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차별에 저항하는 영성과 목회
1. 들어가는 말
성소수자에 대한 주류한국교회의 대응은 굉장히 폭력적이다. 혐오와 차별이라는 말은 그 폭력성의 당연시하고 정당화시키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발제자는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 교회의 폭력적인 현장을 직적 목격한 경험이 있다. 2016년 발제자가 NCCK 정의평화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당시만 해도 NCCK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조차도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은 매우 신중했다. 주류한국교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해서 매우 거칠게 반대하는 흐름이 너무 완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NCCK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4월28일 성소수자들이 처한 상황을 한번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NCCK는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하여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 마당-김조광수 감독과 함께 차이를 듣다>라는 주제로 2층 조에홀에서 오후 7시에 대담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행사 당일 이미 오후부터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로 행사장을 점령해버릴 정도로 동원되었다. 행사 주최 측에서는 당일 행사가 2층 조에홀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판단으로 701호 작은 회의실에서 참석자 3명, 교계 기자 3명, 일반 언론 기자 3명, 이 참석하는 소모임으로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당시 사회자는 성공회 유시열 신부가 맡았다. 그 자리에서 김조광수 감독은 자신이 모태 신앙인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신앙은 우리가 괴로움의 끝에서 붙드는 마지막 희망이잖아요. 그런데 이 마지막 희망이 나를 밀쳐낸다면, 정말 갈 곳이 없어지는 셈이죠, 괴로움의 끝에서 붙드는 신앙의 공간에서조차 혐오관련 발언을 듣는 동성애자들의 고통을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간증했다. 이 발언은 목사된 나 자신이 개인적으로 동성애자 신앙인들을 아픔을 깊게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다.
사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개인적으로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아픔을 이해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청소년기에 재건대 막사에서 동성애 성폭력을 당할 뻔했던 경험이 있었고, 나이가 들어서도 서울에서 회의나 일을 마치고 나서 막차를 놓치면 자주 서울역 가까운 사우나에서 잠을 자야했다. 그때 몸을 더듬는 경험을 몇 차례가 있었다. 그때마다 일어나서 소리를 치면 내 몸에 손을 댄 그는 서둘러 자리를 피해 몸을 감췄다. 이런 까닭에 사실 동성애 문제가 내게는 개인적으로 혐오의 기억들 저편에 놓여있는 흔쾌하지 않은 사안이기도 했었고, 그만큼 깊이 고민해온 절실한 주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김조광수 감독의 대담 프로그램이 있던 그날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한국기독교회관 701실에서 진행하던 것을 반대자들이 알고는 거기로 몰려들었다. 그들이 광적으로 “주여!”라고 외치는 외마디 비명이나, 고함을 치면서 온 몸을 흔들면서 방언으로 했던 통성기도와 야유는-느닷없이 난입하여 마구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 같은-위협적인 폭력이었다. 한국교회가 동성애자들을 향해 가하는 폭력의 현장을 날 것 그대로 눈앞에서 목격했다. 교회가 이들에게 왜 이렇게 폭력적이어야 하고, 무엇이 교인들을 악마적인 폭력의 사로잡히게 만들었는가? 그 당시 내게는 영혼을 울리는 질문이었다. 그날 이후 동성애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발제자는 주류한국교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본질은 영성적이고, 교리적인 이유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에 있다고 판단한다. 수구보수적으로 정치세력화된 주류 한국교회의 대형교회가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을 유지하기 위하여 성소수자를 희생의 제물로 삼고 있다는 것이 발제자의 판단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 근거가 있는가? 논문을 쓰면서 근거는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류한국교회가 형성되는 과정은 일제시대 이후 반공으로 친일 전력을 세탁하고, 적산불하와 한국전쟁으로 물적 토대를 구축한다. 이후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에 부역하여 오늘과 같은 주류 한국교회를 형성하면서 성장해 왔다. 주류 한국교회의 생리는 반민족적이고, 반민주적이고, 반민중적이고, 몰역사적인 체질로 고착화되었다. 주류 한국교회는 해방정국 이후 이승만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지지의 입장을 견지했고, 박정희와 전두환 독재 권력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굴종적인 부역을 해왔었다. 이 과정에서 민중의 고통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해왔다. 그 과정에서 주류 한국교회는 기독교의 아름다운 가치인 사랑과 관용과 포용과 자신을 초월하는 희생의 가치를 다 탕진하고 영성적으로 파산상태에 이른 것이 주류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주류 한국교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교회는 자신의 존재론적 원천(하나님)보다 비본질(재 물, 축복)적인 욕망을 더 사랑하고, 그릇된 이기적 탐욕으로 영적 자산을 다 탕진해버린 상태이다. 주류 한국교회에 대해서 발제자의 논문은 두 가지 가설을 전제하고 있다. 하나는 오늘 주류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제1가설이고, 제2가설은 제1가설의 결과로 오늘 주류 한국교회는 <잘못된 기도를 드리고 있다>는 두 가설 이 전제 논문을 움직이게 만드는 두 바퀴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과도한 혐오와 차별 그리고 폭력성도 그 본질은 여기에 있다.
2. 주류 한국교회 형성 세력-한경직과 서북 기독교
주류교회가 형성되는 과정은 처음부터 야만적인 폭력성에 기초해 있었다. 주류 한국교회 형성을 주도해온 세력은 한경직을 중심으로 한 장로교 서북세력들이다. 이들은 해방 후 북한의 권력으로부터 갈등과 탄압을 피해 대거 남하했다. 서북 기독교세력이 중심으로 구성된 서청북청년단(서청)은 제주4.3 민중항쟁 진압에 적극 진압에 개입한다. 제주4.3 민중항쟁은 그 발단이 이념문제가 아니었다. 이승만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제주4.3 민중항쟁을 이념 문제로 왜곡시켰고, 북한의 김일성 체제로부터 불이익과 탄압을 받고 월남한 서청은 공산주의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갖고 진압에 적극 가담했다. 서청은 처음부터 제주 양민들을 빨갱이로 몰았다. 빨갱이는 당연히 죽여야 하고, 아니면 죽여 놓고 빨갱이로 낙인을 찍었다. 4.3 진압과정에서 제주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빨갱이 척살 정당론’은 서청의 잔인한 반인륜적인 범죄를 정당화하고, 이를 이념적으로 정화(淨化)시키는 정치적인 화장술(化粧術)에 지나지 않았다. 사상적으로 ’빨갱이 척살 정당론‘으로 무장한 서청을 창립하고 육성했던 배후는 한경직이었다. 이 점은 한경직이 직접 실토하기도 했다.
"그때 공산당이 많아서 지방도 혼란하지 않았갔시오. 그때 <서북청년회>라고 우리 영락교회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했시오. 그 청년들이 제주도 반란사건을 평정하기도 하고 그랬시오. 그러니까니 우리 영락교회 미움도 많이 사게 됐지요."
서청의 배후로 지목된 한경직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인맥과 서북지역에서 활동할 당시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서북세력을 교권의 중심에 세운다. 윤정란은 이 과정에서 한경직과 서북출신 기독교인들에게 “한국전쟁은 신의 축복이자 기회였다. 그들은 전쟁구호물자를 거의 독점하면서 세력을 강화했다. 전쟁구호물자를 기반으로 교회를 비롯한 수많은 기독교 유관단체를 설립해 자신들의 지지 기반을 확대해 나갔다.”고 밝혔다. 해방 이후 선교사들의 지원을 통해 꾸준하게 남한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한경직과 서북출신들은 한국전쟁 이전에 이미 교권을 완전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그 결과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에 신설된 200여 개의 교회중 약 90%가 서북 기독교인들이 세운 교회이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에는 부산에서만 100개의 교회가 설립되었다. 이 여세를 몰아 한경직과 서북세력은 KNCC도 주도하면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주류세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경직을 중심으로 한 서북세력은 세계교회와 미국 교회의 지지와 연대로 강력한 반공 세력이자,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집단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이 한경직에게 준 또 다른 기회는 전쟁고아사업이다. 미국 복음주의 단체인 월드비전(World Vision), 기독교 아동복리회(Christion Chirdren’s Fund: CCF), 홀트입양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크게 성공하여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조직이 되게 하는데 한경직의 역할이 돋보였다. 전쟁구호물자와 전쟁고아사업은 한경직과 서북 기독교인들의 물적 토대가 되었고, 이를 통해 그들은 한국교회의 주류세력으로 위상을 확고하게 확보하였다.
또 한경직은 5.16쿠데타가 일어난 다음 박정희를 위하여 미국 조야와 정부를 설득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당시 한국 정부는 국가예산의 50%, 국방예산의 74%를 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현실에서, 쿠데타를 성공시킨 박정희에게 절실했던 것은 미국의 지지였다. 당시 미국은 박정희의 남로당 전력을 문제 삼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때 5.16군사쿠데타 세력이 발표한 ‘혁명공약’에서 제일 먼저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친 반공태세를 재정비 강화한다.”는 내용에 공감하여 한경직은 김활란과 동아일보 사장 최두선과 동행하여 미국으로 가서 박정희의 쿠데타에 대한 미국 조야를 이해시키고 돌아왔다. 그 이후 한경직의 영향으로 전쟁고아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선명회 어린 이합창단’도 박정희를 위해 활용된다. 선명회 어린이합창단은 박정희가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방미하기 직전 미국 순회공연을 한다. 당시 선명회 어린이합창단의 미국 순회공연은 전 미국인들의 가슴을 술렁이게 했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미국 전역에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던 가운데 1961년 11월에 박정희는 백악관에 방문하고,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을 만나 미국으로부터 그의 집권을 정식으로 인정받는다. 1972년 10월 박정희는 유신을 선포하고, 12월 23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제8대 유신 대통령에 당선되어 영구집권의 길을 연다. 그해 말 한경직은 영락교회를 은퇴한다. 박정희는 1973년 신년인사 편지를 한경직에게 보낸다. 요지는 “유신의 과업 수행에 헌신할 것을 다짐하오니 아낌없는 지원 있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이 편지를 받은 한경직은 자신의 은퇴 후 박정희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로 그 해 5월 30일부터 닷새 동안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을 초청하여 여의도에서 연인원 300만명, 6월3일 하루 110만명을 동원하는 당시 최대 대규모부흥집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박정희에게 응답한다.
3. 김준곤과 박정희의 야합
한경직의 뒤를 이어 박정희의 곁을 <한국대학생선교회Campus Crusade for Christ: CCC> 총재 김준곤 목사가 지킨다. 풀러신학교를 졸업하고 1958년에 귀국한 김준곤 목사는 CCC를 설립 총재가 된다. 그리고 1960년대에 ‘오늘의 학원복음화, 내일의 세계복음화’를 모토로 본 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는 등장 후 빠르게 박정희와 반공을 고리로 깊은 유착관 계를 형성한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일본의 도쿄의 외신기자 클럽에 소속으로 한국정 치를 취재했던 미국 언론인 짐 스탠츨(Jim Stentzel)은 김준곤이 박정희의 독재와 억압통치에 대한 가장 든든한 지지자였다고 평가했다. 스탠츨은 박정희와 김준곤의 만남과 상호거래에 대해서 이렇게 증언한다.
“1960년대 중반 그의 운동(CCC운동)이 확대되었을 무렵 열렬한 반공기독교인으로서의 그의 명성은 점차 박대통령의 칭찬과 관심을 획득하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은 정규적으로 만나게 되었고, 곧 이어 상호이익을 주고받는 거래가 이루어 졌다. 박이 독재를 향한 진군을 시작하기 1년 전인 1968년…박정희는 김준곤에게 “학생들의 정치적인 정열을 북한공산주의 적에게 향하게 하는 학생운동을 전개할 것을 조건으로 백지수표를 제시하였다. 김준곤은 이에 동의하고 서울 중심부에 대학생선교 본부를 지을 땅을 달라고 요구하였다.”
이렇게 해서 전(前) 러시아 대사관부지 일부를 대학생선교회에 무상 제공받아 한국대학생 선교회가 들어서게 된다. 이 때부터 김준곤은 박정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를 위하여 1966년부터 대통령을 위한 조찬기도회(1976년 국가조찬기도회로 변경)를 주도 하면서 기독교 지도자들을 박정희 찬양에 동원했다. 그는 박정희의 대항적 반공정책을 기독교인의 영적인 실천덕목으로 세우는데 물불을 안 가렸다. 김준곤은 박정희의 유신독재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한국교회를 동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두고두고 역사에 회자되는 김준곤의 유명한 박정희의 10월 유신 찬양 설교는 한국 기독교사에서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아있다. 한경직이 은퇴한 이듬해 인 1973년 대통령조찬기도회에서 김준곤이 했던 설교 가운데 한 부분이다.
“외람되지만 각하의 치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군신자화운동이 종교계에서는 이미 세계적 자랑이 되고 있는데 그것이 만일 전민족신자화운동으로 까지 확대될 수만 있다면 10월 유신은 실로 세계 정신사적 새 물결을 만들고 신명기 28장에 약속된 성서적 축복을 받을 것입니다”
박정희와의 야합으로 그는 부역만 했던 것은 아니다. 김준곤은 독재 권력을 업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고, 1974년 그가 기획해서 여의도광장에서 ‘예수혁명-성령의 제3폭발’을 주제로 개최했던 '엑스폴로74'에 대해서 158만명(연인원 655만명)을 동원하고, 27만 2000여 명의 결신자를 얻는 대성공을 거둔다. 박정희의 입장에서는 빌리 그레함 전도보다 훨씬 더 성공적이었다. 왜냐하면 '엑스폴로74'는 한층 더 노골적으로 박정희를 편든 친독재적인 집회였기 때문이다. 1974년 유신독재 권력은 권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야만적인 고문으로 민청학련 사건을 조작한다. 그 배후로 인혁당사건을 조작하여 무고한 이들을 처형하여 전 세계의 법조계로부터 사법살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김준곤은 국제사회에 박정희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엑스폴로74’를 개최한다. 빌 브라이트(William R. Bill Bright)를 초청한 이 전도집회는 내용적으로 박정희를 지원하기 위한 반공집회였다. 빌 브라이트는 한국에서 박 정권에 의해 “투옥된 사람들은 관여 하지 말아야 할 일에 관여되어 있다. 미국을 포함하여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만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고 박정희의 유신독재를 적극 비호 하는 주장을 한다. 김준곤은 ‘예수혁명-성령의 제3폭발’이라는 그럴듯한 기독교대회로 포장한 '엑스폴로74'라는 반공집회를 박정희에게 헌사 했고, 박정희는 엑스플로74를 정권 홍보수단으로 적극 활용하였다. 이런 김준곤이 민주정부에 대해서는 태도가 돌변한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후 4대악법 개정에는 국가보안법(국보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때 김준곤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만일 국보법을 없애 버리면 이순신 장군 동상 자리에 김일성 동상을 세울 것입니다. 그 리고 애국가 대신에 김일성 찬가를 부를 것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기독교가 있느냐? ‘아, 중국도 있는데 왜 없어’ 아닙니다. 이것은 영의 싸움입니다. 남한의 좌익이 몽땅 뭉쳐서, 저 서울시청 앞에서처럼 좌익이 다 뭉쳐서 이 정권을 없애버리고 다시 좌익정 권이 서게 되면 그 다음 북한과 합작해 남북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우리는 낮은 단계 연방정부를 세웠다 하면 끝입니다. 그러면 내 생각에 교회는 없습니다.”
김준곤의 이런 발언은 전광훈과 전혀 다를 바 없이 근거 없는 극우적 정치선동이다. 주류 한국교회는 박정희 유신독재시대를 거치면서 폭발적인 부흥과 성장을 이루어 왔다. 박정희 집권 첫 해인 1961년 60만7천여 명이던 개신교 신자는 박정희가 사망한 1979년 598만여 명으로 884.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교회가 성장하면 할수록 극우보수화는 더 가속화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교회는 성장을 위하여 부흥회라는 이름으로 샤머니즘과 기복신앙이라는 주술(呪術)까지도 신앙의 DNA로 삼는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그 결과 교회는 사회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버리고, 하나님까지도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을 강화하는 도구로 물화(物化)시키는 영적 괴물이 되었다. 이렇게 부흥성장해온 주류한국교회는 민주정부로 불리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매우 공격적이었다. 주류한국교회는 권력이 형성되는 과정의 정통성이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정권이든지 반공과 숭미라는 주류한국 교회의 정치적 코드와 일치하면 그 권력과 야합하여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이를 성장 의 역동으로 삼았다.
4. 대형교회가 호명한 수구보수 선지자 전광훈
전광훈은 1998년 자신이 설립한 청교도영성훈련원을 통해서 꾸준하게 ‘청교도영성수련회’를 개최하여 목회자와 사모들을 자신의 논리로 학습시키면서 정치세력화를 준비해 왔다. 일례로, 2004년 2월 23∼26일 서울 망우동 금란교회에서 개최한 청교도 영성 수련회에는 1만 1000여 명의 목회자와 사모들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그 당시 언론은 전광훈이 향후 한국교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20년 전부터 전광훈은 자신이 영적 스승으로 따랐던 감리교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으면서 기독교의 수구 보수 정치세력화를 준비해왔었다. 2004년 전광훈은 기독교 정당 ‘한국기독당’ 창당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그 당시 조용기, 김기수, 김삼환 등과 함께 기독당 창당에 앞장섰던 김준곤 목사는 2008년 전광훈과 함께 다시 ‘기독사랑당’을 창립한다. 그 때 김준곤은 전광훈을 일러 “나라를 위해선 순교도 각오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현재 수구보수적인 주류한국교회는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또 자신들의 기득권이 제한당하고 있다는 상실감에 대한 분노를-이미 기독교 안에서 수구보수 정치세력화에 성공하여 상당한 동원력까지 갖추고 있는-전광훈을 지원하면서 그를 통해서 대리표현하고 있다. 국민촛불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보수정치세력이 대패하자, 주류한국교회는 반공과 동성애 반대로 전선을 형성하여 문재인 정부와 격하게 대립각을 세운다. 주류한국교회는 만약 동성애차별금지가 포함된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 국회에서 입법 제정되고 나면, 나라가 망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회도 탄압받을 것이라는 온갖 거짓 뉴스를 만들어 교회 안에서 유통시키고 있다. 이런 반(反)상식적인 현상은, 변화된 사회 환경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주류한국교회가 변화된 국가권력과의 관계에서 영향력 상실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한편에서는 독재 권력에 부역하며 쌓아온 기득권의 상실에 대한 주류한국교회의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었고, 다른 한편은 그러면 그럴수록 생존을 위한 자기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는 거짓뉴스를 생산 유통시키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수구보수적 대형교회가 거짓뉴스의 대량 유통과 확산의 경로가 되어 있는 이런 현실은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더 자승자박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광훈 집회에 참석한 대형교회 기독교인들을 취재한 기자는 “이들은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회도 탄압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목사는 강단에서 설교 할 수 없고, 교회는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개연성 없는 주장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두려워했고, 절박했다.” 고 전한다. 이 두려움과 절박함이 전광훈 현상을 불러 왔던 것이다. 교계에서 그래도 평판이 괜찮다고 평가 받던 목사들까지도 나라가 공산주의로 넘어가고, 차별금지법이 제정 되면 교회가 탄압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광훈의 황당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 대형교회 목사들이 8.15광화문집회 이후 코로나 제2차 대확산 사태로 번지자 사회적으로 고조된 전광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여 전광훈과 선을 긋는 것처럼 몸짓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발제자는 그 몸짓이 주류한국교회가 전광훈에게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부끄러운 족적을 남기면서 성장해온 주류한국교회가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결코 전광훈에게서 등을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기득권과 영향력을 지키려는 주류한국교회 대형교회들의 수구보수적인 태도가 전광훈 현상을 여기까지 키워왔기 때문이다.
주류한국교회의 대형교회는 결코 전광훈을 내칠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해도 좋을 확실 한 증거도 있다. 8.15광화문집회가 있기 얼마 전, 온누리교회, 영락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지구촌교회, 소망교회, 명성교회, 새문안교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 장로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장로연합회(대장연)가 차별금지법 반대를 명분으로 2020년 7월17일 창립한다. 그리고 대장연은 8월5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전광훈이 주도하는 ‘8.15광화문국민대회’에 대대적인 기독교 신자들을 동원하기 위하여 준비모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온누리교회 이 한열 장로(대장연 8.15광화문집회 총괄지휘)는 이런 주장을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체제전쟁이 이미 돌입했다. 자유민주주의체제냐 공산사회주의체제냐를 놓고 전쟁 중이다. 솔직히 전세는 자유민주주의가 열세에 있다. 주사좌파 척결하고 문재인을 몰아내어야 한다.…삼각산 기지-세상말로는 청와대라고 한다. 이걸 탈환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소멸될 수밖에 없다. 이제 (대선이) 20개월이 남았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시간이다. 그 전초전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보궐선거는 대선을 위하여 장로들에게 하나님께서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사돈팔촌과 유치원 동창까지 찾아서 선거가 끝날 때까지 관리해야 한다.”
대형교회들 가운데는 그래도 평판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교회의 장로들까지 포함된 ‘대장 연 광화문집회 준비모임’에서 대통령 ‘문재인을 몰아내어야 한다’는 대장연 지도부의 황당하기까지 한 이 총궐기 발언은 주류한국교회의 수구보수적인 성향을 날 것 그대로 확인시켜 주었다. 대형교회장로들은 전광훈 현상이라는 주류한국교회의 수구보수적인 정치세력의 실체와 본질을 명확하게 드러내 보였다. 수구보수라는 이념으로 무장된 전광훈 현상의 본질은 체제전쟁이다. 이 체제전쟁은 대장연에서 밝힌 것처럼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사회주의 간의 체제전쟁이다. 수구보수교회는 문재인 정부를 공산사회주의 체제로 규정하면서, 주류 한국교회를 공산주의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체제전쟁을 위하여 성소수자들은 희생의 제물로 삼고 있고, 전광훈은 주류한국 교회의 정치적 선지자로 호출되어 출전하고 있다. 주류한국교회 가운데 대형교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장연 장로들은 전광훈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광화문으로 총집결하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8.15 대회에 있어 전광훈 목사의 역할에 대해선 이렇게 말한다.
“목사님이 이제까지 구국운동을 위해 헌신해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 그런 용기를 가진 목사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저희는 전 목사님과 따로 하려는 마음이라기보다, 모든 애국단체들이 모여서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서로 영역을 정하거나 분파처럼 생각하는데,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의 이런 행태로 보아-대형교회들은 어떤 형식으로든지 이후로도 전광훈에게 계속해서 힘을 몰아줄 것이다. 설령 전광훈을 버려야 한다면 제2, 제3의 전광훈을 세워야하는 것이 대형교회들의 현실이다. 주류한국교회는 이 체제전쟁의 희생 제물로 성소수자들을 폭력적으로 등판시키고 있다. 주류한국교회의 이런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주류한국교회는 전광훈을 에둘러 갈 길이 없는 셈이다. 815집회에 참여한 대장연은 주류한국교회를 대변하고 상징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성소수자들의 문제를-군대 안에 동성애를 확산시켜 군의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북한의 대남전략이라는-코메디 같은 주장한다.
5. 삶의 영성·하방의 영성·현장의 영성
기독교의 영성의 담론은 ➀첫 번째 하나님과의 관계가 가장 기본적인 전제이다. 그리고 ➁두 번째는 초월적인 삶이 전제 되어야 한다. 현실에서 비현실로 초월하거나, 현실에서 현 실을 초월하거나-영성은 초월적인 삶을 신비로 인도한다. ➂세 번째로 영성은 네 가지 차원 -개인과 공동체와 사회와 자연생태의 영역을 아우르고 있어야 한다. 영성이라 했을 때는 개인적 영성은 온전한 영성이 아니다. 개인과 공동체와 사회와 자연생태는 하나의 영성 안에 내재되어 있는 네 가지 차원의 영성형성과정이다. 이를 테면 우리가 사람이라 할 때 그 사람은 영과 혼과 몸이 총체로서 한 사람을 이룬다. 영과 혼과 몸은 사람과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이다. 영성도 마찬가지이다. 영성에서 개인적 영성과 사회적 영성은 별개로 존재하는 분리된 영역이 아니다. 우리가 영성이라 할 때는 개인의 영성과 공동체의 영성과 사회적 영성과 생태영성이 하나로 총합적인 격(格)을 갖추고 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영성으로 완성된다. 개인의 영성은 공동체(ecclesia)의 차원으로 발전하고, 공동체의 영성은 교회공동체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그리고 공동체의 영성은 반드시 사회적 영성으로 나아가게 된다. 사회적 영성은 기독교의 영성이 당대 사회에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생태연성은 자연의 이웃생명과 무생물에까지 하방하고 연대하게 인도한다. 이 네 가지 차원으로 형성된 영성이 온전한 의미의 영성이라 할 수 있다. ➃마지막으로 우리가 영성이라 할 때는 하나님의 자기 증여의 사랑이 전제되어 야 하고, 그 사랑에 응답으로 자기봉헌이 뒤 따라야 한다.
이 전제 위에서, 발제자는 지금까지의 영성 담론과 연구가 지나치게 사람의 내면 중심이거나, 영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영성 논의와 운동과 담론은 사람의 내면이 아닌 삶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한다. 변증법적 유물론의 영성적 사유를 통하여 발제자는 ‘삶의 영성’과 ‘하방(下方)의 영성’과 ‘현장으로부터의 영성’을 주장하는데, 발제자는 사람의 영과 혼과 몸이 다 드러나는 자리가 삶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영성에 관한 담론이 사람의 내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때, 영혼에 치중하게 될 때는 영성의 담론에서 몸을 잃어버리게 된다. 몸을 잃어버린다는 말은 삶을 잃어버리게 되고, 현장을 잃어버리게 되고 현장으로 하방해야 할 몸을 상실하게 된다. 오늘 한국 교회의 결정적인 문제는 그리스도의 몸(Body of Christ)에서 몸을 잃어버린 교회이다. 몸을 잃어버린 관계로 지극히 작은 소자나 성소수자를 품을 수가 없다. 그들을 품어야할 몸을 잃어버린 까닭이다.
영성 연구는 하나님과 불가분리적인 사람의 삶을 주제로 한다. 사람은 영(靈)과 혼(魂)과 몸(肉)이 상호작용하는 존재이다. 영과 혼과 몸은 분리된 셋이 아닌, 셋이 하나로 통합되어 사람이라는 존재를 이루게 된다. 사람은 삶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사람의 존재 가운데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영과 혼과 몸이 전부 하나로 드러나는 자리가 삶이다. 삶이란 무엇보다 몸이 있어야 한다. 삶의 자리란 곧 몸이 가 있는 현장이다. 영성 연구에서 몸에 대한 관심은 곧 삶과 삶의 자리에 대한 관심이다. 몸이 어디에 있든지 몸이 있는 그곳이 삶의 자리가 되고, 그곳에서 삶을 드러내고, 그곳에 영과 혼도 함께 있게 된다. 미국 영성학계를 이끌고 있는 샌드라 슈나이더스는 “영과 혼과 몸으로서 인간은, 개인적이고 사회적이며, 문화적으로 조건되어 있고, 생태적으로 모든 피조물들과 얽혀 짜여 있으며,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책임있는 인간”이 영성의 주제라고 했다. 슈나이더스의 이 정의를 압축하면 고립된 인간이나 진공 상태의 인간이 아닌 ‘삶의 자리에 있는 인간‘이 영성의 주제라는 말이다.
발제자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기본법칙(변유기본법칙’을 영성적 사유와 상상력으로 하나님 과 관계된 사람의 삶을 살피는 영성 연구로 박사논문을 제출했다. 변유의 영성적 사유는 ’삶의 자리‘를 영성과 관련하여 두 가지로 이해한다. 하나는 일상(日常)이고 다른 하나는 현장(現)이다. 일상과 현장은 둘 다 삶을 담고 있지만 결이 서로 다르다. 일상과 현장은 결이 다른 하나님과 각각 합일하는 자리이다. 또 일상과 현장이라는 삶의 자리는 삶의 모든 조건과 여러 정황들이 서로 충돌하고 어우러지는 자리이다. 일상과 현장의 삶을 주제로 삼는 한 영성 연구는 사람의 영과 혼과 몸으로만 그 연구의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 변유의 영성적 사유는 영성 연구에서 삶의 자리를 형성하고 있는 환경-정치, 경제, 문화, 노동, 생태 등을 포함하여-모든 상황과 관계까지도 영성 담론과 연구의 중요한 대상으로 삼는다.
영성은 세속을 무시하지 않지만 세속으로부터 맑은 자리에 자기 자리를 잡는다. 영성이 맑은 자기 자리를 유지할 수 있기 위하여 영성 연구는 현장의 언어와 현장의 숨결과 현장의 생리를 담아야 한다. 그럴 때 영성은 세속의 영향으로부터 초탈(超脫)해 질 수 있고, 또 오염되지 않는다. 삶의 질문은 다양하지만 언제나 그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은 삶의 현장이다. 삶의 현장과 괴리 될 때 영적 여정은 몸을 잃어버리게 되고 관념적으로 흐르게 된다. 삶의 영성은 그 영성이 고양되면 될수록 현장을 향해 하방하게 만들고, 그/그녀가 기반하고 있는 사회에 정의와 평화와 생명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동반하여 고양시키도록 한다.
6. 영성은 혐오와 차별을 부정한다
슈나이더스는 영성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에 대해서 “타인과 창조세계를 희생해서 개인의 유익을 구하는 착취적 또는 공격적(폭력적)인 과제-이러한 과제가 얼마나 활기가 넘치는지는 상관없다-또는 돈, 권력, 쾌락과 같이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은 영성이라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특별히 성소수자들에게는 그 영혼을 어루만지기보다는, 주류 한국교회는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혐오와 폭력적인 배제의 낙인을 찍으면서,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강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영성이라 할 수 없다. 영성에는 혐오와 차별이 들어설 틈이 없다.
세계는 하나의 전체로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개개의 부분과 제 현상 및 제 과정이 그들 각각을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도록 결부되어 있다. 유기적 자연은 무기적 자연과 결부되어 있다. 인간의 생활은 자연과의 상호작용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간사회는 자연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특수한 한 부분이고, 특수한 운동 형태이며, 단순히 일반적인 법칙에 따를 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에만 고유하게 존재하는 특수한 법칙에 따르기도 하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다른 측면들은 그들 각각에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인용문으로만 보면 어느 생태영성학자의 서술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문장이다. 변유기본법칙 가운데 ‘상호연관성의 법칙’에서 이 부분은 자연의 모든 생명들과 사물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은 서로 유기적으로 결부되어 있다는 상호연관성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의 운동은 상호의존과 상호제약하고 있는 총체 가운데 일부라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이 전제에 기초해서 사물이나 여러 가지 현상들 사이에 그리고 현상의 모든 측면들 간에는 상호의존과 상호제약 하면서, 세계는 하나의 전체로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세계를 하나의 전체로 이해하는 세계관은 기독교 역사 속의 영성가들에게 자주 나타나고 있다. 생명의 관점에서 보는 영성적 분별은 우주 가운데 실재하는 만상(萬象)은 모든 개체들이 상호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 상호연관성과 상호수수적인 관계는 하나의 질서 즉 거대한 우주적 몸 안에서 유기체적인 질서를 이루고 공존하고 있다. 영성적으로 사람과 자연의 모든 개체들은 서로 상관하며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로욜라의 이냐시오 영성의 특징은 “모든 것 안에서 하나님 발견하기”이다. 자연의 이웃 생명을 포함하여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다. 아씨시의 성자 프란치스코의 영적인 안목은 이냐시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프란치스코는 자연과 함께 우리 모두가 하나님이라는 동일한 아버지에서 나온 피조물이라고 보았다. 프란치스코의 영성은 모든 피조물을 한 아버지의 형제요 자매들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자연의 이웃 생명들은 자매와 형제로 불렀다. 더하여 자연의 동식물들을 대상으로 설교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꾸짖기도 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격려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의 전기 작가인 토마스 첼리노는 「제2생애」에서 “그는 모든 동물들을 형제(germanus)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갖가지 동물들 중에서도 온순한 것을 좋아했다.”고 묘사했다. 프란치스코의 ‘형제’라는 “라틴어 제르마누스는 혈육을 나눈 친형제”를 의미한다. 프란치스코의 ‘자연의 이웃 생명’은 생물뿐 만 아니라 생명이 없는 무생물과 몸이 없는 추상적인 실재까지도 아버지 하나님에게 존재의 근원을 둔 한 혈육으로 보았다. 그래서 그는 죽음을 앞두고 죽음을 자매로 부르면서 죽음이 자신을 찾아오는 것을 환대했다. 하나님의 부성(父性)은 프란치스코에게는 그 어떤 교리 (dogma)체계이거나, 피조물을 설명하는 신학적 결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다 던져서 가난을 통해 스스로 자신을 하방하면서 낮춰온 영적인 삶의 체험이었다. 이 체험으로 그는 모든 피조물들과의 우주적이고 혈연적인 일체감을 이루었다.
생태신학자로 불리는 매튜 폭스도 삼라만상을 하나의 거대한 우주적인 몸으로 보았다. 폭스의 안목으로 통찰한 세상의 모든 생명과 물질은 “150억 년 전 태양계의 빅뱅을 통해 물려받은 다 살아있는 한 몸이다. 그리고 세상의 몸은 우주적 몸으로 더 큰 한 몸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모든 생명은 상관되어 있고 서로 의존적이다. 폭스는 만물이 나의 몸이고, 내 몸이 만물로 사고했다. 폭스에게는 모든 만물(물질)은 각자 자기 몸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 몸은 만물이다. “몸은 구름이고, 회색빛 아침에 잠겨있는 산과 들이고, 바람에 끄덕이는 초록빛 나무들뿐만 아니라 강물이나 조약돌 그리고 오래된 바위까지 삼라만상의 존재 하는 모든 것이 다 몸이다. 이 모든 몸들은 자기 정체성을 갖고 하나의 유기체로 서로 연결 되어 있으면서 거대한 축복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모든 몸은 우주의 빅뱅을 통해 우주로부터 제공받은 같은 원소(元素 element)를 가진 한 자매요 형제이다. 폭스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한 우주로부터 DNA를 물려받은 한 족속들이다. 그래서 모든 생명은 상관되어 있고, 서로 의존적이라고 했다.
로욜라 이냐시오의 영성적 관점에는 당연히 성소수자들에게서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의 영적인 안목에는 성소수자들의 삶 역시도 하나님이 활동하는 하나님 사랑의 현장이다. 프란치스코의 영성은 모든 동물들과 물고기와 새들 그리고 무생물과 추상적인 죽음까지도 형제요 자매요,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 혈육들이었다. 성소수자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영과 혼과 몸을 가진 사람이다. 성소수자라 하여 그 어떤 혐오와 차별이 당연시하는 것은 프란치스코의 영성으로는 용납될 수 없다. 매튜 폭스의 몸에 대한 영성적 사고는 ‘만물이 나의 몸이고, 내 몸이 만물로 사고했다.’ 모든 만물은 각자 자기 몸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 몸은 만물이다. 기독교의 영성의 전통에서는 하나님의 피조물은 ‘만유의 수평적 평등성’을 강조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거역이고, 하나님의 하나님 됨에 대한 부정이다. 성소수자도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시인하면 그의 안에 하나님이 현존하시고, 그의 삶은 하나님의 임재로 숨 쉬고 호홉하게 된다. 일반과 이반은 둘 다 똑같은 존엄성을 가진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7. 목회적 과제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목회에서 대부분 성소수자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목회적인 고민을 넘어 교회의 직제와 제도가 성소수자들의 삶을 수용하고 그들을 환대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교리화 하고, 신앙적으로 내면화 시키고 있는 주류한국교회의 현실로 보면 성소수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련 현실에서 열린 신앙을 지향하는 교회들은 목회적으로 교인들과 성소수자들이 교회공동체에서 함께 동행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성소수자도 우리와 같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의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목회적으로 교회의 직제와 제도가 성소수자들에게 열린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성소수자들과 공존하는 목회는 먼저 교회공동체에서 교인들의 합의를 모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성소수자 문제는 교인들에게 익숙한 주제가 아니다. 그런 만큼 우선 교인들이 성소수자를 교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 부 분은 빈들공동체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2018년 6월 경 성소수자 활동단체인 <무지개예수>로부터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교회=무지 개교회가 되겠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무지개예수>로부터 요청을 받고 난 다음 발제자는 몇 주간을 생각하다, 이 사안은 담임목사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2018년 7월22일 주일에 교인전원회의를 소집했다. 빈들공동체의 교인전원회의는 입교인 전원이 참여하는 임시당회로 보면 된다. 이 교인전원회의에서 <무지개예수>로부터 성소수자를 환대 하는 ‘무지개교회’가 되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을 알리고 교인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우리 빈들공동체가 성소수자들을 환대하는 문제에 대한 교인들의 판단의 근거는 명확했다. 빈들 공동체 교인들은 모두 이성애자들이다. 교인들의 분별은 성소수자들을 우리와 같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영혼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개, 돼지 같은 존재로 봐야할 것인지가 판단의 근거였다. 교인들 모두가,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은 그들을 개, 돼지 취급하는 죄악이라는 사실을 함께 공유했다. 하나님은 교회에 성소수자들을 차별할 권한을 주신 적이 없다. 그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영혼을 가진 존귀한 존재라는 사실로 그 어떤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며, 비록 우리가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더라도 그들을 우리 빈들공동체의 일원으로 흔쾌하게 받아들이고 환대해야 한다는데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성소수자들도 빈들공동체에서는 이성애자들과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교회를 섬기는 영적 동반자로 맞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빈들공동체 전원회의의 결의였다. 그리고 난 다음 혹여 우리 안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그때가서 우리가 기도하고 토론하면서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 우리 교인들의 결론이었다.
만약에 성소수자들과 신앙생활을 함께 한다면 그들을 위하여 남선교회와 여선교회 그리고 성소수자를 위한 제3, 제4의 선교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서 우리 빈들공동체 교회는 무지개교회가 되었다. 그리고 매주 예배를 위하여 교인들이 받아든 주보 표지에도 우리가 무지개교회라는 표식으로 작은 무지개를 넣고 있다. 빈들공동체 주보의 무지개는 성소수자들을 포함하여-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그 자체로 존중받아야할 가치가 있다는 빈들공동체 교인들의 선언이다.
8. 나가는 말
이냐시오를 따르는 이들이 낸 <이냐시오 가족을 위한 권고>라는 성명에는 “우리는 가난한 이들과 친구 그리고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또 그들과 더욱 잘 협력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접촉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우리가 그들을 최선으로 도울 수 있는지는 그들이 가르쳐 줄 것이다.” 라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이웃사랑의 방법은 철저하게 현장의 사람들에게서 배우고 찾겠다는 겸손하고 낮은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냐시오식의 관상기도’에서 “기도의 장소(현장)은 세상, 정치, 굶어 죽는 사람들, 죽어가는 나무들 그리고 감옥에 있는 형제들인 것이다.” 여기에 발제자는 동성애라는 낙인으로 혐오와 차별에 시달리는 성소수자들을 추가한다. 오늘 이 시대 가난한 사람과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들의 현장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슬픔과 번뇌가 되어야 한다. 이냐시오의 영성은 성소수자들 이 포함된 이 사람들을 ”한마디로 더욱 더 사랑하며 살아가기 이다.”
남재영 goodpastor@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