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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절의 친구들

기사승인 2020.11.29  00:04:45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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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대림절이다. 하나님의 달력이 세상의 달력보다 한 달 앞서 시작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가장 어둠이 깊은 동지 직후에 성탄을 맞는다는 사실 역시 놀라운 이야기이다. 하긴 성경의 이야기들은 온갖 역발상으로 가득하다. 진리란 내 삶을 뒤집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러기에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밝히려는 수고는 마땅한 일이다.

  2016년 11월 말에 대림절 ‘기다림’ 전시회를 차린 일이 있다. 일주일씩 다섯 교회로 돌아가며 전시했는데, 다행히 일손이 많이 들지 않아도 좋았기에 가능하였다. 주제의식에 맞게 차림표를 갖추었다. 기다림 초를 세울 접시형 그릇들, 여러 작가가 직접 쓰고 그린 새해 달력, 세계의 구유상 모음, 천사들, 다양한 모습의 등잔들, 성 가족 모형, 헤른 후터의 별, 성탄 장식품 등 전시종류만 20여종을 헤아렸으니 제법 전시회다웠다. 물론 그 해 이후에 지속되지 못했으니,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전시회를 연 이유는 성탄 문화가 사라진 세태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더 이상 사람들은 성탄트리를 장식하지 않는다. 카드를 보내거나, 선물을 주고받는 일도 사라졌다. 음원에 대한 저작권 때문에 거리에서 캐롤을 접하기가 어려워진 이후 성탄감수성은 뚝 떨어졌다. 이런 성탄문화 증발현상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새벽송이 사라지고, 성탄전야 ‘고요한 밤’ 예배도 생략하고 있다. 함께 할 아이들도 부족하고 게다가 뿔뿔이 흩어져 사니 발표회는 엄두도 못 낸다. 

  성탄절은 한때 한국교회의 대표문화였다. 그런데 이제는 단 하루의 말뿐인 ‘메리크리스마스’로 전락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어릴 적 동네교회에서 경험한 성탄절을 고운 추억으로 지니고 있다. 동심으로 간직한 사연들은 세월이 흘렀어도 해마다 성탄절기가 다가오면 마치 오색 전등처럼 그리움으로 반짝거리게 마련이다.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교회를 등진 사람들도 그런 따듯한 기억 때문에 다시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아련한 추억 속 성탄은 얼마나 흐믓한가.  
    
  대체로 성탄문화는 등불, 별, 구유상, 천사처럼 아련하고 따듯하다. 성탄을 앞두고 창가에 등불을 켜두는 풍속은 머물 곳을 찾는 요셉과 마리아에게 이 집에 빈 방이 있다고 알려주는 표식이라고 한다. 헤른 후터의 별은 그의 영지를 난민들에게 나누어준 진첸도르프 공동체와 관련이 있다. 그들은 ‘주님의 보호하심’(Herrn Huter)을 찾아 온 이들이었다. 마치 별이 희망으로 이끌어 주듯, 은총을 찾는 이들에게 하나님께로 향하는 길잡이별을 상징하고 있다.

  세계의 구유상(Krippe)들은 자신의 고유한 문화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억한다. 겨울이 없는 사막에서는 야자수 아래 태어난 아기를, 에스키모 인들은 얼음집과 함께 그리스도를 환영한다. 민족의 숫자만큼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성탄을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성탄 이야기는 어린왕자 이야기처럼 동화처럼 푸근하다. 추억에 배인 따듯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집집마다 세대를 이어가며 되풀이하는 산타클로스 선물과도 같다. 
    
  상징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사건을 알파벳으로만 기록하듯 무미건조하다. 온갖 이미지, 그림, 환상, 이야기 등 거룩한 상상력을 상실한 오늘의 한국 그리스도교는 너무 일찍 꿈 항아리를 깨뜨려 버렸다. 그런 까닭에 높고 화려하고 부유함을 찬미하고, 가난하고 외롭고 낮은 자리를 외면하게 되었다. 그런 성탄이 가능한 일인가? 아기 예수의 연민을 잃어버린 교회가 세상의 아픔, 두려움, 고달픔, 위험함에 대해 더 이상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천사는 하늘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인 초라한 아기 곁에서 평화를 노래하고, 친절히 보살피며, 선하고, 용기있게, 하나님의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이미 그들의 겨드랑이에 움트는 날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대림절은 춥고, 어둡고, 을씨년하지만, 온통 따듯한 상징투성이로 채워 나가는 그런 절기이다. 그만큼 대림절의 친구들은 나이가 들어도 동심을 공유하고 있다.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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