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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지대

기사승인 2021.02.20  00:26:24

신태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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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지대

<죽음의 지대>, 라인홀트 메스너 지음, 김영도 옮김, 한문화, 2007년

산악인들에게 ‘라인홀트 메스너’라는 이름은 동경의 대상이다. 그는 1970년 6월에 낭가파르밧 원정을 시작으로 1986년 10월 16일에 사상 최초로 히말라야의 8,000미터 급 14좌를 산소호흡기의 도움 없이 모두 무산소로 등정한 산악인이다. 이는 1953년 에드몬드 힐러리와 그와 함께 했던 셀파 텐징 노르게이의 에베레스트 초등에 필적할 만한 세계등반사의 쾌거였다.

예베레스트에 대한 초등이 이루어진 이후부터는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정할 수 있는가?’가 세계 산악계의 최대 이슈였다. 산소가 해발 면의 1/3에 지나지 않는 8,000미터 급 이상의 고지대에서는 고산지대에서 흔히 일어나는 고산병과 같은 증상을 넘어서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당시 고산의학계에서는 8,000미터 급 고봉을 무산소로 등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 불가능한 일을 해낸 사람이 바로 ‘라인홀트 메스너’이다. 그는 1978년 5월 8일, 동료 페터 하벨러와 함께 산소통 없이 에베레스트에 도전했는데, 그의 증언에 의하면 무릎과 팔꿈치로 기어서 겨우겨우 정상에 도달하여 서로 껴안고 울었다고 한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한 두 사람의 도전과 성공 앞에서 고산의학계는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고, 당시 세계 언론들은 인간의 진화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8,000미터 이상의 고봉, 14좌를 세계 최초로 무산소 등정했다는 성과가 라인홀트 메스너를 세계적으로 주목 받게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든 것은 출중한 등반역량 못지않게 뛰어난 표현력과 사고력이다. 철저한 자기 자신에 성찰과 죽음과 삶에 대한 사색으로 전인적인 알피니스트가 되기를 열망했던 메스너는 산악문학에 있어 뛰어난 저술가이자 사상가가 되기에 충분했다.

메스너는 자신의 등반경험을 토대로 2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는데. 오늘 소개하는 <죽음의 지대>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이 책에서 산소가 희박하여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히말라야의 고봉 지역, 그곳을 오르려면 늘 죽음의 가능성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그 지역을 ‘죽음의 지대’라 명명하고, 그 지역을 등정하면서 겪은 자신의 경험과 자아의 죽음과 삶, 이를 마주하는 인간 자아의 의식에 대한 사유의 결과를 담담히 풀어 놓는다.

사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죽음의 순간 혹은 죽음의 경험을 마주하기가 어렵다. 반면 삶과 죽음이 경계를 이루는 지역을 등반하는 메스너와 같은 산악인들은 삶과 죽음 사이를 위태하게 걸으며 죽음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자아에 대하여 깊이 성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경험이 많고 성찰이 깊다 해도 그것을 글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메스너는 자신과 자신이 목격했던 타인의 경험을 통찰력 있는 문장으로 풀어낸다.

삶과 죽음을 마주 선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종교나 철학 혹은 의학의 주제이고, 이에 대한 가치 있고 권위 있는 저서들도 많다. 하지만 산악인의 관점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경험적 지혜를 들려주는 일은 흔치 않은데, 메스너가 바로 그 흔치 않은 일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 앞에 선 인간 의식과 자아에 대하여 기대 이상의 통찰력을 준다.

죽음은 마주 대하는 순간에 이미 불귀의 객이 되어 버리기에 실제 죽음의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또 죽음 마주 대하는 인간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경험을 말해 주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죽음의 지대를 등반하며 늘 죽음과 마주했던 저자의 경험은 우리에게 소중하다. 죽음이 무엇인지, 또한 죽음을 마주할 때 무슨 생각이 드는지, 죽음의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한가? 라인홀트 메스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라!

신태하 목사 (보문제일교회)

신태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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