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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0일

기사승인 2021.02.21  00:40:59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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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억하고, 나를 구원하신 십자가 사랑을 새기는 절기이다. 그 시작을 ‘거룩한 재’(聖灰)로 시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 자신이 흙과 먼지로 돌아갈 한시적 피조물임을 새삼 확인하는 것이다(창 3:19). 그럼에도 하나님의 거룩한 숨을 지닌 인간으로서, 희망의 언약을 품은 삶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다시 고백하는 때이기도 하다.

우선 사순절 첫날인 성회수요일 기도회를 준비하면서 한 해 전 종려주일에 사용한 나뭇가지로 ‘재’를 만드는 일은 기본에 속한다. 문제는 성별한 ‘재’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까 하는 것이다. 교회전통에 따르면 성회수요일에 재를 올리브기름에 개어 이마 십자가를 그어주는 방식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꼭 이마에 십자가 표식을 하는 것이 최선일까? 마치 검은색 주홍글씨를 새기는 듯한 부담이 고민스럽다. 그런 주저함 끝에 스스로 자기 손등에 십자가를 그리도록 하였다. 이렇게 기도문을 고백한다. “주님, 이 성회수요일에, 나 자신을 깨우칠 마음을 주옵소서.”

사순절은 ‘사순’(四旬)이란 문자 그대로 40일을 뜻한다. 부활주일부터 역산하여 성회수요일까지 46일 중 6번의 주일을 뺀 날들이다. 40이란 숫자의 의미는 예수님이 무덤에 머물러 계시던 40시간에서 온 것이라고도 하고, 일 년의 십일조를 따져 지금의 40일로 정착한 것이란 말도 있다. 이동절기인 부활일은 주후 325년, 비티니아의 니케아에서 열린 제1차 세계공의회에서 결정하였다. ‘춘분 지나 첫 번째 보름달이 뜬 후 첫 주일’이다. 해마다 부활일에 따라 사순절의 출발은 옮겨 다닌다.

흥미롭게도 구약과 신약 본문에는 40일 혹은 40일 밤낮을 기록한 내용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예수님 공생애의 출발과 마침은 40일씩 시간을 유보하고 있다. 세례 직후 금식과 함께 시작한 유혹의 40일과 부활 후 승천까지 제자들과 누렸던 환희의 40일은 그 거룩한 기간의 여백이다.

광야에서 마귀에게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의 경험은 출애굽 한 히브리인들이 광야에서 뼈저리게 겪은 40년의 압축처럼 보인다. 예수님은 세 차례의 유혹을 모두 신명기의 말씀(8:3, 6:16, 6:13)을 인용하여 물리치셨는데, 그야말로 광야 40년 교훈의 백미(白眉)처럼 느껴진다. 구약의 출애굽 사건이나 예수님의 하나님나라 선포나 광야의 고난을 통과의례로 삼고 있는 셈이다.

성경의 40일은 위기와 함께 기회를 동반하고 있다. 엘리야의 주야 40일은 탈진한 그에게 하나님과 만남을 주선하였고(왕상 19:8), 요나의 40일은 니느웨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선고 유예기간이었다(욘 3:4). 노아가 겪은 40일간의 홍수는 심판의 깊은 밤이었으나(창 7:17), 구원의 여명을 비춘 다가올 새벽이기도 하였다(창 8:6). 모세가 율법을 받기 위해 시내 산에 머문 기간은 40일 밤과 낮이었고(출 24:18), 가나안으로 파견한 정탐꾼의 활동기간(민 13:25)도 40일이었다.

모름지기 그리스도인이라면, 비록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사순절 40일 동안 금욕, 절제, 경건한 순례를 다짐하며 거룩한 시간에 참여하려고 마음먹을 것이다. 성경이 보여준 40일 이야기들은 오늘의 광야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미 겪고 있는 일이다. ‘심판과 구원(노아), 회개(요나), 연단(예수님 유혹), 회복(엘리야), 준비(모세), 비전(열 두 정탐꾼), 기쁨(예수님 승천)’은 삶의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모범교사이다.

누구나 예외 없이 인생의 광야를 살아간다. 때때로 하나님의 훈련이라고 여기면서 고통과 시련을 감수하는 한편, 회개와 구원의 감격을 맛보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문자답(自問自答)을 시도한다. 올해 사순절에 내게 필요한 40일은 무엇인가? 또 우리 민족이 견뎌내고 극복해야 할 광야의 의미는 무엇일까?

 

송병구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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