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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박사 이야기

기사승인 2021.01.10  01:19:18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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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교 전통에 따르면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경배한 날은 탄생 12일 후이다. 교회력으로 이 날을 주현일(主顯日)이라고 부른다. 1월 6일은 가톨릭, 그리스정교회, 성공회에서 중요한 명절이다. 러시아정교회의 성탄은 주현일을 기준으로 다음날에 기념한다. 개신교회에도 주현절은 예배력으로 정착한지 오래다.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주현일은 국경일이다. 독일에서는 이 날을 삼왕절(三王節), 곧 세 사람의 왕(Heilige Drei Könige)을 기념하는데 주(州)에 따라서 공휴일로 지키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동방박사가 가져온 선물을 기억하며 박싱데이(Boxing Day)로 지킨다. 이 날을 ‘작은 크리스마스’, ‘묵은 크리스마스’ 그리고 ‘세 박사의 날’이라고도 한다. 

  동방박사의 경배는 서양의 미풍양속으로 이어진다. 주현일이면 세 명의 동방박사로 분장한 아이들이 가가호호를 방문한다.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반드시 흑인으로 분장한다. 아이들은 집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의 말을 나눈다. 답례품으로 사탕과 초콜릿을 담을 바구니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독일의 경우 이날 현관문에 축복문을 쓰는 전통이 있다. 마치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란 입춘축(立春祝)과 같다. ‘20+C+M+B+21’은 2021년에서 20과 21로 분리하여 그 사이에 동방박사 세 사람 이름의 머리글자를 연결한 것이다. 역사가 삐드(Bede)는 동방박사를 카스파르(Caspar), 멜키올(Melchior), 발타사(Balthasa)라고 불렀다. ‘20+C+M+B+21’을 풀이하면 라틴어로 ‘그리스도께서 이 집을 축복하시기를’(Christus Mansionem Benedicat)이다. 

  별을 보고 찾아온 동방박사는 어둠의 시대를 벗고 새로운 빛의 시대를 기다리던 시대의 현인들이었다. 선지자 이사야는 “나라들은 네 빛으로, 왕들은 비치는 네 광명으로 나아오리라”(사 60:3)고 예언한 바 있다. 먼 곳에서 예물을 들고 예루살렘을 찾아올 이방나라의 왕들에 대한 말씀이다. 동방박사를 가리켜 왕들이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세 사람의 동방박사는 인생의 세 단계를 상징한다. 또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대표한다. 카스파르는 키가 크고 수염이 없는 30대 미만의 젊은이로 유향을 선물로 드렸고, 발타살은 얼굴이 약간 검고 수염이 난 40대로 몰약을 바친 인물이며, 멜키올은 키는 작지만 순하고 긴 수염을 가진 사람으로 황금을 선물로 가져왔다.  

  메시야를 처음 경배한 이방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은 지금까지 숱한 전설로 남아있다. 세 동방박사의 유골은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어머니 헬레나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소피아 대성당으로 모셨고, 제1차 십자군 전쟁 때 밀라노 성당으로 그리고 1164년 황제 빠삐롯사가 밀라노를 정복한 후에는 라인강변 쾰른의 대주교좌 성당으로 옮겨갔다. 동방박사를 쾰른의 세 왕이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지금도 주현일이면 쾰른 돔에서는 세 명의 동방박사를 기념하는 축제가 열린다.  

  동방박사가 차지한 영광은 그들이 이방 민족의 대표로서 아기 예수를 처음으로 경배한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구유에 누인 아기에게 드린 세 가지 선물은 지극히 상징적이다. 왕을 상징하는 ‘황금’과 제사장을 상징하는 ‘유향’ 그리고 죽은 자를 상징하는 ‘몰약’이었다. 이를 두고 종교개혁자 장 칼뱅은 “아기 예수야말로 참된 왕이요, 최고의 제사장이며, 마침내 인간을 죽음에서 건지신 가장 높으신 구주가 되심을 예언한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주현이란 말은 ‘에피파니’(Epiphany)란 말뜻 그대로 나타남이란 의미이다. 비로소 사람들의 눈에 보이도록 나타나신 하나님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성경은 아기 예수를 경배한 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환히 드러났음을 일께워 준다. 성탄을 통해 하나님이 세상에 은밀히 찾아오셨다면, 이제 예수님의 공생애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계신다.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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