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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고 봄이 납시는가.

기사승인 2021.02.17  23:37:27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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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눈이 잦다. 게다가 그야말로 펑펑 쏟아지는 눈이다. 그리곤 땅과 들에 소복이 쌓인다. 어제도 ‘띵동’ 문자가 왔다. 밤사이 눈이 많이 내릴 터이니 내 집앞 눈 치우기, 야외활동 자제, 외출 시 대중교통 이용, 시설물 안전점검 등에 대한 내용이다. 그 덕에 서둘러 연탄도 갈고, 식구들(진도개와 냥이들과 닭들)에게 밥을 먹이고 빨리 소등하고 나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간간히 창문을 열어 눈이 오는가 확인도 했다. 혹 쏟아지는 눈이라면 마당의 차양막을 걷어놓아 안전을 살펴야하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여니 다행히 서울이나 수도권만큼 온 눈은 아니었다. 그래도 쌓였다. 대문 밖을 나가 서 보니 누군가 벌써 도로의 눈을 치워놓은 상태였다. 도로의 남긴 자국을 보니 아랫집에 사는 찬골 아주머니네가 이른 아침에 트랙터로 마을의 눈을 제설했음을 알았다. 사람이 여럿이 몇 시간 걸쳐 할 것을 농기계 한 대가 수분 내에 끝내주니 참 고마운 일이다. 보이지 않는 천사가 우리를 편안케 해주었다. 

다행히 쌓인 눈은 따스한 햇살 아래에 힘을 못썼다. 점심나절 되니 사람이 다니는 길은 거의 녹아 질척였다. 마당의 차양막 사이로도 녹아내린 눈이 비가 되어 후두둑 떨어져 마당을 흥건하게 만들었다. 비록 마당 한가운데가 한강이 되었지만 그래도 몸을 움추리며 빗자루질을 한번 더 안하는 것이 어디인가. 기온도 따뜻하고, 햇살도 따뜻하여 그 온기는 마당 여기저기 골고루 비추어 뒤안의 장독대 위는 벌써 냥이들이 몸을 늘어트리며 일광욕을 하고 있다. 어떤 냥이들은 따뜻한 풀섶에 들어앉아 잠을 청하고 있다. 암탉과 수탉도 그 옆에서 녹은 땅을 파고 들어앉아 볕을 쬐고 있다. 여유가 넘치는 풍경이다. 녀석들의 여유있는 몸짓에 겨울은 벌써 저만치 달아난 것처럼 보인다. 지금의 모습으로선 햇살 아래 풍경이 영원할 것처럼 보인다. 녀석들에겐 저녁의 추위는 저녁에 맞으면 되는 것이다.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하도록 놔두라’는 주님의 말씀을 사람인 나보다 동물들이 더 잘 지키며 살아가는 것으로 봐선 나보다 그들이 더 지혜롭다. 

2월 4일. 입춘이다. 어느덧 겨울은 가고 봄이 납신다. 물론 섣달 그믐은 일주일 정도 남아 음력으론 이제 1월, 겨울 시작이지만 ‘춘’(春)이 들어간 절기의 이름은 벌써 내달 다가올 춘삼월로 향하고 있다. 그런 기분탓인지 확실히 추위는 덜 느껴진다. 종일 영하권이었어도 따스한 햇살과 바람만 불지 않으면 견뎌진다. 봄도 다가오고 있으니 이젠 슬슬 농사지을 생각도 해야 한다. 얼마 전 이웃에 사는 선생이 보리완두를 갖다줬다. 순수 우리콩 종자라 한다. 보통은 5월이 되어야 작물을 심는 시기인데, 보리완두는 보리처럼 추운날에 심어야 더 많은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고맙게 받긴 했는데 아직 땅이 녹지 않았으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땅을 갈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무어라도 심을 수 있으니 봄보리 심는 시기에 맞춰 보리완두도 심어볼 판이다. 

이렇듯 봄이 온다는 소식에 한 해 농사를 생각한다. 올해 농사 예정은 딱 몇 가지만 손을 쓰기로 했다. 5월에 심는 참깨와 6월 중하순에 심는 들깨와 콩 위주로 한 해 농사를 지을 예정이다. 그러나 벌써 걱정이 앞선다. 그것은 공동으로 구입한 트랙터를 작년 봄에 함께 농사짓던 이웃이 망가트려 놔서 처분을 했다. 그런 뒤 가을에 아는 목사님이 거의 20년 된 소형 트랙터를 수리해서 주셨는데 엔진 힘은 좋은데, 밧데리 방전이 쉽게 되어 난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밭을 어떻게 갈 것인지 농사철이 다가오면서 고민이 되고 있다. 작년에 야심차게 농사를 잘 지어보겠노라고 결심하며 트랙터 운전까지 배우고 밭도 제법 갈아놓는 연습까지 했는데, 진짜로 ‘사래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는 노래를 부를 처지가 되었다. 정 안되면 빌려서라도 하고, 그래도 안된다면 몸으로 힘을 좀 써야 하리라. 

입춘대길. 옛 사람들은 입춘이면 대문 앞에 크게 붙여놨다. 오는 봄을 기다리며 한 해 좋은 소식이 가득하길 소망하면서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작년 한해는 여러모로 힘든 시간들이었다. 아직 그 여진이 남아있어 계속 움츠러들고 있지만, 따스한 봄이 다가오고 있으니 몸과 마음의 기지개를 펴고 새 기운으로 힘찬 한 해를 맞이하였으면 한다. 그 기운으로 나도 올 한해 농사도 힘차게 준비토록 해야지. 

황은경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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