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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정의

기사승인 2020.09.15  00:29:34

김정호 fumc@fum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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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 어느 선승의 시 가운데 이런 말이 있습니다. “신비한 힘, 아름다운 행위! 나무를 쪼개고 물을 긷는다…”(Magical power, marvelous action! Chopping wood, carrying water…) 나에게 주어진 평범한 그 일 속에 위대하고 신비한 아름다움이 담겨져있다는 것입니다. 시편 46:10 에서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임을 알아라”(Be still and know that I am God.)고 했습니다. ‘잠잠하라’와 ‘하던 일에서 손을 놓고’라는 번역도 있습니다. 도를 깨닫겠노라 정진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느 스승은 “나무를 쪼갤 때는 나무만 쪼개라. 물을 길을 때는 물만 길어라. 그리고 물을 날을 때 뒤뚱거려 쏟지마라.”는 가르침을 주기도 했습니다.

목회하면서 뒤뚱거릴 때가 많습니다. 내가 쪼갤 나무와 길어야 할 물이 있는데, 남의 일에 기웃거리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훈수를 두고 싶어하는 욕구입니다. 코로나 사태 어려운 때 대단한 일 묘기색출해서 인정받으려고 하고 욕하고 비난하는 일에 분주한 세상 한몫 껴들어서 자기 의로움과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일들도 많습니다. 친구 목사가 며칠 전에 Richard Rohr의 글을 보내왔는데 ‘파괴하는 정의와 치유하는 정의’(Justice of Harm and Justice of Healing)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도 뒤뚱거리다가 남의 불의를 성토하면서 나는 정의롭다는 자기만족에 빠지지는 않는지 그리고 정의를 말하면서 살리고 치유하는 일이 아니라 파괴하는 일 하지 않는지 생각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니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지면서 내 속사람 흔들림이 자주 일어납니다. 뒤뚱거리는 것입니다. 내 속에 잠잠함이 아니라 보챔이 있고 시끄러움이 있습니다. 토마스 머튼이 “신발이 맞으면 발의 존재를 잊게되고, 혁대가 맞으면 배때기를 잊게 되고, 마음이 제자리에 있으면 ‘내편’이니 ‘네편’을 잊게 된다”(So when the shoe fits The foot is forgotten, When the belt fits The belly is forgotten, When the heart is right ‘For’ and ‘against’ are forgotten)라 했습니다.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가 결국 관건입니다.

내 마음이 예수에게 있으면 진리 안에 사는 길이 있습니다. 정죄가 아니라 긍휼이 있고 억지스러움이 아니라 자유함이 있고 불안이 아니라 평온이 있는 것입니다. 옛날 수표교 감리교회 출신 친구가 자기 인생을 붙잡아준 한마디가 있는데, 신학교 가겠다고 찾아갔더니 담임목사님이 머리에 손을 얹고 “예수로 만족하라!” 하셨던 기도라고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도 아니고 그 어느 것도 문제가 아닙니다. 내 안에 예수로 만족함이 있어야 합니다 .

얼마전에 교인에게 못된 말을 듣고 마음에 상처를 받은 목사가 힘들어 하기에 제가 그랬습니다. “좋은 경험이야. 목사들은 칭찬받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한데 비난 받고 욕먹는 것 경험해야 사람에게 묶이는 목회에서 자유할 수 있을꺼야” 대부분의 목사는 ‘사람 만족’(people pleaser)성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자기 때문에 누가 행복해 하면 그것이 자기 행복으로 착각합니다. 어려서 부터 착한 아이로 칭찬받던 사람들이 목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목회현실은 잔인하기에 교인들이 함부로 하는 온갖 오해와 비난, 몰인정의 언행을 받으면 감당하지 못해 몸과 마음의 병을 얻습니다. 아파도 아무에게 말을 못하고 혼자 곱씹다가 깊은 병에 걸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는 오랜동안 ‘사람 만족’ 컴플렉스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 나의 행복을 찾으려던 컴플렉스가 치유된 계기는 25년여 전 파송 받은 교회 수백명되는 거의 모든 교인이 내가 오는 것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을 경험하면서부터 입니다. 내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거부당했던 경험이 견디기 어려웠지만 동시에 자유함을 주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평가하고 나를 부정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사람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했습니다.

뒤뚱거리지 말고 살리고 사랑하는 일 최선 다해야겠습니다.

김정호 fumc@fum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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