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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성 #2

기사승인 2020.11.27  22:23:41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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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낯선 번호로부터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 교회의 한 남자 권사님이 매우 들뜬 목소리로 대뜸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목사님, 아마 저를 모르시겠지만 지난주일 성가대 찬양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 일하면서 몇 시간째 그 찬양을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너무 감사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지난 추수감사 예배 때 드린 그 찬양은 몇 년 전 칼럼에 소개하기도 했던 ‘거룩한 성’이었습니다. 이 찬양은 보통 합창으로 많이 부르지만 그 날은 성가대의 합창과 함께 제가 솔로를 했습니다. 목사의 일은 늘 잠이 부족하고 말을 많이 하며 심각한 고민을 늘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성악가와는 상극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노래하기가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성가대가 위축된 상황에서 추수감사 예배의 특별함을 위해 제가 제 한 몸 희생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휘를 성가대의 윤 권사님께 맡기고 까운을 벗고 그 자리에 선 것입니다.

“부족한 찬양이었지만 권사님의 마음에 하나님 나라의 소망이 있으시기 때문에 은혜가 되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전화 주셔서 저도 참 기쁩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해 드렸습니다.

지금은 하늘라에 계신 제 어머니는 제 위로 1남 1녀를 낳으시고 당시 정부의 시책에 따라 불임수술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 뒤에 갑작스레 저를 임신하셨고 이 가녀린 생명을 거두어 주셨습니다. 삼남매를 똑같이 사랑하신 어머니는 불임 수술을 뚫고 태어난 막내를 하나님과 연관 지어 조용히 마음에 두셨습니다. 제 인생에 무언가를 강요하신 적이 한 번도 없으셨던 어머니는 저의 출생에 관한 이 이야기도 제가 목사가 되기로 결정할 즈음에서야 조심스레 말씀해 주셨습니다. 
 
노래를 좋아하셨던 어머니의 권유로 저는 대전에 있는 음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생선 장사를 하시며 저를 가르치셨습니다. 학교를 잘 다니다가 문득 서울로 옮길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학교에 대한 선입관 없이 마음껏 노래하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또 한 번의 입시를 앞두고서는 레슨을 받을 상황이 되지 못하여 혼자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그 때 저는 하나님과 약속을 맺었고 그렇게 서울음대 성악과를 졸업하여 지금은 그 약속에 이끌려 이렇게 목회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성격상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은 싫어했지만 음악 자체는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음악을 내려놓고 목회자의 길을 가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고 힘든 결정이었지만 한 번 맺은 약속을 이끌어가는 것은 제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이셨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지금도 여전히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무대에서 마음껏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물론 목회자로의 지금의 삶을 받아들이고 만족하며 이에 깊은 감사가 있지만 가끔은 예술적인 것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인 면에서 성악가로 살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 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그 권사님께서 용기 내어 걸어 주신 전화 한 통화는 제게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수준 높은 수많은 청중들의 환호를 받는 것 보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꿋꿋이 신앙을 지켜가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마음에 하나님 나라의 소망과 하나님 나라의 빛 한 조각을 안겨 주는 것이 더 큰 영광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어떤 많은 노래보다 한 곡의 찬양을 부를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군중들의 환호를 받는 것 보다 한사람의 마음에 진정하고 깊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귀했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좋은 가사보다 더 귀한 메시지, 예수께서 우리에게 그토록 가르쳐 주시기 원하셨던 하나님 나라, 거룩한 성을 노래 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이 찬양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감동이 된다면 그 또한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전히 행복한 목사요, 행복한 성악가입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https://youtu.be/HREvU7QzRAA

 

조진호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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