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단순함 속에 있는 다양한 맛과 깊이의 차이 사누키우동

기사승인 2020.10.13  22:49:23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공유
default_news_ad1
article_right_top

10년 전 어린 딸을 데리고 ‘우동 한 그릇’이라는 연극을 본 적이 있다. 딸은 그 연극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지 그때부터 우동을 좋아한다. 지금도 딸의 최애음식은 역시 우동이다. 쌀쌀해진 요즘부터 추운 겨울동안 뜨겁고 얼큰한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굵은 면발과 함께 씹어 넘기는 맛이 있는 우동은 더욱 생각나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우동은 휴게소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냉동된 면을 뜨거운 물에 해동하고, 우동간장(쯔유)를 사용하여 낸 우동국물에 고명을 얹으면 끝이라서 우동 한 그릇을 만드는데 1분이면 충분하기에 바쁜 운전자들이 자주 찾는 메뉴다. 다만 그런만큼 맛의 깊이는 없는 편이다. 하지만 일본의 우동은 우리나라 휴게실 우동과는 차이가 있었다.

수년 전 일본 오사카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기차를 타고 오사카 역에 내려서 처음 점심식사를 한 곳은 우동전문점이었다. 굉장히 다양한 우동의 종류와 고명들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우리나라 휴게실 우동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이 나는 하얗고 통통한 우동에 ‘츠유’라는 간장소스만 섞어서 비벼먹는 옆자리 한 중년신사의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번도 그렇게 먹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생소한 느낌이었다.

우동은 서민들 곁에서 함께 해 온 친숙한 음식이기에 우동이 마치 우리나라 음식인 줄 아는 이들도 많지만 현재의 우동은 일본에서 건너왔다. 일본에서 우동이라는 명칭은 에도 시대(1603~1867) 이후 생겨났다고 한다. 임진왜란(1592) 이후인 에도시대 때 우동이 일반인들 사이에 널리 퍼졌고 에도시대 후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의 1층 상가는 대부분 우동 가게였다고 할 만큼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일본 우동학회에 따르면 우동을 일본에 소개한 사람으로 승려 쿠카이(空海·774년 ~ 835년)를 꼽고 있다. 쿠카이는 일본 불교 진언종 창시자로 서기 804년 당나라로 유학을 갔다가 806년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당나라에 머물 때 수도인 장안 청룡사라는 절에 머물며 그곳의 승려에게 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 왔다고 한다. 일본에 돌아온 그는 고향 사누키현 연못 치수 공사의 총 지휘를 맡게 되는데, 공사에 참가하는 인부들에게 먹일 음식으로 국수를 만들게 되면서 우동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하는 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 우동 중 '사누키 우동'은 오늘날에도 첫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우동으로 여겨진다.

일본은 크게 홋카이도, 혼슈, 큐슈, 시코쿠 크게 4개 섬으로 나뉘어 있다. 사누키(讚岐)현의 현재 이름은 가가와 현인데 가가와현은 시코쿠 섬에 있다. 사누키 우동은 바로 가가와현의 옛 지명에서 나온 것이다. 가가와현이 일본 우동의 메카가 된 것은 일본에서도 좋은 밀가루를 생산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사누키 우동의 역사는 1200년이 넘는다. 가가와현 주민들에게 있어 우동의 본고장이라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곳 사람들은 밥알을 씹기 전 우동국물을 마셨고, 밥처럼 우동을 먹으면서 자랐다. 가가와 현은 600개 이상의 우동집이 있어서 어느 식당에 가도 우동을 주문할 수 있다. 편의점보다 우동집이 더 많다는 설이 있을 정도이다. 가가와현 밀가루 소비량이 일본 평균 7배나 되는 것도 우동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우동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따뜻하고 시원한 우동국물을 중요시여기는 반면 일본은 면의 굵기와 쫄깃함,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면의 느낌 즉 우동 면발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이다. 우동을 먹을 때에는 후루룩 빨아 넘기면서 면발의 탄력을 음미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씹지 않는다 해서 '목으로 맛을 본다' 라는 표현을 하는데 목으로 면이 넘어가는 느낌을 '노도코시'라고 부르며 굉장히 좋아한다.

사누키 우동의 특징은 면발이 굵고 매끈하며 야들야들하고 탱탱하고 쫄깃함이 특징이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고 밀가루와 소금물 외에는 다른 것을 섞지 않는다고 한다. 밀가루양 대비 물40%, 소금 3%이상을 넣어 반죽을 한다. 면의 탄력을 주기 위해 발로 밟아 반죽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비닐로 싸서 발로 밟는데 오래 밟을수록 기포가 없어지면서 면발이 쫄깃해진다. 즉시 먹어도 되지만 숙성하면 맛이 깊어지기 때문에 상온에 2시간 이상 놓아둔다. 밀대로 밀어 칼국수처럼 썬 뒤 맹물에 삶는다. 다시마와 멸치, 카츠오부시를 넣어 미리 끓여둔 국물에 담아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게 전부다.

이렇게 쉽고 단순하지만 이런 단순함 속에서 수천가지 풍부한 맛과 깊이가 다른 이유는 손의 기운, 발의 기운, 반죽시의 리듬감, 숙성의 시간과 방법, …. 이런 미묘한 것들 때문에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신앙생활도 단순하고 목회도 단순하지만 다양한 맛과 깊이가 다른 이유는 목사의 영성, 목회의 방법과 태도, 성찰의 깊이 등 이런 미묘한 것들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