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가을에 먹는 보양식 추어탕

기사승인 2020.09.22  23:34:30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공유
default_news_ad1
article_right_top

내 지인 중에 나보다 10년 먼저 신학교를 졸업하신 선배님이 계시다. 신학교를 졸업하셨지만 목회의 길이 아닌 교사의 길을 택해서 지금껏 수십 년 동안 교사로서 살아가고 계시는 이 선배님의 은사는 섬기고 베푸는 것이다. 특히 주위의 목회자를 잘 섬기셔서 때마다 지역의 동문후배목사들에게 수십 박스의 복숭아를 비롯한 과일들을 구입하여 선물해주신다. 최근에도 추석선물이라며 복숭아 한 박스를 보내주셨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나를 비롯한 2명의 목사들에게는 정기적으로 식사를 사 주시는데 주로 데리고 가시는 곳이 추어탕집이다. 덕분에 종종 추어탕으로 몸보신을 하게 된다.

가을을 대표하는 물고기인 미꾸라지는 가을이 되면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영양뿐 아니라 맛도 좋아진다. 그래서 한자로는 물고기 어魚변에 가을 추秋자를 써서 미꾸라지 추鰍라고 쓰고 부른다.

수중 인삼이라고 불릴 만큼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철분 등 무기질이 많이 들어있는 미꾸라지는 약으로도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미꾸라지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비위를 보충하고 설사를 멈춘다고 했다. <본초강목>에서도 미꾸라지가 양기(陽氣)에 좋고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한다고 했다.

미꾸라지 추어탕은 서민들의 음식이다. 농약을 뿌리는 지금의 논에는 자연산 미꾸라지가 많이 사라졌지만 과거에 추수 후에 논두렁에서 잡은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은 농민들에게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반면 양반들은 미꾸라지나 추어탕을 잘 먹지 않았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규경은 미꾸라지를 주로 성균관 부근에 사는 관노들과 백정들이 먹는다고 했다. 송나라 때 사신으로 고려를 다녀간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 미꾸라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려에도 양과 돼지가 있지만 왕족이나 귀족이 아니면 먹지 못한다고 했고 가난한 백성들은 해산물을 주로 먹는데 미꾸라지, 전복, 조개, 왕새우 등을 잘 먹는다고 적어 놓았다. 그러고보니 요즘 부자들이 먹는 음식이 고려시대에는 가난한 이들이 먹는 음식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일제 강점기에는 서울 추어탕이 더 많이 알려져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추어탕 하면 떠오르는 고장이 남원이다. 전국 추어탕집 간판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남원추어탕’이다. 실제 남원에도 추어탕집이 유독 많다. 인구 8만 내외의 남원에 추어탕 전문점만 40여 곳이다. 남원이 추어탕의 고장이 된 이유는 남원에 섬진강 지류들이 핏줄처럼 엉켜 있어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는 곳이 많을 뿐 아니라 지리산권 주변지역에서 추어탕에 넣을 수 있는 고사리나 무시래기, 토란대 등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어탕 하면 미꾸라지를 재료로 한 탕으로 우리는 알고 있지만 남원시에서 브랜드사업을 펼치고 있는 남원추어탕은 미꾸라지가 아니라 미꾸리를 끓인 탕이다.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둘 다 잉어목 기름종개과의 민물고기이다. 둘 다 생태적으로 비슷하다. 입가에 조그만 수염이 달려 있고 비늘 없이 미끌미끌하며 수면 위로 입을 내밀어 내장호흡을 하고 가물거나 겨울이면 흙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모양새에서 약간 다른데, 몸통이 약간 둥그스름한 것이 미꾸리이고 세로로 납작한 것이 미꾸라지이다. 우리 땅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함께 살았는데, 미꾸리가 미꾸라지보다 더 강한 종이어서 야생 상태에서 포획을 하면 미꾸리가 더 많이 잡혔다고 한다. 그리고 미꾸리가 미꾸라지에 비해 구수한 맛이 더 있어 토종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추어탕 집에서 쓰는 물고기는 미꾸리가 아니라 미꾸라지이다. 이유는 미꾸라지가 미꾸리에 비해 더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추어탕감으로 쓰려면 15센티미터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치어를 받아와서 이 크기에 이르기까지 기르려면 미꾸라지는 1년 내외면 되지만 미꾸리는 2년은 넘겨야 하기에 양식업체에서 미꾸라지를 선호하게 되고 추어탕 집에서는 이 미꾸라지로 탕을 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원시에서는 미꾸라지가 아닌 미꾸리를 양식하고 남원 추어탕 브랜드를 사용하는 음식점에 남원에서 생산하는 미꾸리와 시래기를 공급한다고 한다. 아직 남원시 추어 브랜드 육성사업단에서 육성한 미꾸리를 사용하는 남원시내 음식점은 몇 군데 지나지 않지만 미꾸리 맛이 미꾸라지에 비해 맛있다고 한다.

나같이 입맛이 평범한 이들은 미꾸라지 추어탕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고 느끼지만 토종미꾸리로 끓여서 좀 더 구수하고 진한 미꾸리추어탕의 맛도 궁금하다. 언젠가 남원에 들리게 되면 꼭 한번 맛보고 싶다.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그동안의 신세를 갚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내가 선배님께 뜨끈한 추어탕 한 그릇을 조만간 대접해 드리야겠다.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