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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과 이주민

기사승인 2021.01.06  14:50:57

이철승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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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과 이주민

이철승 목사(경남이주민센터 대표)

   
 

코로나19 사태로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맞았습니다. 거리에는 인파가 드물어졌고 연말연시의 흥청거리는 분위기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며칠 전 지역의 백화점을 들렀더니 손님이 거의 없음에도 식당가를 포함하여 모든 매장은 문을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습니다. 문을 여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진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손님을 기다리며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활동하는 자영업자들을 보면서 저분들이 출혈을 감수하며 제 자리를 지켜주고 있기에 우리 사회가 큰 고장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영업자, 중소상공인처럼 눈에 잘 뜨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근간을 받치는 이들이 또 있습니다. 이주민들입니다.

나고 자란 땅을 떠나 낯설고 먼 한국 땅에서 제2의 인생을 꾸려가는 이주민들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희생자들입니다. 고난은 가장 낮은 곳에 거처한 이에게 가장 먼저 온다는 통념이 여기서도 관철되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중소기업에 집중적인 타격을 가하고 이 충격은 고스란히 이주노동자들이 받았습니다. 실직과 이직이 속출했습니다. 내국인과 달리 이주노동자에게 실직은 자신이 한국에서 체류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사회적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실직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한동안 비행기가 뜨지 못해 발을 굴러야 했습니다.

고향에서 휴가를 보내고 한국에 입국한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도 해고라는 사형선고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이주노동자는 한국 땅을 밟지도 못한 사이에 사장이 무단결근이라며 해고 처리하는 일이 빚어졌고, 또다른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일하던 사업장으로 복직하지 못했습니다. 자가격리 장소를 구해야 하는 이주노동자에게 사장은 2주간 머무를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조차 귀찮아했기 때문입니다. 내국인과 달리 입국한 이주민들은 증상이 없을 경우 자가격리공간을 자기 스스로 구해야 합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거의 없습니다. 할 수 없이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로서 저는 지난 2월 이후 갈 곳 없는 이주민들에게 임시로 제공하던 ‘피난처의 집’을 비우고 입국 이주민들이 2주간 깃들 곳으로 제공했습니다. 경남 창원에 있는 경남이주민센터로 전국에서 입국 이주민들이 문의하거나 방문했습니다. 민간단체인 경남이주민센터가 코로나19로 방역 공백을 겪은 이주민의 틈을 보완했다고 자부하기에는 이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너무 씁쓸하였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에서도 이주민들은 대부분 소외되었습니다. 서울시, 경기도, 몇몇 기초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이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은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이주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하면 우리 국민이 나눠 가질 것도 없는데 뭔 소리냐고 눈을 부릅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인식에 이주민들은 내국인들이 충분히 누린 뒤에 남는 것이 있으면 줄 수 있고, 안 줘도 그만인 존재입니다. 어려울 때는 떡 한 쪽이라도 나눠먹자는 말은 동질성을 가진 집단 사이에서나 통할 뿐,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이주민을 뒤 순번으로 밀어내는 기류는 더 커집니다.

저는 한국인의 심성이 이주민 차별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법과 제도, 그것을 만들고 운영하는 정치에 큰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주민을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밀어내는 나라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인건비를 싸게 쓰고 싶은 기업들을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이것을 뒷받침하고 조장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는 사업장은 내국인들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꺼리는 곳입니다. 내국인들 대신에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보다 7배 높은 산재를 당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아시아 출신의 여성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사회적 편견에다 가부장제도의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한국 문화를 익히고 한국 사람이 될 것만 요구할 뿐 그들이 가진 원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는 법과 제도에서도 뒷받침하지 못합니다. 문화다양성이니 다문화니 하는 말은 때로는 허울만 좋을 뿐입니다.

이주민을 자신보다 못하고 열등한 존재로 밀어내는 이들이 다른 소외 집단에 대해서는 그들의 권리를 인정할까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한 나라의 인권 수준을 보려면 그 나라의 외국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주민의 인권이 올라가는 것은 내국인의 인권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 이주민 모두의 인권이 함께 상승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대한민국 정부가 그렇게도 염원하는 ‘국격’의 상승이 될 것입니다.

저는 국내의 이주민들이 각자의 빛깔과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럽습니다. 이것을 앞당기려면, 제 생애에서 실현 가능한 모습을 보려면,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이주민과 내국인을 역차별하는 법이 아닙니다. 법이 만능이 될 수는 없지만, 사회 인식이 달라지기만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서로 다른 문화가 어울려 공존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법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2007년 정치권에서 처음 시동을 건 뒤로 벌써 13년이 지났습니다. 이 정부 임기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습니다. 다름과 차이를 차별의 구실로 삼지 않는 당신께 간절히 부탁합니다. 지금과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따뜻한 손을 맞잡자고 말입니다.

 

이철승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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