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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돌솥에 익어가는 맛있는 소리, 돌솥비빔밥

기사승인 2021.02.24  00:52:12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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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천에 쌀밥한정식 외에 또 한 가지 유명한 것이 있다면 온천이다. 이천은 수도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온천지구로 약알칼리성 온천수를 자랑한다. 온천지역에 사는 특권으로 일주일에 한번 온천목욕을 한 뒤 꼭 먹는 메뉴가 있다. 돌솥비빔밥이다. 지인 목사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온천 근처 만두집에서 판매하는 돌솥비빔밥이 정말 훌륭하기 때문이다. 간판은 만두집인데 돌솥비빔밥은 그동안 먹어보았던 돌솥비빔밥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맛이 최고다. 가격은 9000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신선하고 좋은 재료의 맛을 생각하면 적당한 가격이다. 10년 전 뉴욕 한식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할 때 그 집에도 돌솥비빔밥이 맛있었다. 뉴욕의 돌솥비빔밥만큼 이 집도 맛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번은 꼭 먹고 있다.

비빔밥은 한국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2011년에 서경덕 교수와 MBC무한도전팀의 기획으로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화려한 색상의 비빔밥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음식으로 소개될 정도이다. 비빔밥은 여러 유래가 전해진다. 왕가음식설, 제례음식설, 전쟁음식설 등 다양한 주장들이 있지만 모두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밥을 주식으로 삼고 있는 나라에는 오래 전부터 비빔밥이 있어왔다. 밥에 반찬을 올려 비비면 바로 비빔밥이 되니 말이다. 그저 밥에 반찬을 올려 비벼먹다가 제사때 여러 음식들이 풍성하게 차려지면 그 음식들을 밥에 올려 더 맛있는 비빔밥을 먹었을 것이다. 특히 제상에 오르는 나물들이 밥과 비벼지면 맛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맛과 멋이 더하여져 지금의 화려한 비빔밥이 탄생하였다. 지금의 비빔밥은 1952년에 개업한 전주의 한국집이라는 식당에서 개발한 것이 그 기준이 되고 있다. 이후 1970년 서울 신세계백화점이 전주비빔밥을 팔기 시작하면서 비빔밥 신화에 불이 당겨졌다. 1997년 마이클 잭슨이 방한하여 전주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비빔밥은 한국음식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돌솥비빔밥도 1960년대 전주의 한 식당에서 개발한 음식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돌솥밥집은 전주 반야돌솥밥집이다. 비빔밥과의 차이가 있다면 돌솥비빔밥은 나물의 맛보다 돌솥에서 음식이 익으면서 내는 소리와 냄새의 맛으로 먹는 음식이다.

돌솥비빔밥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돌솥이 필요하다. 돌솥은 곱돌을 재료로 만든다. 각섬석(角閃石)이라 불리는 곱돌은 규소, 망간, 산화칼슘 등이 주성분으로 구성된 화성암의 일종이다. 화강암이나 다른 돌은 불에 들어가면 금이 가는데 곱돌은 화열(火熱)을 이겨내는 내열성(耐熱性)이 특별히 강하고 열전도율과 보존도가 높아서 따듯한 온기를 오래 품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적외선과 미네랄 등이 다량 방출되어 인체에 매우 유익하기에 돌솥의 재료로 적합하다. 

곱돌로 만든 그릇은 조선조 숙종 이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누군가 산에서 푸른 빛깔의 아름다운 돌을 발견하여 비석을 만들려고 했는데 돌이 무르고 트질 않아 좋아서 그릇을 만드는데 더욱 적합하다고 여겨서 정과 망치만으로 만들었는데 불에 잘 견디고 맛이 진귀하고 특이하여 숙종 임금께 진상된 이후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임금이 상으로 돌솥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리고 돌솥에 시나 그림을 남긴 조선 선비의 풍류도 나타나고 있다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돌솥을 만드는 과정을 보니 대단한 장비들과 석공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요구되어지는데 조선시대에 그런 장비 없이 정과 망치만으로 어떻게 돌솥을 만들 수 있었을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곱돌은 전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전북 장수군에서 유명하다. 돌솥비빔밥이 맛있는 이유는 비빔밥 재료를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과 정성 그리고 손맛과 함께 돌솥이 식탁위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석공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합쳐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중국에도 명나라 주원장 시기 때부터 돌솥밥과 돌솥생선을 먹었다고 한다. 중국 광동성에는 전통 돌솥비빔밥인 바오자이판이 있다. 전통 사기로 만들어진 뚝배기 냄비에 밥과 다양한 재료를 넣어 센 불에서 조리해 먹는다, 밥이 어느 정도 익으면 고명을 올려주는데 중국식 소시지나 소고기, 생선 등을 올린 후 뚜껑을 닫고 육즙이 밥에 잘 베이도록 뜸을 들여 먹는다. 일본에도 가마메시라고 해서 가마솥에 버섯, 조갯살, 산채, 닭고기 등을 넣어 만든 밥이 있다. 일본의 솥밥은 대부분 무쇠나 질그릇을 이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곱돌원석을 가공하여 만든 돌솥으로 맛있는 밥을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K팝의 인기와 함께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돌솥비빔밥도 해외에서 인기가 있어졌다. 덕분에 돌솥의 해외 판매도 늘어났다고 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돌솥 한 개를 8.95달러(약 6만6000원)로 1만3000개의 돌솥을 팔아 3억5000만원 어치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한국 제품 중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5번째 제품이 돌솥이다. 외국인들은 돌솥을 보고 “와우! 어떻게 돌로 그릇을 만들었지? 굉장히 신선하다!”라는 반응과 함께 굉장히 충격적이며 신기한 상품으로 여긴다고 한다. 

혹시 이천에 온천을 하러 오시면 “빚은 만두”집에서 돌솥비빔밥을 꼭 드셔보시길 권한다. 바닥에 눌어붙은 고소한 맛의 누룽지를 긁어 먹는 즐거움도 만끽하시길 바란다. 

임석한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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