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기사승인 2021.01.08  23:59:52

박윤덕 .

공유
default_news_ad1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한다>, 이연주 저, 포르체, 2020) 

작년 12월 9일, 국회에서 추미애 장관이 책 읽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저래도 되나 싶었는데, 제목이 잘 보이도록 책을 들어 보인 것을 보면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임이 틀림없다. 그 덕에 유명세를 치른 이 책은 부제가 보여주듯이, 검사 생활 1년 만에 검찰을 떠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자는 아직 읽어볼 시간을 내지 못했지만,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못 했던 이야기”라는 책 광고 문구가 암시하듯 세상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만한 내용이리라. 그래서 감히 책을 읽지도 않은 채 서평의 형식을 빌려 세상 이야기나 해볼까 한다. 

해를 넘기기 전에 밀린 숙제 하듯, 사법기관들이 지난 연말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12월 29일, 전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징역 4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574쪽에 달하는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사문서위조 및 행사, 위계 공무집행 방해, 증거인멸 교사 등 11개의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혹자는 개혁에 저항하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고 안타까워했고, 혹자는 자기밖에 모르는 비양심적인 파렴치범이라고 그에게 악담을 퍼붓는다. 명문대 출신의 교수이자 장관 부인이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하고도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법망을 빠져나가려고 계속 말을 바꾸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고 절망했다. 

하루 전 12월 28일에는,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되었지만 성범죄 혐의로 다시 고소당한 전 정권의 법무부 차관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그는 2006년 한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2013년 취임 6일 만에 차관직에서 물러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듬해 피해 여성이 그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그는 2019년 5월 문제의 성접대 사건으로 구속되었지만, 1심에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결국 2020년 10월 항소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되었는데, 성범죄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끝내 처벌받지 않았다. 

같은 날, 검찰은 화성 8차 사건을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종결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진범으로 드러난 이춘재뿐만 아니라 부실 또는 강압 수사, 증거 조작 및 사건 은폐 의혹을 받은 감당 수사관들도 법의 심판을 피하게 되었다. 살인 누명을 쓰고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윤모씨는 그보다 열흘 전에 재심 선고공판에서 사건 발생 32년, 무기징역 형 확정 3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이 세 사람은 법 앞에서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 장관 부인은 남편 잘 둔 덕분에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날 기소되어 시쳇말로 탈탈 털려서 11개 죄목으로 기소되어 죗값을 치르게 되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 비춰볼 때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전 법무차관과 자신을 비교하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전 법무차관은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비호 아래 공소시효를 넘겨 처벌을 면했을 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는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었다. 윤모씨는 뒤늦게나마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만, ‘재심 전문 변호사’가 등장할 정도로 잘못된 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들이 여럿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위정자들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 전에 헌법에 명시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를 온전하게 지킬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그런 깨달음을 주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박윤덕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