 없다. 물론 각자의 먹는 것에 대한 선택이 몸과 마음, 정신은 물론 삶을 결정짓는다.

어느 것이 더 선한가 하는 논쟁으로 서로 힘을 빼기보다는, 느슨하게라도 채식을 하면서 ‘홍수 이후에 허락하신 육식’에 대해 개인적으로나 공동체 안에서 깊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자. 허락하신 음식이기는 하나, ‘피째 먹지 말라’ 하셨다. 코로나19의 감염병과 야생동물 및 가축들의 고통, 기후 위기의 상황을 살고 있으니, 먹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삶을 깊이 성찰해보자. 그러면 기꺼이 채식을 연습할 마음이 생길 것도 같다. 신앙적으로 ‘참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육식을 즐기는 게 하나님의 영이 깃든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생명까지 해하는 것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분주한 일상을 살다 보면 음식을 사소하게 여기기 쉽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결코 사소하지 않다. 오히려 지속불능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바꿀 수 있는 열쇠를 우리가 먹는 음식이 쥐고 있다. 나와 내 후손을 위해 채식을 선택하고 느슨하게라도 시작해보자. 먹는 횟수와 양을 줄이는 걸로 첫 발을 내딛어도 좋다. 혹 먹는 것을 돌아볼 겨를이 없고, 채식이 머뭇거려진다면, 고기 생산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탄소발자국’을 측정해보자. 그러면 나와 내 후손이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지 공감하게 되고,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 걷게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살핌으로, 우리의 식생활에 변화를 주어 창조주 하나님과 신음하는 피조물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식사를 해나가게 되길 소망한다(국민일보 2020. 06. 16 재기고).

유미호 ecomi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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